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병사 전선서 35분도 못 버틴다"...CIA 국장, 푸틴 측에 종전 압박
랫클리프 CIA 국장 이례적 러시아 방문
푸틴 측근 FSB 국장에 전황 분석 전달
18개월간 추가 점령지 우크라 영토 1% 미만
"군사·경제 더 악화하기 전에 종전 합의해야"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러시아에 직접 보내 전황의 실상을 전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러시아군이 막대한 병력을 잃으면서도 최근 1년 6개월 동안 추가로 차지한 영토는 우크라이나 전체의 1%에도 못 미친다는 분석을 제시하며 더 늦기 전에 종전협상에 나설 것을 압박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현지시간)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이 최근 러시아를 방문해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을 만나 전쟁 상황에 대한 미국 정보당국의 분석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랫클리프 국장이 전달한 평가는 비관적이었다. 러시아군의 대규모 사상자가 이어지는 반면 전선에서는 좀처럼 진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전선에 배치된 러시아 군인의 예상 생존시간이 35분에도 미치지 못하며 최근 1년 6개월 동안 러시아가 추가로 점령한 영토도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1%에 못 미친다는 분석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합친 돈바스 전체를 장악하기 위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드론을 앞세운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막혀 막대한 인명 피해를 감수하면서도 전선을 크게 밀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미국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랫클리프 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의 군사·경제 여건이 더 악화하기 전에 종전 합의를 체결하는 것이 낫다"고 권고했다. 다만 전쟁을 계속할 경우 미국이 추가 제재나 군사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식의 위협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IA 국장이 러시아를 직접 찾아 민감한 전황 분석까지 전달한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우크라이나 종전협상에 시동을 걸면서 정보기관 수장까지 협상 채널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메시지의 전달 상대가 보르트니코프 FSB 국장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CIA는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쟁의 진행 상황과 러시아군의 손실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왔다.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 대통령이 신뢰하는 정보기관 수장을 통해 미국의 냉정한 전황 평가를 전달하면 그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계산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을 신속히 끝내겠다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을 번갈아 만나 중재를 시도했지만 아직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이번 시도가 실제 종전협상의 돌파구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푸틴 대통령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친러시아 정권으로 교체하고 우크라이나를 무장해제하겠다는 근본적인 전쟁 목표를 거두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역시 미국의 군사지원이 줄었지만 러시아가 요구하는 동부 영토 포기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올겨울이 협상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군의 진격이 정체된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에 지속적인 손실을 입히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당국자들은 랫클리프 국장처럼 러시아에 냉정한 전황을 전달할 수 있는 국가안보 당국자를 종전협상에 참여시키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협상을 주도한 스티브 위트코프와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러시아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것과 대비된다.
랫클리프 국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개 특사 역할을 잇달아 맡고 있다. 올해 1월 미군 특수부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뒤 베네수엘라를 방문했고, 5월에는 쿠바를 찾아 미국의 석유 봉쇄에 따른 경제 상황을 전달하며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