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자영업 무너지면 지역경제 치명타… "일회성 지원부터 개혁"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 (下)]

김현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방 최고 공실률 19.5%에 달해
전문가 성장형 지원 필요성 강조
일·가정 양립 위한 육아 지원 제안
공공 주도 공실 활용 사례도 주목
해외선 정부가 매입해 창업 지원

자영업 무너지면 지역경제 치명타… "일회성 지원부터 개혁"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 (下)]

폐업으로 인한 자영업 기반의 붕괴가 고용과 지역경제 전반을 흔드는 구조적 문제로 번지고 있다. 가게 한 곳의 폐업은 단순한 개인 사업 실패에 그치지 않고 직원 일자리 감소와 상가 공실 확대, 유동인구 축소, 주변 점포 매출 감소로 이어지며 지역경제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킨다.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폐업이 누적되면서 이른바 '풀뿌리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상공인 정책을 맞춤형·선별 지원을 바탕으로 한 성장형 정책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폐업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일회성보다 성장형 지원으로 변화해야

27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수도권 공실률은 8~10%, 세종을 제외한 지방은 최고 19.5% 수준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상권이 빠르게 취약해지고 있다. 지방 유동인구는 수도권에 비해 지난해 기준 149만명이 적었다. 정부는 향후 지방 인구 급감으로 상권 공동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영업 위기의 핵심으로는 매출 부진 속 비용의 동반 상승이 지목된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뿐 아니라 임대료와 원재료비, 대출이자, 전기·가스요금, 플랫폼 수수료, 광고비, 사회보험료 인상 등 전방위적인 부담을 안고 있다. 이처럼 자영업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단순한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수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소상공인·상생연구실장은 "소상공인이 메가트렌드에 따라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사회안전망 구축, 안전한 창업, 비즈니스 모델의 디지털화를 통한 성장, 지역상권 활성화 및 유지를 제시했다.

우선 젊은 자영업자가 창업을 안정적인 직업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육아 기간 경영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건강 악화 예방을 위한 건강검진 지원도 제안했다. 예상치 못한 일로 폐업할 경우 생계 안정과 재도전 준비를 위한 실업급여(고용보험), 요양급여(산재보험) 가입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상공인 스마트화 지원은 시급한 문제다. 2023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시스템을 활용하지 않는 소상공인 비중이 82%나 됐다. 도입 의향은 5.9%뿐이었다.

정 실장은 "인공지능 전환(AX) 성장 위주의 정책을 추진하되 창업은 온라인이나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유도해야 폐업이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업 소상공인 재취업 지원 필요"

공실 상가 활용과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로 상가를 선매입하는 파리시의 방법을 눈여겨볼 만하다. 선매권은 민간 상가가 시장에 나왔을 때 공공이 우선적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를 활용해 점포를 매입하고 개보수한 뒤 특정 업종의 과밀 집중 조정, 임대인·임차인 간 부동산 계약 거래 조율, 체계적 입점 절차 등을 통해 지역 주민의 생활에 필수적인 업종을 전략적으로 재배치하고 예비 창업자에게는 안정적인 영업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상가 공실 등 상권 문제를 소상공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한 반면 파리는 이를 도시와 지역 공동체의 생존이 걸린 거시적 과제로 보고 공공이 적극적으로 개입·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폐업을 막기 위한 정책만큼 폐업 이후 대응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점포가 문을 닫은 뒤 장기간 비어 있으면 상권 전체가 빠르게 침체하는 만큼 빈 점포를 청년 창업 공간이나 팝업스토어,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창업 지원 역시 단순 자금 공급을 넘어 상권 분석, 수요 검증, 세무·노무 컨설팅까지 포함한 패키지형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정부 정책은 폐업 이후 재창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폐업한 소상공인의 재취업에도 지원이 필요하다"며 "폐업한 소상공인을 채용한 기업이나 가게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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