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허위종결' 경찰관 일탈 넘어 시스템 책임으로… 여야 현장행
민주 경찰개혁추진단 한림읍 현장 점검
여성 실종인데 제주청 보고 누락 감찰
담당 경찰관 처리 298건 전수조사 계속
장동혁 대표도 제주행… 재발방지책 압박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실종신고 허위종결 사건이 담당 경찰관 개인의 비위 수사를 넘어 실종사건의 보고·지휘·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따지는 경찰 시스템 문제로 번졌다.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이 28일 사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제주경찰청장을 만난 데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도 같은 날 제주를 찾으면서 정치권의 시선은 '왜 허위 종결을 내부에서 걸러내지 못했나'에 집중되고 있다.
28일 정치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김영진 국회 행정안전위원장과 김영배 행정안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경찰개혁추진단 김남희·이해식 공동단장, 이주희·김동아 위원은 이날 제주시 한림읍의 30대 여성 실종사건 현장을 찾았다.
이들은 실종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 농장과 주변 지형을 살펴보고 경찰 관계자로부터 최초 신고 이후 수색 과정과 시신 발견 경위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현장에서는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확인된 위치와 실제 시신 발견 지점이 달랐던 이유, 농경지와 통행로가 있는 장소에서 발견까지 장기간이 걸린 배경 등을 놓고 질문이 이어졌다.
경찰은 통신사에 기지국 환경 분석을 의뢰한 상태이며, 시신 발견 지점이 기지국 경계에 해당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추진단은 현장 점검 이후 제주경찰청으로 이동해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을 면담했다. 실종사건을 허위로 종결한 과정뿐 아니라 최초 신고 이후 보고체계와 관리자 감독, 재발 방지대책을 집중적으로 확인했다.
김남희 공동단장은 이번 사건을 담당 경찰관 한 명의 일탈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진 위원장도 최초 신고 단계에서 상황을 제대로 판단하고 수색 범위를 확대했다면 사건을 더 일찍 마무리할 가능성이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취지로 경찰 대응을 지적했다.
이번 방문은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지시로 이뤄졌다. 김 대표는 이날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개혁추진단에 "제주 현장부터 바로 달려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지침을 내렸다고 밝혔다. 추진단은 곧바로 제주 일정을 잡았다.
정치권의 관심이 커진 배경에는 담당 경찰관의 허위 기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내부 통제 문제가 있다.
제주경찰청은 현재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의 야간 상황보고서, 이른바 당직일지까지 확보해 감찰하고 있다.
야간 상황보고서는 야간 근무자가 다음 날 오전 퇴근하기 전 주요 사건 처리 내용을 정리해 상부에 보고하는 문서다. 경찰은 실종사건을 허위 종결한 A 경장이 당시 장씨 사건을 당직일지에 누락하거나 부실하게 기재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보고체계도 쟁점이다. 범죄 피해 가능성이 있는 여성 실종 등 주요 실종사건은 일선 경찰서장을 거쳐 제주경찰청까지 보고되는 체계다. 그러나 지난 5월 15일 접수된 장씨의 최초 실종신고는 제주경찰청장에게까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누가 해당 사건을 상부 보고 대상으로 판단했어야 했는지, 어느 단계에서 보고가 누락됐는지는 현재 감찰 대상이다.
전산 기록 차이도 조사 대상이다. A 경장은 임의 삭제가 불가능한 112 신고 처리기록에는 장씨의 범죄 피해 가능성이 낮다는 취지의 내용을 남긴 반면, 자신이 처리할 수 있는 실종자 관리 전산망에서는 장씨를 '교통사고 사상' 관련 코드로 처리해 관리목록에서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쉽게 말해 112 신고 자체의 흔적은 남아 있었지만 실종자 관리시스템에서는 더 이상 추적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처럼 처리됐다는 의미다.
제주경찰은 A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담당한 실종신고 298건도 모두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실제로 실종자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한 뒤 종결했는지, 허위 입력이나 부적절한 종결이 더 있었는지가 조사 대상이다.
현재까지 장씨 사건과 별도의 60대 남성 사건 외에 추가 허위종결이 확인됐다는 수사 결과는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다.
경찰청 차원의 대응도 이미 전국으로 확대됐다. 경찰은 최근 3년간 전국에서 종결된 실종사건 약 31만건을 다시 점검하고, 전화나 문자만으로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한 뒤 사건을 끝내는 비대면 종결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하고 있다.
실종사건을 종결하기 전에 관리자가 대면 여부와 신원 확인, 안전 확인 자료 등을 다시 살펴보는 승인 절차도 강화한다. 제주 사건이 전국 경찰의 실종업무 매뉴얼과 전산 통제, 관리자 책임까지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야권 지도부도 같은 날 제주를 찾는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3시께 정희용 사무총장 등과 함께 장씨의 시신이 발견된 한림읍 현장을 방문한 뒤 제주경찰청으로 이동해 고평기 청장을 만날 예정이다.
장 대표는 앞서 허위로 종결된 다른 실종사건이 범죄와 관련됐는지, 추가 의혹은 없는지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현장을 찾아 고 청장을 면담했다.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같은 날 잇따라 제주를 찾으면서 사건은 지역 경찰서의 부실처리 논란에서 전국적인 경찰 신뢰와 제도개혁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다만 제주 치안 전반을 이번 사건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도 나온다. 제주시을이 지역구인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주를 '범죄도시'처럼 묘사하는 주장에 도민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며 "정치권이 제주 치안에 대한 불안감을 과도하게 키워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이번 정치권 현장 방문의 실질적인 의미는 누가 제주를 찾았느냐보다 경찰이 앞으로 무엇을 밝혀내느냐에 달렸다. A 경장이 처리한 298건 가운데 추가로 부적절한 종결이 있었는지, 장씨 최초 신고가 왜 제주경찰청장 보고에서 빠졌는지, 당직일지 작성과 지휘라인 점검 과정에서 어느 단계의 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는지가 핵심이다.
경찰이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면 이번 사건은 담당 경찰관의 형사책임을 묻는 데서 끝나지 않고 경찰 조직의 보고·감독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