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하노이 노딜’ 시즌2 안 된다

파이낸셜뉴스
김경수 정치부 부장
김경수 정치부 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기의 만남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북미 정상이 하노이에서 마지막 회담을 가진 뒤 7년9개월 만이다.

아울러 한국, 미국, 중국, 북한 정상들이 참여하는 4자 한반도 평화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협정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종전협정이 체결되면 6·25전쟁 직후 1953년 체결됐던 한반도 정전체제가 73년 만에 종식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된다.

우리 정부는 4자 회담 성사 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전쟁에서 잃어버린 지지율을 한반도 평화정책을 통해 만회하고 11월 중간선거에서도 표를 얻겠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중국도 자국에서 열리는 APEC 기간에 4자 평화회담이 성사될 경우 오랜 동북아 정전체제 종식에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공을 가져갈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녹록지 않다. 초장부터 꿈을 깨긴 싫지만 '하노이 노딜'이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직까지 북한은 협상에 나설 뜻이 전혀 없어 보여서다. 북한은 이미 핵을 가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요구할 핵사찰과 군축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핵사찰을 수용하더라도 핵무기를 폐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 정권의 존립에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북한은 이스라엘이나 파키스탄처럼 비공식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것에 만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이미 57개 핵을 보유한 국가라고 전 세계를 향해 공인을 해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한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고 거부하기까지 했다. 미국이 추구해왔던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인정하는 공식 핵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5개국뿐이다. 북한이 공식 인증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자칫 북한의 사례를 들어 각국이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서는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다.

그럼에도 북한은 이미 충분히 비공식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것에 만족한 듯싶다. 미국과 한국에 아쉬울 게 없는 셈이다. 그러니 잇단 대화 제의에도 콧방귀를 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축소됐지만,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총무부장의 성명을 통해 우리 정부를 향해 조롱만 쏟아내고 있다.

어쩌면 전략 부재가 원인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니 협상이 타결될 리가 없다. 하나의 예로 정전체제가 종전체제로 변하면 주한 유엔군사령부가 해체되는 것이 수순이다. 또한 유엔군사령관을 주한미군사령관이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유엔사 해체 시 조직 변경도 필요하다. 북한 핵사찰 또는 핵군축에 대한 사전 협의도 필수적이다.

반대급부로 북한이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과 주한미군 문제 등도 허심탄회하게 다뤄야 한다. 그렇지만 이들 민감한 사안에 대한 충분한 조율은 덮어두고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하니 잘될 턱이 없다. '하노이 노딜' 시즌 2가 뻔해 보인다.

4자 회담 목표 시한까지 이제 불과 3개월도 남지 않았다. 북한은 시간이 자신들 편이라고 말한다. 반면 우리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북한의 편이 아니라고 맞선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김 위원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평화협상을 논의할 미국 대통령은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과연 시간은 누구의 편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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