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히말라야 대홍수 1300명 실종...원인은 지진 아닌 빙하 붕괴였다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네팔 165명 사망·826명 실종
中 티베트까지 실종 1300명 넘어
한국인 9명도 연락 끊겨
순례·트레킹 성수기에 피해 키워
"지진 아닌 빙하·암석 붕괴"
온난화에 빙하 감소 속도 2배로

홍수 덮친 네팔 바그마티주. 연합뉴스
홍수 덮친 네팔 바그마티주. 연합뉴스
히말라야 대홍수 1300명 실종...원인은 지진 아닌 빙하 붕괴였다

[파이낸셜뉴스] 중국과 국경을 맞댄 네팔 히말라야 산악지대를 덮친 대홍수로 네팔과 중국에서 1300명이 넘게 실종됐다. 네팔에서만 실종자가 하루 새 350명 가까이 늘었고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특히 홍수가 세계 각국의 순례객과 트레킹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을 덮치면서 외국인 피해가 컸다. 당초 지진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대규모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충격을 지진으로 잘못 관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팔 실종 826명...외국인만 600명

27일(현지시간) 네팔 경찰은 전날 북부 바그마티주에서 발생한 홍수로 826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전날 한때 484명이던 실종자는 신고가 이어지면서 하루 만에 약 350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 약 600명으로 인도와 미국, 영국, 호주, 말레이시아,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등 약 28개국 출신으로 파악됐다.

현지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 있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9명도 실종 상태다. 외교부와 경찰청, 소방청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은 이날 네팔 카트만두로 출발했다.

사망자는 전날보다 8명 늘어난 165명으로 집계됐다. 중국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 지룽현에서도 산사태로 3명이 숨지고 558명이 실종됐다. 네팔과 중국의 실종자를 합하면 1300명이 넘는다. 네팔 경찰 측은 "더 많은 시신이 수습될 것이며 사망자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네팔에서는 교량 80개와 약 40㎞에 달하는 도로가 파손됐고 경찰과 군인 등 보안요원 83명도 실종돼 구조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피해가 유독 큰 것은 재난 지역이 순례와 트레킹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힌두교와 불교, 자이나교에서 신성시하는 티베트 카일라스산으로 향하는 순례객이 몰리는 시기와 겹쳤다. 네팔 관광당국의 앞선 집계에서는 실종자 가운데 카일라스산 순례길에 오른 인도인만 최소 133명에 달했다.

네팔은 현재 몬순(우기)이라 일반적인 히말라야 등반에는 적합하지 않은 시기지만 카일라스산 순례·트레킹은 성수기다. 여기에 네팔 전통 명절을 앞두고 현지인까지 몰리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대홍수 덮친 네팔. 연합뉴스
대홍수 덮친 네팔. 연합뉴스

지진 아니었다, 원인은 빙하 붕괴

참사 원인도 하루 만에 뒤집혔다. 네팔 정부와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처음에는 티베트에서 발생한 규모 4.4 지진으로 빙하가 무너지면서 홍수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네팔 정부는 지진 발생 약 3분 뒤 돌발 홍수가 보고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USGS는 "장주기 지진파와 위성사진 등을 추가로 분석한 결과 지진 에너지는 오히려 산사태로 인해 발생했다"며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정정했다.

대규모 빙하와 암석이 계곡으로 쏟아지면서 강을 가로막은 뒤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자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하류를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 USGS는 빙하 붕괴와 토석류가 하류에 연쇄적인 재앙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히말라야에서 빠르게 진행되는 온난화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약 20억명의 주요 수원인 히말라야에서는 21세기 들어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가 이전보다 2배 이상 빨라졌다. 빙하 두께는 2000년 이전 연평균 약 34㎝씩 줄었지만 이후에는 연간 약 73㎝씩 감소했다. 빙하가 녹으면서 산악 지형이 불안정해지고 빙하호에 물이 불어날 경우 붕괴와 토석류, 돌발 홍수가 연쇄적으로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의 장창궁 기후·환경위험 담당 책임자는 "네팔과 중국 국경 강 상류에 여전히 막힌 부분이 남아있어 두번째 홍수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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