사회 사회일반

경찰,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국토부 공무원 7명 송치…허위자료 작성 혐의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로컬라이저 규정 고의 누락·왜곡 판단
업무상과실치사 관련 수사는 별도 진행

[무안=뉴시스] 이현행 기자 = 경찰이 12·29 여객기 참사 수사를 위해 국토교통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뉴시스
[무안=뉴시스] 이현행 기자 = 경찰이 12·29 여객기 참사 수사를 위해 국토교통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사진은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닷새 앞둔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12·29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 직후 로컬라이저(LLZ)가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됐다는 내용의 허위 자료를 작성·배포한 혐의로 국토교통부 공무원 7명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은 이들이 로컬라이저 설치에 불리한 규정은 빼고 국토부에 유리한 내용만 선별적으로 인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수사단에 따르면 특수단은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를 받는 국토부 소속 공무원 7명을 전날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사고 다음 날인 2024년 12월 30일과 31일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관련 규정에 맞지 않게 설치된 사실을 알고도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관련 규정에 맞게 설치되었습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참고자료를 두 차례 작성·배포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자료는 국토부 출입기자 479명에게 전달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단은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위원들과 유가족이 제기한 국토부의 사고 원인 축소·은폐 의혹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관련 법리와 규정을 검토하고 국토부 사무실과 관련자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충돌 시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설치되지 않아 국내외 관련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로컬라이저는 계기착륙시설(ILS)의 하나로, 항공기의 착륙을 돕기 위해 방위각 정보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당시 무안공항 로컬라이저에는 콘크리트 기초 구조물이 설치돼 있었다.

항공장애물 관리 세부지침은 ILS 등 일부 항행안전시설을 부러지기 쉽게 설계·제작하고 부러지기 쉬운 받침에 장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항안전운영기준도 CAT-I, II, Ⅲ 정밀접근활주로의 착륙대 종단으로부터 240m 이내 일정 구역에 설치되는 항행 목적 시설은 부러지기 쉬워야 하며 가능한 한 낮게 설치하도록 규정한다. 무안공항은 CAT-Ⅰ정밀접근활주로이자 분류번호 4에 해당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관련 규정에도 활주로 끝단 300m 이내 시설의 충돌 위험을 줄이기 위한 기준이 마련돼 있다. 한동훈 특수단장은 "관련 기준 상 로컬라이저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안팎을 불문하고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설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토부가 보도참고자료에서 불리한 규정을 고의로 누락하거나 일부 규정을 왜곡해 해석했다고 판단했다. 1차 자료에는 ILS 등 항행안전시설을 부러지기 쉬운 구조로 설치하도록 한 규정이 포함되지 않았고, 2차 자료에서도 다른 조항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착륙대 종단 240m 이내 시설에 적용되는 관련 규정이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가 보도참고자료 작성 당시 이 같은 규정과 로컬라이저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정황도 확인됐다. 수사 결과 자료 작성 전 언론에서 관련 규정과 구조물 문제가 제기됐고 국토부 내부 회의에서도 관련 규정을 검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내부 회의 과정에서 로컬라이저가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더라도 부러지기 쉬워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이 제시됐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보도참고자료 배포 약 일주일 뒤인 지난해 1월 6일께 국토부가 작성한 내부 자료가 한국공항공사로 전달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문서에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불가피성을 검토하되 이를 찾지 못할 경우 적절한 시기에 위법성을 인정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번 수사는 사고 이후 작성·배포된 보도참고자료와 관련한 것으로, 참사 원인과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한 업무상과실치사상 수사는 별도로 계속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지 참사와 관련해 총 7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특수단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필요한 기술적 쟁점을 제외한 나머지 수사를 이어가면서 검찰과 협의할 방침이다. 한 단장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빠르면 오는 10월, 늦으면 연말께까지 주요 수사를 이어갈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12·29 여객기 참사는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제주항공 2216편이 비상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이탈하면서 발생했다. 탑승자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졌다. 경찰은 지난 1월 28일 특수단을 꾸린 후 기존 전남경찰청 수사본부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이어왔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여객기 참사 #공무원 #국토부 #허위자료 #무안공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