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보다 위험한 프랑스, 유럽 국채시장 문제아로
伊 10년물 금리, 올여름 佛보다 낮아져
伊 부채비율 154%→139%로 개선
佛은 114%→117% 되레 상승
내년 대선 앞두고 정치 불확실성까지
"성장·재정·정치 위험 겹친 퍼펙트 스톰"
[파이낸셜뉴스] 과거 유로존 재정위기의 '문제아'였던 이탈리아가 재정 건전성과 정치 안정을 앞세워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는 사이 프랑스가 유럽 채권시장의 새로운 위험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프랑스보다 낮아지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두 나라를 바라보는 금융시장의 평가가 뒤바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유럽 채권 투자자들의 최대 걱정거리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올여름 상당 기간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프랑스보다 낮게 거래됐다. 과거 수년간 이탈리아가 프랑스보다 훨씬 높은 금리를 부담했던 것과 정반대다. 국채 금리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한다는 의미다.
반전의 배경에는 재정이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020년 154%에서 올해 139%로 낮아졌다. 반면 프랑스는 같은 기간 114%에서 117%로 상승했다.
이탈리아는 이자 지급을 제외한 정부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기초재정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프랑스의 재정적자는 GDP의 5%를 넘어섰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집권한 2022년 8%에 달했던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지난해 3%를 조금 웃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이탈리아는 이제 주요 7개국(G7) 채권시장의 모범생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는 2010년대 유로존 재정위기 당시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과 함께 재정이 취약한 'PIIGS' 국가로 묶였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와 달리 멜로니 정부가 강한 재정 규율을 유지하고 정치적 안정까지 이어가면서 평가가 달라졌다.
반면 프랑스에는 재정 악화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쳤다. 내년 4~5월 대선을 앞두고 극좌 성향 장뤼크 멜랑숑과 극우 성향 마린 르펜이 결선투표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유럽 채권시장에서는 시장 친화적이지 않은 두 후보의 대결을 최악의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프랑스 국채 비중을 줄이고 이탈리아로 자금을 옮기기 시작했다. 에블린 고메스리에티 미즈호은행 자산전략가는 프랑스 국채를 전통적으로 많이 보유해온 일본 투자자들의 비중 축소 움직임을 지적하며 "프랑스가 새로운 이탈리아"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프랑스가 성장 둔화와 재정 악화, 정치 불안이라는 3가지 위험에 동시에 노출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로한 칸나 바클레이스 유럽 금리전략 책임자는 "시장 관계자에게 유럽의 약한 고리가 어디냐고 물으면 대부분 프랑스를 지목할 것"이라며 프랑스를 채권 투자자에게 '퍼펙트 스톰'이라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