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80㎞로 히말라야 덮쳤다...7분 만에 1800명 사망·실종
빙하 아래 암반까지 한꺼번에 붕괴
초속 50m 토석류 20여㎞ 휩쓸어
392명 사망·1468명 실종
도로·통신 끊겨 헬기에 구조 의존
상류 언색호 수위 상승...추가 홍수 우려
[파이낸셜뉴스] 중국과 네팔 국경의 히말라야를 덮친 대홍수와 산사태로 사망·실종자가 1800명을 넘어섰다. 해발 5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 암반과 빙하가 한꺼번에 무너진 뒤 시속 180㎞의 토석류로 변해 불과 7분 만에 하류를 덮친 것으로 분석됐다. 도로와 통신망이 끊겨 구조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상류에서는 얼음과 암석이 강을 막아 새로운 호수까지 만들어지면서 2차 홍수 우려도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네팔과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 26일 발생한 대홍수와 산사태로 양국에서 392명이 숨지고 1468명이 실종됐다. 네팔에서는 389명이 사망하고 910명이 실종됐으며 중국 티베트자치구에서는 3명이 숨지고 558명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피해가 커진 원인은 엄청난 속도와 파괴력이었다. 중국과학원·수리부 청두 산지재해환경연구소가 위성자료와 현장 영상을 분석한 결과 네팔 고산지대에서 시작된 토석류가 중국 국경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7분이었다.
궈자오청 중국 자연자원항공물리탐사원격탐사센터 지질재해조사감시센터 주임은 "붕괴한 빙하 쇄설류의 이동속도는 초속 50m에 달했다"며 "너무 빨라 사람들이 대응할 시간이 없었고 영향 범위도 20여㎞에 달했다"고 말했다. 초속 50m는 시속 180㎞에 해당한다.
재난의 시작점도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위성사진을 분석한 과학자들은 랑탕 리룽 봉우리 인근에서 빙하 아래 암반이 먼저 무너지면서 거대한 빙하까지 함께 계곡으로 쏟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댄 슈거 캐나다 캘거리대 지질학 부교수는 "단순히 빙하만 무너진 것이 아니라 산비탈 암반의 훨씬 더 큰 부분이 함께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발 약 5200m에서 떨어진 암석과 빙하는 약 3000m의 고도 차를 내려오며 가속됐다. 이 과정에서 얼음 일부가 녹고 빙퇴석과 진흙, 모래까지 휩쓸면서 거대한 토석류로 변했다. 토석류는 강을 막았다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며 하류 마을과 중국·네팔 국경의 주요 육상 관문인 지룽 통상구를 덮쳤다.
사망·실종자가 계속 늘고 있지만 구조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네팔에서는 1만7200여명이 투입돼 1470여명을 구조했지만 수도 카트만두에서 핵심 피해지역으로 이어지는 도로 곳곳이 끊겨 헬기에 의존하고 있다. 교량 80개와 약 40㎞의 도로가 파손됐고 통신과 전력망도 두절됐다.
더 큰 문제는 추가 홍수 가능성이다. 빙하와 암석 등 잔해가 렌데강 상류를 막으면서 새로운 호수가 만들어졌다. 위성사진에서도 라수와가디 국경 검문소에서 북쪽으로 약 18㎞ 떨어진 지점의 물길이 차단된 모습이 확인됐다.
네팔 재난 당국은 호수의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며 하류 주민과 구조대에 위험지역에서 벗어나라고 경고했다. 구조대원 일부도 수색을 중단하고 고지대로 이동했다. 구조대원 파완 코이라라는 "구조 활동을 하려고 왔지만 위험 지역 인근에 머물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도 현재 언색호에 약 200만㎥의 물이 차 있으며 향후 사흘간 비가 내리면 300만㎥가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추가 붕괴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은 르카쩌시 국경지역의 통행증 발급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히말라야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기온 상승으로 빙하뿐 아니라 수천 년 동안 암석과 토양을 붙잡아온 영구동토층까지 녹으면서 고산지대의 지반 자체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올턴 바이어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선임연구원은 "모든 지표가 지구 온난화 추세의 영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암석·얼음·토양·빙하를 지탱하던 영구동토층이 약해지고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