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허위종결 경찰관 "통화했다" 거짓 진술 시인… 전국 31만건 재점검
통화내역·부검결과 제시 뒤 일부 혐의 인정
298건 전수조사… 60대 사건도 유사 허위종결
경찰청 최근 3년 종결 실종 31만건 재점검
다음주 송치·공식 브리핑서 범행동기 공개 예정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에서 실종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혐의로 구속된 경찰관이 "실종자와 통화했다"는 기존 진술이 거짓이었다고 시인했다. 한 경찰관의 허위 사건 종결에서 시작된 파장은 그가 처리한 실종신고 298건을 거쳐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종결된 실종사건 약 31만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경찰 조직 차원의 전수점검으로 확산됐다.
28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된 A 경장은 전날 밤 조사에서 지난 5월 실종신고된 장모씨(37)와 실제 통화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하며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A 경장은 그동안 장씨 사건을 종결하면서 당사자와 연락이 닿았다는 주장을 유지했다. 수사가 시작된 뒤에도 장씨와 통화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해왔다.
진술이 바뀐 것은 경찰이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한 뒤다. 경찰은 통신사 조회를 통해 A 경장과 장씨 사이에 통화 기록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장씨가 최초 실종신고가 접수된 5월 15일보다 앞선 같은 달 12~13일 새벽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부검 결과도 조사 과정에서 제시했다.
A 경장은 이후 그동안 장씨와 통화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거짓이었다는 취지로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 경장이 진술을 다시 번복할 가능성을 고려해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혐의를 인정했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수사의 핵심은 이제 '왜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고 사건을 끝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조사에 투입하고 A 경장의 휴대전화와 경찰 내부 전산자료 등을 분석해 허위종결 동기와 관련 기록을 삭제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현재까지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A 경장은 지난 5월 15일 장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한 뒤 약 2시간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고자에게는 장씨와 연락이 됐고 위치를 가족에게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실제 통화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실종자 관리 전산망 처리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정황이 발견됐다. 경찰은 A 경장이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목록에서 장씨 관련 자료를 삭제하면서 '교통사고 사상' 관련 코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장기 투숙하던 제주시 한림읍 숙소를 나선 뒤 연락이 끊겼다. 이후 실종 104일 만인 지난 24일 숙소 인근 야자수 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의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는 가운데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을 뒷받침할 뚜렷한 정황은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A 경장이 허위로 종결한 것으로 조사되는 사건은 장씨 사건만이 아니다. 지난 7월 2일 접수된 60대 남성 실종신고도 유사한 방식으로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경장은 당시 실종자의 소재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에게 당사자와 연락이 됐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경찰 전산망에는 '소재 발견'으로 처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남성과 A 경장이 실제 통화한 기록도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은 장씨 사건의 허위종결 의혹이 알려진 뒤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지난 22일 숨진 60대 남성을 발견했다. 최초 신고 후 51일 만이었다.
두 사건이 연이어 드러나면서 수사는 A 경장이 처리한 실종신고 전체로 확대됐다.
A 경장은 지난해 3월 실종업무를 맡은 이후 모두 298건의 실종신고를 담당해 종결 처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경찰청은 별도 인력을 투입해 이 사건들의 실종자 소재와 안전이 실제 확인됐는지, 종결 과정에서 허위 입력이나 부적절한 처리가 없었는지를 다시 살펴보고 있다.
문제는 한 경찰관의 일탈을 걸러내지 못한 내부 관리체계에도 있다. 실종자를 직접 만나거나 객관적인 자료로 안전을 확인했는지, 사건을 종결할 근거가 충분했는지를 관리자가 다시 확인하는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반복된 허위종결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는지가 감찰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은 지난 27일 공개 사과하고 도내 실종사건 전반을 다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고 청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그 책무를 저버렸을 뿐 아니라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며 "도내 모든 실종사건에 대해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해 또 다른 과오가 있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전국 단위 제도 개편에 들어갔다. 경찰은 최근 3년간 종결된 실종사건 약 31만건의 처리 적정성을 오는 11월까지 다시 점검한다. 허위 또는 부적정 종결이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되면 재수사에 착수한다.
전화나 문자만으로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사건을 끝내는 '비대면 종결'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담당 경찰관이 직접 실종자를 만나기 어렵다면 실제 소재지를 관할하는 경찰관서가 대신 대면해 안전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향이다.
사건을 종결할 때 관리자 승인 절차도 새로 둔다. 경찰은 실종자의 대면 여부와 신원 확인 과정,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 등을 관리자가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할 방침이다.
야간과 휴일 실종수사 인력체계도 손질한다. 전국 148개 실종전담팀 가운데 111개 팀이 야간 1인 근무체계로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돼 최소 2명 이상이 근무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찰은 A 경장을 상대로 허위종결 동기와 추가 혐의를 조사한 뒤 다음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송치 시점에 맞춰 공식 브리핑을 열어 수사 결과와 범행 경위, 확인된 동기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범행 동기가 밝혀진 것은 아니다"며 "프로파일러 투입과 포렌식 분석 등을 통해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를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