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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폐지 '속도전' 나선 한국…미국·일본과 다른 점은[상폐 칼바람 분다③]

김희선 기자,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③.끝] '다산다사' 겨냥한 상장폐지 요건 강화, 회복 기간도 단축
美, 반복 병합 시 개선기간 박탈…日 전체 기업에 유예기간 일괄 부여
"흑자기업도 상폐 위기"…코스닥 이질성 속 남은 과제는 '정밀함'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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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올해 2월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일부터 동전주와 시가총액 미달 상장사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그 탈출 요건까지 크게 강화한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혁신기업의 상장은 지원하되 부실기업은 신속히 퇴출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지만, 중소기업 단체들은 요건 완화와 1년간 시행 유예를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량 기준은 높이고 회복 기간은 짧게 가져가는 개편의 설계를 두고 시장 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과 비슷한 시장 구조를 갖추고 있는 미국·일본의 방식과는 얼마나 같고 또 다를까.

비슷하지만 다른 규정…미국과 일본은 어떨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은 30거래일 연속 평균 종가 1달러 미만일 경우 기준 미달을 통지한다. 이후 NYSE는 6개월, 나스닥은 180일의 개선기간을 주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추가로 180일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예외 조항이다. 나스닥에선 최근 1년 안에 주식병합을 했거나, 최근 2년 동안 한 차례 이상의 병합으로 누적 비율이 250대 1 이상이 된 기업이 다시 최저주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정규 개선 기간을 받을 수 없다.

NYSE 역시 최근 1년 안에 주식병합을 했거나 최근 2년간 누적 200대 1 이상의 병합을 한 기업이 가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통상적인 개선기간 없이, 거래정지와 상장폐지 절차가 즉시 시작된다. 1달러라는 기준은 유지하되, 그 기준을 반복적인 주식병합으로 우회해 온 이력이 있는 기업에는 회복 기회를 차등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다른 방식으로 기준을 높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TSE)는 2022년 시장구조를 프라임·스탠다드·그로스마켓으로 개편한 이후 그로스마켓의 계속상장 기준을 다시 손질했다. 일본거래소그룹(JPX)에 따르면 현재는 상장 후 10년 이상인 기업에 시가총액 40억엔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2030년 3월 이후 종료하는 사업연도부터는 상장 후 5년만 지나도 시가총액 100억엔 이상을 충족하도록 기준을 강화한다. 기준을 적용하는 시점은 5년 앞당기고, 요구 시가총액은 2.5배로 올리는 셈이다.

그렇다고 기준에 미달하는 순간 곧바로 퇴출시키는 것은 아니다. 새 기준이 적용되는 시점부터 기업에는 원칙적으로 1년의 개선기간이 주어진다. 이 1년은 개별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심사해 차등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기준 미달 기업 전체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유예기간이다. 그 기간에도 기준을 채우지 못하면 관리종목 지정, 정리매매 등의 절차를 거쳐 상장폐지로 이어진다.

이와 관련해 정지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 6월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방안 시행을 위한 상장규정 개정의 의미와 과제' 보고서에서 "미국과 일본은 상장폐지 기준 미달 기업에 대해 개선 절차, 심사, 내부체계 개선 등을 통해 계속상장 적격성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번 우리나라의 개정안은 주요 상장폐지 요건을 정량 기준과 심사·회복 절차 중심으로 명확화했다는 점에서 해외 주요국과 차별화된다"고 분석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 /사진=연합뉴스

한국, 기준은 높이고 회복기간은 짧게

한국의 경우 이번 상장폐지 제도 개편에서 정량 기준을 크게 강화하고, 주식병합이나 감자를 통한 우회를 막았다. 미국의 나스닥과 NYSE가 최근 1∼2년 안의 반복적 병합 이력이 있는 기업에는 정규 개선기간을 주지 않는 것처럼, 한국도 병합·감자로 기준을 형식적으로 충족시켜 온 기업에는 회복 절차 자체를 차단하는 셈이다.

상장폐지 실질심사의 개선기간도 짧아졌다. 최대 2년이었던 코스닥 실질심사 개선기간은 2025년 2월 1년6개월로 줄었고, 이후 규정 개정을 거쳐 다시 1년으로 단축됐다. 여기서 정량적 계속상장 요건이 기업의 실질을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을 수 있다. 특히 코스닥에선 연구개발(R&D) 집약도가 높은 혁신기업·우량기업과, 수익성·재무건전성이 취약한 기업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같은 달 발표한 '코스닥시장 상장종목의 분포상 이질성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과거에 비해 중위기업의 성장성은 둔화된 반면, 상위 연구개발 집약기업군과 하위 수익성 취약기업군이 동시에 확대되면서 시장 내부의 이질성이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가격과 시가총액이라는 동일한 잣대의 비중을 계속 높이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시장가격 하나만으로는 기업의 수익성이나 현금흐름, 재무건전성, 성장성 등이 모두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파이낸셜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 /사진=파이낸셜뉴스

무엇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정치권에서도 정량 기준의 부작용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보완 필요성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난 7월 말 기준 시가총액 200억원 미만 기업이 149곳인데 이 중 흑자기업도 45곳이나 된다"며 "시가총액 기준으로 이를 퇴출 대상으로 가게 되면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들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정책 신뢰성을 감안하면 전면적인 정책 변경은 쉽지 않다"면서도 "미세조정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코스닥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부실기업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기존 원칙도 함께 강조했다.

부실기업의 장기 잔류를 막는 것은 상장시장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가격이라는 하나의 신호만으로 성격이 다른 기업들을 같은 속도로 퇴출시키는 것 역시 시장의 선별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지금 한국 시장에 필요한 것은 퇴출의 속도를 늦추는 것이 아니라, 그 속도를 누구에게 적용할 것인지 가르는 정밀함이다.

[email protected] 김희선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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