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취업 보장·파격 연봉… 미래 CEO, 신입생 선점부터가 시작 [르포]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LGD 계약학과 입시설명회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매년 30명 뽑아 소수정예 육성
부모·자녀 100여명 몰려 '열기'
최상위 처우에 입시 지형 재편

지난 24일 오후 7시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입시설명회에서 김현재 연세대학교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학과장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커리큘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지난 24일 오후 7시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입시설명회에서 김현재 연세대학교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학과장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커리큘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정원일 기자

"이 중 누군가는 반드시 LG디스플레이의 최고경영자(CEO)로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오후 7시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평일 저녁 시간인데도 연세대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입시설명회장은 자녀의 진학 정보를 얻으려는 학부모 100여명으로 가득 찼다. 퇴근길에 곧장 달려온 듯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을 든 학부모부터 자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은 가족 단위 참석자도 적지 않았다. 커리큘럼과 입시 전형, 졸업 후 진로가 화면에 뜰 때마다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 소리가 이어졌다.

이날 단상에 오른 구지현 LG디스플레이 인사담당 상무가 내놓은 말은 더 파격적이었다. 4년 뒤 입사할 신입사원을 미리 확보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 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업부장으로 성장할 핵심 인재를 대학 신입생 때부터 선점해 직접 키우겠다는 것이다.

'미래 경영진'을 데려오기 위한 조건도 남다르다. LG디스플레이와 연세대가 운영하는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는 매년 30명을 선발한다. 등록금 지원은 물론 학기 중 LGenius 산업장학생 선발을 거치면 LG디스플레이 취업이 보장된다. 이미 재학생 대부분이 취업을 확정받은 상태다. 여기에 입사 시에는 별도 연봉 체계를 적용해 동종업계 최상위 수준의 처우를 제공하고, 매년 특별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시험기간 간식차·군대엔 선물

LG디스플레이가 채용의 출발선을 대학 신입생까지 끌어당긴 것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첨단산업의 '인재 전쟁' 때문이다. 구 상무는 이날 기자와 만나 "과거에도 대학 3~4학년 때 장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재를 선별하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 인재 확보 시기를 더 당겨보자고 생각했다"며 계약학과 운영 배경을 설명했다. 반도체와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의대와 해외 빅테크까지 우수 이공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졸업 직전 채용만으로는 핵심 기술인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회사가 택한 방식은 '소수 정예 장기 육성'이다. 매년 30명만 선발해 대학 입학 때부터 회사와 학과가 학생 한 명 한 명의 성장을 지켜본다. 시험 기간 간식차를 보내고 노트북·태블릿 등을 지원하며, 군 복무 중인 학생에게도 선물을 보낼 정도다. 구 상무는 "30명이라는 규모로 한 명 한 명을 케어하고 우리 쪽의 사람으로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밖에서 10명, 20명을 채용하는 것보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로열티를 갖춘 인재를 키우는 것이 더 의미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취업 보장에 최상위권도 공대로

기업들의 '신입생 선점전'은 LG디스플레이만의 얘기가 아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세대·성균관대·고려대·서강대·한양대 등과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배터리·모빌리티 등 첨단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계약학과 인기도 치솟고 있다. 2026학년도 정시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계약학과 5곳의 평균 경쟁률은 7.16대 1로 전국 의대 평균 6.61대 1을 웃돌았다.

LG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역시 인지도가 높아지며, 총 합격자의 교과성적 컷(학생부 교과 추천형 기준)이 지난해 1.47등급에서 올해 1.24등급으로 올라갔다. 정시 등록자 백분위 70%의 평균 백분위 점수도 96점으로, 전기전자 공학부, 기계공학부보다 높았다. 이는 백분위 기준 상위 약 4% 수준에 해당한다.

한때 최상위권 이공계 인재를 빨아들이던 '의대 블랙홀' 일변도의 입시 지형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는 셈이다. 반도체 호황과 높은 보상, 장학금과 취업 연계까지 맞물리면서 '어느 대학에 가느냐' 못지않게 '어느 산업과 기업으로 연결되느냐'를 따지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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