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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한테 묻는 줄 알았다" 에어컨 고장 해결도 뚝딱…일상으로 들어온 AI [AI 사피엔스-지적 주권을 묻다①]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① 일상 속 문제 해결로 들어온 AI]
문제 해결 과정에 가까워진 생성형 AI
추론과 실행 기능으로 넓어진 활용 범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생성형 AI는 검색과 요약을 넘어 글쓰기, 자료 정리, 일정 계획, 문제 해결까지 일상에 들어왔습니다. 기획 [AI 사피엔스-지적 주권을 묻다]는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질문과 기억, 판단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차례로 살펴봅니다. 1부에서는 규칙 기반 AI에서 생성형·추론형 AI, AI 에이전트로 이어진 변화를 따라가며 AI가 인간의 문제 해결 방식과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짚어봤습니다.

[파이낸셜뉴스] #. 40대 직장인 A씨는 주말에 집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자 인공지능(AI) 표시창에 뜬 문구와 집 안의 상황을 입력했다. AI는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전원 상태와 리모컨 설정, 실외기 작동 여부를 차례로 확인하라고 안내했다. A씨가 점검 결과를 입력할 때마다 AI는 다음에 확인할 항목을 바꿨다.

A씨는 검색 결과를 여러 개 열어놓고 하나씩 확인하는 대신 AI와 대화를 이어갔다. 증상을 설명하면 AI가 가능한 원인을 나눠 보여주고, 확인 결과에 따라 다음 질문을 내놓는 방식이었다. A씨는 "예전에는 비슷한 사례를 찾아서 제가 원인을 추려야 했는데, 이번에는 질문에 답하다 보니 원인을 좁혀가는 과정이 보였다"고 말했다.

AI가 사람처럼 보이는 이유는 문장을 자연스럽게 만들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용자의 질문을 해석하고, 부족한 정보를 다시 묻고, 입력된 조건에 따라 답변을 바꾸는 과정이 사람의 문제 해결 방식과 비슷해졌기 때문이다.

말 만들던 AI, 문제 해결까지

초기 인공지능은 사람이 미리 입력한 규칙에 따라 움직였다. 정해진 조건이 충족되면 정해진 답을 내놓는 방식이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면 사람이 규칙을 추가하거나 수정해야 했다. 그러다 머신러닝이 등장하면서 AI는 사람이 입력한 규칙만 따르지 않고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패턴을 찾기 시작했다. 사진 속 사물을 구분하고, 음성을 문자로 바꾸고,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생성형 AI는 여기에 언어를 다루는 기능을 더했다. 사용자가 질문을 완성하지 않아도 앞뒤 문맥을 바탕으로 의미를 추정하고, 필요한 내용을 문장으로 만들어낸다. 자료를 요약하거나 여러 정보를 비교해 설명하는 작업도 가능해졌다.

답변 방식도 달라졌다. 같은 질문이라도 사용자가 추가로 입력한 정보에 따라 설명의 범위와 순서가 바뀐다. AI가 단순히 저장된 답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답변을 만드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다.

최근에는 추론형 모델이 등장했다. 답변을 바로 내놓기보다 문제를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각 조건을 계산한 뒤 결과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수학 문제라면 조건을 분리하고 계산 과정을 거친 뒤 앞선 결과와 뒤의 결과를 비교한다.

사람도 복잡한 문제를 풀 때 먼저 조건을 나누고, 가능한 원인을 비교한 뒤, 결과를 다시 확인한다. AI가 이와 비슷한 작업 순서를 대화형 답변 안에서 처리하면서 인간의 사고 과정과 닮은 모습도 커졌다.

어려운 문제 앞에서 계산 늘린 AI

[보스턴=AP/뉴시스] 컴퓨터 화면에 챗GPT 홈페이지가 표시된 가운데 휴대전화에 오픈AI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3.03.17. /사진=뉴시스
[보스턴=AP/뉴시스] 컴퓨터 화면에 챗GPT 홈페이지가 표시된 가운데 휴대전화에 오픈AI 로고가 보이고 있다. 2023.03.17. /사진=뉴시스

추론형 모델의 변화는 실제 평가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답변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계산 자원을 쓰는 만큼 처리 시간과 비용은 늘지만, 여러 단계의 계산이 필요한 문제에서는 기존 모델보다 높은 점수를 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인공지능연구소(HAI)의 '2025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AI의 추론형 모델 o1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예선 시험에서 74.4%를 기록했다. GPT-4o의 점수는 9.3%였다. 같은 보고서는 o1의 이용 비용이 GPT-4o보다 약 6배 높고, 답변을 내놓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배 길다고 분석했다.

AI가 모든 시험에서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었다. '인류 최후의 시험(Humanity's Last Exam)'은 수학과 물리학, 생물학 등 여러 학문 분야의 난이도가 높은 문제를 모은 평가다. 이 평가에서 최고 성능 모델의 정답률은 8.80%였다.

고급 수학 추론 능력을 평가하는 '프런티어매스(FrontierMath)'에서는 AI가 푼 문제의 비율이 2%에 그쳤다. 자연어 지시나 구조화된 설명을 바탕으로 실제 함수를 작성하는 능력을 보는 '빅코드벤치(BigCodeBench)'에서는 35.5%를 기록했다. 이 평가에서 인간 기준으로 제시된 점수는 97%였다.

세 평가의 결과는 AI가 모든 지적 작업을 같은 수준으로 처리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미 학습한 자료와 비슷한 질문에 답하는 능력과, 처음 접한 문제의 조건을 해석해 해결 방법을 고르는 능력은 같은 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추론형 AI를 단순한 검색 도구로만 보기도 어렵다. 모델은 질문에 포함된 조건을 분리하고, 계산 과정에 따라 답변을 수정하며, 오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을 다시 확인한다. 사용자는 이 과정을 보며 AI가 사람처럼 생각한 뒤 답을 내놓는다고 느낄 수 있다.

답변 넘어 일까지 맡는 AI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AI의 역할은 답변 생성에서 작업 수행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사용자의 목적을 파악한 뒤 필요한 일을 여러 단계로 나누고, 검색·계산·문서 작성 같은 외부 작업을 이어가는 AI 에이전트 기술이 대표적이다.

기존 생성형 AI에 "출장 이메일을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면 문장 초안을 만드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AI 에이전트는 출장 일정과 수신자, 필요한 자료를 확인하고 이메일에 들어갈 내용을 정리한 뒤 사용자의 승인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목표 파악, 작업 순서 설정, 정보 검색, 결과 수정이 순서대로 진행된다. 사용자의 질문에 답하는 기능이 일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작업으로 확대된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AI 에이전트의 부상과 정책과제' 보고서는 생성형 AI가 정보를 만들어내는 '대답하는 AI'에서 문제 해결과 실행 능력을 갖춘 '행동하는 AI'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요구에 따라 의사결정과 학습, 작업 조정을 수행하는 기술로 확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가 사람과 얼마나 비슷해졌는지는 하나의 시험 점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구글 딥마인드 연구진도 2024년 논문 'AGI 발전 경로의 진전을 측정하기 위한 AGI 수준'에서 인공 일반지능의 발전을 성능과 범용성, 자율성으로 나눠 평가하는 틀을 제안했다.

수학 문제를 높은 정확도로 푸는 능력과 여러 분야의 질문에 답하는 범용성, 사용자의 지시 없이 계획을 세우고 작업을 이어가는 자율성은 서로 다른 항목이다. 특정 분야에서 높은 성능을 기록한 AI가 모든 분야에서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AI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AI가 인간 사고를 닮아간다는 말은 사람과 같은 의식이나 감정을 갖췄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AI는 대규모 학습 자료에서 언어와 정보 사이의 관계를 계산하고, 입력된 조건에 맞춰 답변의 순서를 구성한다.

사용자가 체감하는 변화는 이런 계산 과정이 대화 형식으로 나타난다는 데 있다. AI는 질문을 읽은 뒤 필요한 정보를 다시 묻고, 답변을 여러 단계로 나누며, 새로운 입력이 들어오면 설명을 바꾼다. 사람의 문제 해결 과정과 비슷한 순서가 화면에 표시되면서 AI의 작동 방식이 이전보다 사람의 사고에 가까워 보이게 됐다.

A씨가 에어컨 문제를 해결할 때도 AI는 표시창의 문구와 전원 상태, 실외기 작동 여부를 차례로 물었다. AI가 에어컨을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A씨가 입력한 정보에 따라 가능한 원인을 좁히고 다음 점검 항목을 바꿨다. 사용자는 AI의 답변을 읽는 동시에 문제 해결 과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전문가는 AI가 단순히 문장을 만드는 기술을 넘어 인간과 비슷한 방식으로 지식을 얻고 소통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AI 기술의 변화와 AI 에이전트의 발전을 분석한 이경선 KISDI 디지털플랫폼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생성형 AI의 특징을 "인간과 같은(human-like) 방식의 지식습득·소통 능력과 범용적 추론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생성형 AI가 사람이 제시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데이터 간 관계 해석, 논리적 유추 등"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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