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달 강수 평년 19%인데 동부 112%… 제주시 저수율 28% '뚝'
제주지점 45.2㎜·평년비 19.2%
구좌 111.9%·성산 109.6% 대조
제주시 저수율 평년 절반 수준
기상가뭄 '정상'… 용수상황은 별개
9월 강수 평년 이하 확률 50%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같은 제주에서도 최근 한 달 동안 내린 비가 평년의 20%에도 못 미친 곳과 평년을 웃돈 곳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강수의 공간적 편차가 이어지는 가운데 제주시 저수지 저수율은 평년의 절반 수준인 28.3%까지 떨어져 농업용수를 중심으로 지역별 물 관리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28일 제주지방기상청의 '제주도 기상가뭄정보'에 따르면 지난 7월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제주 지점 누적 강수량은 45.2㎜였다. 평년 236.0㎜의 19.2%에 불과하다.
추자도도 33.5㎜로 평년의 18.9%, 유수암은 71.5㎜로 23.6%에 그쳤다. 가파도는 평년의 36.1%, 어리목 39.8%, 고산 41.1%, 한림 55.2%에 머물렀다.
반면 제주 동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같은 기간 구좌에는 277.5㎜의 비가 내려 평년 248.0㎜의 111.9%를 기록했다. 성산도 331.6㎜로 평년 302.6㎜의 109.6%였다.
성판악은 412.0㎜로 절대 강수량이 가장 많았지만 평년비는 63.7%였다. 평년 강수량 자체가 지역마다 다른 만큼 실제 강수량과 평년비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한 섬 안에서 나타난 강수 편차는 6개월 누적치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월 27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유수암 누적 강수량은 690.0㎜로 평년의 58.6%, 어리목은 1288.0㎜로 65.0%, 제주 지점은 625.5㎜로 70.9%였다.
반면 구좌는 1150.5㎜로 평년의 113.3%, 성산은 1457.8㎜로 115.0%를 기록했다. 제주남원도 평년의 101.2%였다.
최근 6개월 제주지역 관측지점별 누적 강수량은 한림 603.0㎜에서 성판악 2703.5㎜까지 벌어졌다.
저수지 상황에서는 남북 격차가 더욱 뚜렷하다. 한국농어촌공사 자료를 활용한 제주지방기상청 집계에서 지난 26일 기준 제주시 저수지 총저수용량은 274만4000㎥이며 저수율은 28.3%다.
지난해 같은 시기 43.7%보다 15.4%포인트 낮고 평년 56.1%와 비교하면 27.8%포인트 떨어졌다. 현재 저수율이 평년 수준의 절반가량에 머문 셈이다.
서귀포시는 반대다. 총저수용량 155만2000㎥의 71.5%를 유지해 지난해 58.8%와 평년 64.7%를 모두 웃돌았다. 제주시와 서귀포시 저수율 차이는 43.2%포인트에 달한다.
다만 이런 수치만으로 제주 전체를 '가뭄'이라고 규정해서는 안 된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지난 26일 기준 제주시와 서귀포시 모두 기상가뭄 현상이 없는 '정상' 단계로 분석했다.
기상가뭄과 농업·생활용수 상황은 판단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최근 6개월 누적 강수량을 이용한 표준강수지수 등을 토대로 일정 기간 평균보다 건조한 상태가 지속되는지를 판단한다. 반면 실제 농업용수 사정은 최근 강수 분포와 토양수분, 저수지와 관정의 위치·용량, 작물별 물 수요 등에 영향을 받는다.
올해 기상가뭄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26일까지 기상가뭄 발생일수는 제주시 27일, 서귀포시 18일로 집계됐다.
제주도도 강수 부족이 두드러졌던 지난달 이미 농업 현장의 이상 신호를 확인했다. 지난 7월 23일 도내 39곳의 토양수분을 조사한 결과 11곳이 '부족', 5곳이 '조금 부족'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다음 날부터 농작물 가뭄대책 종합상황실을 가동해 농업용수와 농작물 생육상황을 점검했다.
당근 등 월동채소 파종으로 물 수요가 커지는 동부지역에는 급수탑 개방과 공용 물백 설치, 농업용수 순환급수 등 대응책도 마련했다. 당시 확보한 가뭄 대응시설은 공공관정 904곳과 급수탑 206곳, 양수기 318대, 물백 517개, 송수호스 20.93㎞ 등이다. 가뭄이 심해질 경우 급수차량과 장비를 취약지역에 집중하는 2단계 대응계획도 세웠다.
생활용수 수요도 여름철 물 관리 부담을 키운 변수다. 제주도가 지난 6일 집계한 도내 하루 상수도 공급량은 47만5154㎥로 전체 시설용량 51만5498㎥의 92%에 달했다. 폭염 장기화로 당시 물 사용량은 전년 평균보다 약 9%, 하루 4만~5만t 늘었다.
제주도는 생활용수 공급 안정을 위해 예비 지하수 90공 가운데 70공을 추가 가동하고 오는 9월 30일까지 비상급수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비가 얼마나 내릴지도 변수다. 제주지방기상청의 3개월 전망에서 9월 제주 강수량이 평년 115.1~235.2㎜보다 적을 확률은 50%로 제시됐다.
주별로도 9월 14~20일과 21~27일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을 확률이 각각 50%다. 8월 31일부터 9월 13일까지는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을 확률이 각각 40%로 전망됐다. 10월과 11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각각 40%다.
현재 제주 전체에 공식적인 기상가뭄 경보가 내려진 상황은 아니지만 '가뭄 정상'이라는 지표만으로 지역별 물 사정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최근 한 달 강수량과 저수율이 지역별로 크게 갈리는 만큼 제주시 저수지와 주요 농업지역의 실제 농업용수 공급량, 관정 가동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가을철 당근과 마늘, 월동무, 양배추 등 월동채소 영농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강수 부족이 이어질 경우 농업용수 확보가 생산비와 작황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어 향후 강수와 저수율 변화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