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똣!" 베트남 덮은 금성홍기...'동남아 월드컵'서 태국 꺾고 2연패[동남아 돋보기]
<4> 베트남의 축구 사랑
김상식호, '라이벌' 태국 꺾고 아세안 현대컵 우승
통산 네 번째 정상...30년 대회 역사상 첫 2연패
올해부터 아세안컵 스폰서 미쓰비시 전기→현대차로
브라질 귀화선수 3인방·혼혈 수문장 활약도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26일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태국을 꺾고 아세안컵 2연패를 달성하자 하노이를 비롯한 베트남 주요 도시가 순식간에 축제의 장으로 변했습니다.
이날 베트남 하노이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세안(ASEAN) 현대컵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은 태국과 2-2로 비겼습니다. 앞서 지난 22일 태국 원정에서 열린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던 베트남은 1·2차전 합계 4-2로 태국을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하노이의 거리는 금성홍기와 붉은색 물결로 뒤덮였습니다. 붉은 티셔츠를 입고 베트남 국기를 흔드는 시민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곳곳에서는 나팔과 차량 경적이 울려 퍼졌습니다. 축구대표팀의 우승을 축하하려는 시민들이 도로를 가득 메우면서 하노이의 밤은 한동안 잠들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뚜언씨는 기자에게 한국에서 왔느냐고 묻더니 "김상식 똣(tốt·훌륭하다)! 김상식 똣!"이라고 연신 외쳤습니다. 20대 여대생 짱씨는 "평소 축구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국가대표팀 경기는 항상 챙겨본다"며 "너무 감격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우승으로 베트남은 아세안컵 통산 네 번째 정상에 올랐습니다. 2008년과 2018년, 2024년에 이어 올해까지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회 30년 역사상 처음으로 '아세안컵 2연패'라는 대기록도 세웠습니다. 2018년에는 박항서 감독이, 2024년과 올해 대회에서는 김상식 감독이 정상에 올려놓으면서 한국인 지도자들이 베트남 축구의 황금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년마다 열리는 아세안컵은 동남아시아 축구 최강을 가리는 대회입니다. '동남아의 월드컵'이라고 불릴 만큼 각국의 자존심이 걸린 대표적인 메가 스포츠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올해부터는 현대자동차가 공식 타이틀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한국 기업과 아세안 축구의 인연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베트남과 태국은 아세안 축구를 대표하는 숙명의 라이벌입니다. 두 팀은 2022년과 2024년에 이어 올해까지 3회 연속 결승에서 맞붙었습니다. 이번에도 두 경기 합계 4-2로 베트남이 웃으면서 양국의 라이벌 구도는 더욱 뜨거워지게 됐습니다.
아세안 축구에는 이 밖에도 역사와 지리적 배경에서 비롯된 라이벌전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맞대결은 '누산타라 더비'로 불립니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경기는 양국을 연결하는 다리인 '코즈웨이(Causeway)'에서 이름을 딴 '코즈웨이 더비'로 불립니다. 1965년 싱가포르가 말레이시아 연방에서 분리된 역사까지 맞물리면서 양국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경기입니다.
이번 우승에서 또 하나 눈길을 끈 것은 베트남 대표팀의 달라진 구성입니다. 브라질 출신 공격수부터 유럽계 골키퍼까지 귀화·혼혈 선수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대표팀의 색깔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공격의 중심에는 브라질 출신 귀화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2024년 9월 가장 먼저 베트남 국적을 취득한 스트라이커 응우옌 쑤언 손(본명 라파엘손)은 이번 대회에서 베트남의 확실한 해결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말레이시아와의 준결승 2차전에서는 교체 투입된 지 30분 만에 혼자 2골을 몰아치며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2025년 10월 귀화한 도 호앙 헨(본명 헨드리오 아라우주)은 2선에서 창의적인 패스로 공격의 물꼬를 텄습니다. 최근 대표팀에 합류한 멀티 공격수 응우옌 타이 록(본명 제오바니 마그노)까지 전방에서 호흡을 맞추면서 브라질 특유의 개인기와 리듬감 있는 공격이 베트남 대표팀에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후방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슬로바키아계 혼혈 출신으로 베트남 국적을 취득한 골키퍼 레장 파트릭은 유럽식 기본기와 뛰어난 반사신경을 앞세워 주전 자리를 꿰찼습니다. 대회 개막 전 미얀마와의 최종 평가전에서 4-0 승리를 이끈 뒤 본선에서도 안정적인 선방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태국과의 결승 1·2차전에서는 상대의 거센 공세 속에서 결정적인 슈퍼세이브를 잇달아 기록하며 우승에 힘을 보탰습니다.
[동남아 돋보기]는 글로벌 공급망과 외교·안보의 핵심 요충지로 부상한 동남아시아의 주요 현안과 비하인드 뉴스를 현지에서 생생하고 깊이 있게 전하는 코너입니다.
[email protected] 김준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