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자원을 기회로 바꿔… 대기업 찾아오게 만들겠다" [fn이 만난 사람]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변화 이끄는 우상호 강원도지사
'강원 소외론' 넘어서는 전략 필요
중앙정부 지원만으로는 생존 어려워
道 자원 활용해 대기업 들어오게 해야
'반도체 대신 데이터센터로 전환' 성공
취임 한달만에 GS 데이터센터 유치
전담조직 꾸려 신속하게 인허가 지원
상주직원 절반 '지역 인재'로 채울 계획
청정에너지 기반 대기업 추가 유치 구상
도시별 특성 살린 균형발전
강릉 '데이터센터'· 원주 '드론·항공우주'
춘천, 혁신파크 등 기존 계획 추진 속도
원칙있는 조직·인사
산하기관장 임기, 선출직과 일치시켜야
기관장과 임기 맞춰야 도정 제대로 운영
【파이낸셜뉴스 춘천=김기섭 기자】 취임 한 달을 넘긴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도정 철학은 '전략 전환'이라는 네 글자로 압축된다. 중앙정부의 지원을 기다리기보다 강원도가 이미 쥐고 있는 자원을 기회로 바꿔 대기업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4일 만난 우 지사의 구상은 취임 두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벌써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로 발표한 GS그룹의 동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대표적이다. 오랜 세월 강원도를 옥죄던 군사규제와 민통선도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우 지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청정에너지와 넓은 입지라는 강원도의 강점을 앞세워 강릉 데이터센터 등 추가 투자를 끌어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하지만 그가 더 무게를 두는 것은 사람이다. 대기업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일자리에 강원도 청년을 앉히는 데까지 밑그림을 그린다. 유치기업과 손잡고 지역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 상주인력의 절반을 강원도 인재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런 그림은 기업이 문을 열기 전에 인재와 협력회사 생태계를 미리 갖춰야 가능하다. 그가 "준비하는 자가 먹는다"고 말하는 이유다. 완공까지 남은 몇 년을 그 준비에 쏟겠다는 계산이다.
수도권에서 정치를 오래 한 이력은 그의 무기다. 기업 수뇌부와 직접 소통하며 어떤 규제가 발목을 잡는지, 어떤 조건이면 투자가 성사되는지를 꿰고 있다. 강원도 시멘트 회사의 환경규제 형평성 문제를 환경부에 요청해 시정을 끌어낸 것이나 속초 영랑호 고도제한 완화로 리조트 투자를 유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한 달이 지났다. 도정을 이끈 소감은.
▲선거 때부터 강원도가 워낙 열악해 변화를 만들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첨단 대기업을 잇달아 유치하고 필요한 일을 해나가느라 정말 바쁘다. 조금 지나면 보람 있는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도민의 기대가 큰 만큼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하나씩 일을 만들어가고 있다.
―역대 정권 내내 '강원 소외론'이 제기돼 왔다. 오래 정치권에 몸담아온 입장에서 이 현상을 어떻게 봐왔나.
▲소외론이 나오는 건 결국 중앙정부 지원이 부족하다는 뜻인데 지원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오히려 강원도가 가진 장점을 살려 기회로 바꾸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임 도정에서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려 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반도체 공장은 평지 100만평이 필요한데 강원도에는 그만한 평지가 없다. 반면 AI 데이터센터는 평지 10만평이면 되고 투자 규모는 비슷하다. 강점에 맞춰 전략을 바꾸니 기업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강원도의 자원을 활용해 대기업이 들어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이것으로 소외론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산하기관장들에 거취 결단을 요구했다. 배경은.
▲민주주의 원칙을 말한 것이다. 선출직 공직자와 그가 임명하는 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켜야 도정이 제대로 돌아간다. 임기를 지켜준다는 것은 함부로 바꾸지 말라는 뜻이지 가치와 철학이 다른 사람과 억지로 함께 일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특히 선거캠프에 몸담았던 인연으로 들어온 이들은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온 분이 일을 잘하면 계속하면 된다. 다만 강제로 그만두게 할 방법이 없다 보니 철학이 다른 기관장과 도정을 함께 끌어가야 하는 점이 어려움이다. 부산은 조례로 이 문제를 정리했다. 임기를 2년씩 두 번으로 설계하면 선출직 임기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진다. 억지로 그만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임기를 일치시키는 방식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도민이 알아야 하는 만큼 이 주장은 계속할 생각이다. 제 임기를 마칠 때는 산하기관장 임기를 선출직과 깔끔하게 일치시켜 다음 도지사가 누가 되든 편하도록 만들겠다.
―취임 성과로 AI 데이터센터 유치가 두드러진다. 강원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나.
▲GS그룹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동해에 오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를 한 대기업이 처음 들어오는 사례다. 전담조직을 꾸려 신속하게 지원하면서 대기업들 사이에 강원도가 인허가를 빠르게 해준다는 소문이 나고 있다. 발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추가로 오려는 대기업이 늘었다. 핵심은 청정에너지다. 앞으로는 청정에너지를 많이 가진 곳에 기업이 자리 잡게 된다. 강원도는 수력과 태양광, 육상풍력을 두루 갖췄고 나무와 축산 분뇨를 활용하는 바이오매스 같은 새 에너지원 기술도 개발됐다. 이런 자원을 쥐고 있으면 5년에서 10년 안에 대기업이 더 들어올 수 있고 그 일자리에 강원도 청년을 앉힐 수 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우려의 시각도 있다. 어떤 해법을 갖고 있나.
▲그래서 대기업과 연계된 데이터센터만 유치하고 있다. 어떤 산업이 들어올 때는 멀리 보고 기업과 꾸준히 소통해야 한다. 무엇보다 유치가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이 들어올 때 강원도 인재를 어떻게 취업시킬지 협약을 맺어야 한다. 5년간 누적으로 상주 직원이 3000~4000명 규모가 될 텐데 그중 절반을 강원도 인재로 채우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역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야 해 교육과정을 바꿔야 한다. 대기업들도 서울에서 먼 곳에 직원을 두면 이탈이 잦다며 강원도에서 키워주면 좋겠다고 한다. 지역 인재를 쓰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과 중소기업, 상공회의소와 협력체계를 준비하는 것도 그래서다. 준비하는 자가 먹는 것이지 준비하지 않으면 외지 기업이 다 가져간다.
―공약에서 강릉은 데이터센터, 원주는 드론·항공우주 유치가 부각됐다. 춘천에 대한 구상은.
▲도시마다 특성이 다른 만큼 그 특성을 살려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좋다. 춘천은 이전 시정이 준비한 캠프 페이지와 역세권 개발, 혁신파크, 상중도 지방정원 같은 좋은 계획이 많은데 그동안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를 빠르게 추진하도록 돕는 것이 춘천 발전에 더 도움이 된다고 본다. 살기 좋은 도시의 모습을 갖추면서 발전하게 하면 성장 여력이 크다. 바이오에 특화돼 있으니 집중 지원하고 봉의산 둘레길과 구도심 재생으로 도심에 활력을 더하려 한다. 춘천의 수열에너지를 활용한 데이터센터도 제도를 손봐 추진할 수 있도록 협의하고 있다. 춘천만의 변화 모델을 지켜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도민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선거 때 한 이야기는 허투루 한 것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 아래 드린 것이고, 지금 실행되고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업무협약을 맺고 인허가를 진행하고 있어 수십조원대 투자가 이뤄진다. 쌍용 본사 이전과 군사규제 완화, 민통선 조정 등 과거에 없던 변화가 오고 있다. 임기 4년 안에 강원도를 먹고살 만한 고장, 청년이 떠나지 않는 곳,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나아가는 지역으로 만들겠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계획대로 하나씩 성과를 만들어내겠다.
[email protected] 김기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