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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는 끝났는데 배운 건 모르겠다"…AI 시대의 공부 [AI 사피엔스-지적 주권을 묻다③]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AI가 줄인 공부 시간의 이면]
요약과 답안 먼저 받아보는 학생들
읽고 묻고 기억하는 과정은 괜찮을까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AI는 강의자료 요약과 보고서 구성, 시험 대비까지 학생들의 공부 방식에 쓰이고 있습니다. 과제는 빨리 끝낼 수 있지만, AI가 정리한 답을 읽는 것만으로 내용을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3부에서는 요약본을 먼저 보고 과제를 완성하는 방식이 학생들의 읽기와 설명, 사고 판단 과정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파이낸셜뉴스] #. 20대 대학생 A씨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강의자료를 인공지능(AI)에 입력했다. 긴 자료를 요약해달라고 요청한 뒤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와 답변까지 받아 정리했다. 시험 전날에는 교재보다 AI가 만든 요약본을 반복해서 읽었다.

비슷한 문제가 시험에 나왔지만, 개념을 자기 말로 설명하라는 질문에는 답하기 어려웠다. A씨는 "보고서는 완성했고 예상 문제도 외웠는데, 막상 설명하려니까 제가 이해한 내용인지 AI가 정리한 내용인지 헷갈렸다"고 털어놨다.

A씨는 과제에서도 AI를 먼저 찾는다. 주제에 맞는 목차를 만들고, 참고할 자료를 정리하고, 문장을 다듬는 일을 AI에 맡긴다. 제출 전에는 원문과 대조하지만, 자료를 처음부터 읽으며 핵심을 정하는 시간은 줄었다. 그는 "예전에는 자료를 읽다가 모르는 내용을 따로 찾아봤는데, 지금은 AI가 정리한 내용을 읽고 틀린 부분만 고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학생들이 AI를 이용하는 범위는 검색과 맞춤법 교정을 넘어섰다. 강의자료를 요약하고, 예상 시험문제를 만들고, 보고서의 순서를 정하는 데까지 AI를 사용한다. 답변을 그대로 제출하지 않더라도 학습 과정의 앞부분을 AI가 맡으면 학생이 직접 읽고 생각하는 시간은 짧아질 수 있다.

요약본부터 보는 학생들

강의자료 요약, 예상문제 작성, 발표문 정리처럼 공부 과정 곳곳에서 AI가 쓰인다. 자료를 처음부터 읽기 전에 핵심을 요약받고, 어려운 개념을 쉬운 말로 바꾸고, 시험에 나올 수 있는 질문까지 받아보는 방식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공개한 '2025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생성형 AI 이용 경험자는 2023년 12.3%에서 2024년 24.0%, 2025년 38.9%로 증가했다. AI 이용자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2023년 41.0분, 2024년 45.9분, 2025년 49.6분으로 늘었다. 해당 조사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는 아니다. 스마트폰 이용자 패널을 대상으로 AI 사용 경험과 이용 시간을 조사한 자료다.

학생들은 AI를 이용하면 공부 시간이 줄어든다고 말한다. 강의자료 전체를 읽기 전에 핵심 내용을 확인하고, 어려운 개념을 쉬운 말로 바꾸고, 시험에 나올 수 있는 질문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어 자료를 읽거나 발표문을 작성할 때도 번역과 문장 정리를 한 번에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요약문을 읽었다고 원문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AI가 만든 답변을 보고 내용을 안다고 생각해도, 근거를 묻거나 다른 사례에 적용하라는 질문을 받으면 답변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 시험에서 요구하는 기억과 이해, 응용 능력은 AI가 만들어준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AI로 쓴 글, 내 공부로 남았나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AI가 학습 과정의 앞부분을 대신할 때 생기는 변화는 글쓰기 과제 연구에서도 나타났다. 학생이 직접 자료를 읽고 문장을 구성하기보다 AI가 만든 글을 먼저 받아보면 과제는 빨리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자기 기억과 이해로 남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 연구진은 2025년 공개한 'Your Brain on ChatGPT' 사전논문에서 AI를 활용한 글쓰기 과제가 인지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대규모언어모델(LLM) 사용 집단, 검색엔진 사용 집단,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집단으로 나눠 에세이를 작성하게 했다. 1~3차 실험에는 54명이 참여했고, 4차 실험에는 18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뇌파 측정과 글 분석, 교사와 AI 평가를 함께 사용했다. 그 결과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집단은 가장 넓고 강한 뇌 연결성을 보였고, 검색엔진 사용 집단은 중간 수준의 인지 관여를 보였다. 반면 LLM을 사용한 집단은 가장 약한 뇌 연결성을 보였고, 자신이 쓴 글에 대한 소유감도 가장 낮았다. LLM 사용자는 자신이 작성한 글을 정확히 다시 인용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다만 이 연구는 사전논문인 만큼 표본 규모와 연구 설계에 대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 결과를 모든 학생의 AI 활용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AI가 만든 글을 먼저 받아보고 고치는 방식이 학생의 기억과 자기 설명 능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참고할 만한 자료로 볼 수 있다.

A씨도 시험 준비 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 AI가 만든 예상 문제를 풀 때는 답을 쉽게 찾았지만,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사례를 접하자 설명이 어려웠다. AI가 정리한 문장을 기억하는 것과, 배운 내용을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능력 사이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목차부터 결론까지 맡기는 과제

AI는 긴 글을 짧게 만들고, 어려운 개념을 풀어 쓰고, 새로운 질문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학생이 AI의 답변을 교재와 비교하고, 잘못된 내용을 직접 찾아 고친다면 복습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AI의 기능보다 사용 과정이 학습 결과에 영향을 주는 이유다.

반대로 주제 선정부터 결론 작성까지 AI에 맡기면 학생이 직접 해야 할 일은 줄어든다. 무엇을 궁금해할지 정하고, 자료가 믿을 만한지 확인하고, 서로 다른 주장을 비교하는 과정은 과제의 부수적인 절차가 아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은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 언어로 다시 구성한다.

그러나 과제가 완성됐다는 사실과 학생이 배운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가 만든 목차와 문장을 다듬어 제출물을 완성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에서 학생이 무엇을 읽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A씨는 다음 과제부터 강의자료를 먼저 읽은 뒤 AI에 질문을 입력하기로 했다. 자료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표시하고, 자신이 생각한 답과 AI 답변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그는 "AI가 정리한 내용을 외우는 것보다, 제가 먼저 무엇을 모르는지 알아야 발표 때 설명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복사·붙여넣기에 익숙해진 교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제미나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제미나이

전문가는 AI가 과제 수행을 빠르게 도울 수 있지만, 학생이 직접 질문하고 판단하는 과정까지 대신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기혜선 리터러시교육문화연구소 소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AI 시대, 학생 윤리 교육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학생들이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방식과 교육 과제를 설명했다.

기 소장은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윤리적 판단 활동을 할 때도 가장 먼저 AI를 찾는다며, "'복사-붙여넣기' 활동에 익숙해져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학생들이 스스로 정보를 생성하려 하기보다 기계에 의존하는 '정보 수용자'에 머무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리터러시 교육에 대해 "AI라는 도구를 단순히 사용하는 능력을 넘어 비판적 성찰과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활용력까지 포함하는 경험적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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