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렛잇고'의 마법, 신스틸러 올라프·스벤…무더위 날리는 뮤지컬 '겨울왕국'[이 공연]
[파이낸셜뉴스] "같이 눈사람 만들래?"
활달한 안나가 언니 엘사에게 함께 놀자고 조르는 이 히트곡과 함께 뮤지컬 '겨울왕국'의 막이 오른다. 원작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관객을 아렌델 왕국으로 초대하는 주인공은 어린 안나 역의 정세이와 어린 엘사 역의 정아인이다. 두 배우는 귀엽고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성인 배우 못지않은 가창력·연기력으로 대작 뮤지컬의 출발을 당차게 이끈다.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 '겨울왕국'은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에 이어 크리스틴 앤더슨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가 음악과 가사를, 각본과 공동 연출을 맡은 제니퍼 리가 뮤지컬 극본을 썼다. 2018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으며, 디즈니 역사상 영화 개봉 전부터 뮤지컬 제작이 결정된 첫 작품이다.
뮤지컬은 영화의 이야기를 대담하게 재해석하기보다 관객에게 익숙한 장면과 노래를 무대 위에 충실히 되살리는 길을 택한다.
신비로운 오로라와 얼어붙은 아렌델, 엘사의 얼음 궁전 등 영화의 명장면이 스칸디나비아의 자연과 세계관에 뿌리를 둔 무대·의상 디자인, 영상과 조명, 특수효과를 통해 구현된다.
공연의 진가는 1막 마지막 '렛잇고'에서 폭발한다. 엘사가 무대 가장자리를 둘러싼 나무 장식에 손을 대자 순식간에 얼음이 번져나가고, 무대에서는 얼음 기둥과 궁전이 솟아오른다. 익숙한 명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엘사의 의상이 순식간에 바뀌자 객석에서는 환호와 감탄이 동시에 터졌다. 특히 1만개가 넘는 크리스털 조각이 달린 '아이스 드레스'는 원작 속 엘사가 현실로 걸어 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엘사로 무대에 오른 정유지는 폭발적인 성량과 시원한 고음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첫 대작 뮤지컬 주연이라는 부담 탓인지 1막 초반 연기에서는 다소 경직된 인상도 남겼다.
그러나 아렌델을 떠나 얼음 궁전에 도착한 뒤부터 엘사의 존재감이 커진다. 정유지는 자신을 옥죄던 두려움과 감정의 굴레를 벗어던지는 엘사의 해방감을 '렛잇고'에 힘 있게 실어 보냈다. 절정으로 치닫는 노래와 함께 의상 퀵체인지, 영상·조명, 효과음이 한꺼번에 맞물리면서 1막의 대미를 압도적인 공연예술의 순간으로 바꿔놓았다.
2막에서 엘사의 힘은 위협적이고 장대하게 확장된다. 거센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아렌델 전체가 얼어붙는 장면은 한여름 더위마저 잊게 할 만큼 시각적 쾌감이 크다.
1막의 실질적인 중심축은 안나다. 이날 최지혜는 천진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씩씩한 안나의 매력을 밝은 에너지로 살려냈다.
오랫동안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리는 기쁨을 노래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웃 나라의 열세 번째 왕자 한스와 첫눈에 사랑에 빠져 부르는 '사랑은 열린 문' 등 영화의 인기곡도 생기 넘치게 되살아난다. 특히 '사랑은 열린 문'은 두 사람이 서로의 말과 행동을 맞춰가는 재치 있는 안무와 경쾌한 선율이 어우러지며 관객의 미소를 자아냈다.
훤칠한 키와 외모의 차윤해는 얼음장수 크리스토프의 듬직한 매력을 보여줬다. 최지혜와의 큰 키 차이도 두 인물의 관계스에 설렘을 더하는 요소다.
무대만을 위해 추가된 넘버는 인물의 내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본다. 엘사의 새 솔로곡 '위험한 꿈'과 '괴물'은 자신의 능력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해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드러낸다.
다만 새로 추가된 넘버는 원작의 명곡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는다. 일부 곡은 극의 흐름을 무겁게 만들고, 2막의 시작을 여는 사우나 배경의 코미디 넘버 '휘게'는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지만,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다.
관객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 주인공은 단연 눈사람 올라프다. 천진한 유머와 따뜻한 마음을 지닌 올라프가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졌다. '알라딘'의 지니로 활약한 정원영은 이날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채 올라프 인형을 조종하며 캐릭터와 한 몸처럼 움직였다.
순록 스벤도 기대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배우가 인형 속에 몸을 완전히 감춘 채 네 발로 움직이며 만들어내는 스벤의 걸음걸이와 익살스러운 몸짓은 실제 동물을 보는 듯 생생하다. 크리스토프의 뒤를 따라 성큼성큼 무대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관객의 반응은 뜨겁다.
'겨울왕국'은 영화가 안긴 감동과 추억을 배우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무대 위 마법으로 되살린다. 특히 디즈니 공주 이야기의 오랜 공식을 비틀었던 원작의 미덕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두 자매는 멋진 왕자와의 결혼으로 행복을 완성하지 않는다. 상대를 위해 자신을 내던지는 자매애로 얼어붙은 세계를 녹인다.
한국 초연에는 엘사 역에 정선아·정유지·민경아, 안나 역에 박진주·홍금비·최지혜가 출연한다. 크리스토프 역은 차윤해·신재범, 한스 역은 김원빈·황건하, 올라프 역은 정원영·한규정·이창호가 맡는다. 장기간의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배우와 앙상블, 스윙 등 총 47명이 무대에 오른다.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며, 2027년 부산 드림씨어터 공연으로 이어진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