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도 운전대를 놓기 싫어진다"...벤츠 S 500 4MATIC Long 타보니 [기똥찬 모빌리티]
10도 후륜조향으로 굽은 길도 유연하게
449마력에도 과시 없는 여유로운 가속
뒷좌석은 이그제큐티브 시트·쇼퍼 패키지
에어매틱 서스펜션 단단함은 호불호 영역
[파이낸셜뉴스]굽은 길이 이어졌다. 오르막에서 스티어링을 감아 들어가자, 5.3m가 넘는 차체가 예상보다 한 박자 빠르게 앞머리를 돌린다. 뒷바퀴가 함께 방향을 트는 감각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대형 세단을 굽잇길에 넣었는데, 몰기 부담스럽기는커녕 오히려 재미가 붙는다. 뒷좌석의 차로만 알던 세단을, 운전석에서 다시 보게 된 순간이다. 부분변경으로 돌아온 벤츠의 플래그십, 더 뉴 S 500 4MATIC Long이다.
지난 20일 강원 영월에서 열린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미디어 시승 행사에서 S 500 4MATIC Long을 몰았다. 영월 '더 한옥 헤리티지'를 출발해 횡성 일대를 왕복하는 코스로, 굽이진 산길과 탁 트인 고속화도로가 번갈아 나타났다. 긴 차체의 움직임과 승차감을 함께 가늠하기 좋은 길이었다.
이번 S-클래스는 부분변경이지만 변화의 폭이 크다. 벤츠는 차량 구성 요소의 50% 이상, 약 2700개를 새로 개발하거나 재설계했다. 범퍼와 램프를 손보는 통상적인 부분변경의 범위를 넘어선다.
외관에서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앞모습이다. S-클래스 역사상 처음으로 조명이 들어오는 일루미네이티드 그릴이 적용됐다. 기존보다 약 20% 커진 그릴 안에 112개의 삼각별을 촘촘히 채우고, 밤이나 어두운 곳에서 빛을 밝힌다. 헤드램프에는 벤츠 엠블럼을 형상화한 트윈 스타 디자인의 디지털 라이트가, 후면에는 세 개의 별을 새긴 시그니처 스타 테일라이트가 들어갔다. 화려하게 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보면 과하기보다 플래그십 세단의 존재감을 키우는 쪽에 가깝다. 최신 디자인의 날렵함과는 다른, 크고 당당한 품격이다.
전장 5305mm, 전폭 1920mm, 전고 1505mm, 휠베이스는 3216mm에 이른다. 길게 뻗은 보닛과 완만하게 떨어지는 지붕선이 거대한 차체에 우아한 비례를 만든다.
시동을 걸고 가속 페달을 밟았다. S 500 4MATIC Long은 3.0리터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조합해 최고출력 449마력, 최대토크 61.2kg·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5초. 최고 성능인 V8의 S 580을 빼면 라인업에서 가장 빠른 가속이다.
의 S 580을 빼면 라인업에서 가장 빠른 가속이다.
그러나 숫자가 주는 인상과 실제 감각은 달랐다. 페달을 깊게 밟아도 튀어 나가듯 반응하기보다, 밟는 깊이에 맞춰 힘이 차분하게 뒤따라온다. 오르막이 이어지는 산길에서도 힘이 부친다는 느낌 없이 속도를 매끄럽게 이어갔다. 9단 자동변속기는 단수를 바꾸는 과정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빠르되 서두르지 않는, S-클래스다운 가속이었다.
주행 모드에 따라 성격도 달라졌다. 컴포트에서는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덮고, 스포츠로 바꾸면 엔진음이 또렷해지며 도로의 감각이 한층 직접적으로 전해졌다. 모든 감각을 푹신하게 덮어버리는 대신, 운전자가 원할 때 도로와 가까워질 여지를 남겨둔 세팅이다.
이 차의 진짜 반전은 굽잇길에서 나왔다. 5.3m가 넘는 대형 세단을 와인딩 코스에 넣는다는 건, 보통이라면 부담부터 앞서는 일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달랐다. 연속된 코너에서 차체가 좌우로 크게 출렁이지 않고, 스티어링을 돌리는 만큼 앞머리가 정확히 따라왔다.
그 중심에 최대 10도까지 꺾이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있다. 저속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와 반대로 움직여 회전 반경을 줄이고, 속도가 붙으면 같은 방향으로 조향해 안정감을 더한다. 긴 휠베이스에서 오는 부담을 뒷바퀴가 나눠 지는 셈이다. 덕분에 좁은 유턴 구간에서도 한 체급 작은 차처럼 방향을 바꿨고, 굽은 길에서는 운전자가 의도한 궤적에서 차체가 벗어나지 않았다. 이 후륜 조향은 20인치 타이어를 끼운 S 500 4MATIC Long에서 최대 10도까지 작동한다.
'회장님 차'라는 별명 탓에 뒤에 앉는 차로만 여겨지던 S-클래스지만, 직접 몰아본 이 차의 매력은 운전석에 있었다. 거대한 플래그십 세단을 긴장 없이, 오히려 재미있게 다룰 수 있다는 점이었다. 큰 차를 모는 수고를 여러 기술이 조용히 나눠 지고 있다는 인상이 시종 이어졌다.
물론 S-클래스의 본업은 여전히 뒷좌석에 있다. 운전대를 넘기고 뒤로 자리를 옮기자 차의 성격이 다시 바뀌었다. S 500 4MATIC Long에는 동승석 뒤 등받이를 최대 43.5도까지 눕힐 수 있는 이그제큐티브 시트가 기본 적용된다. 여기에 앞 동승석을 최대 37mm 앞으로 밀고 40mm 높이는 쇼퍼 패키지가 더해져, 뒤에 앉은 사람의 다리 공간이 한층 넉넉해진다. 열선과 통풍은 물론, 앞좌석 뒤 두 개의 터치 디스플레이로 엔터테인먼트와 화상회의까지 이용할 수 있다. 앞자리에서 또렷하게 읽히던 노면의 감각이, 뒤에 앉자 한 겹 걸러진 안락함으로 다가왔다.
실내를 채운 건 MBUX 슈퍼스크린이다. 14.4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와 12.3인치 동승석 화면을 하나의 유리 아래 이어 붙였고, 운전자 앞에는 별도의 12.3인치 계기판이 놓인다. 벤츠 자체 운영체제 MB.OS를 기반으로 한 최신 MBUX가 적용돼, 무선 업데이트로 기능을 계속 더할 수 있다. 화면이 늘었지만 조작은 직관적이었고, 교차로에서는 전방 카메라 영상 위에 진행 방향을 겹쳐 보여줘 길을 헷갈릴 일이 적었다.
안전 사양도 촘촘하다. MB.드라이브 어시스트는 카메라 10개와 레이더 5개, 초음파 센서 12개 등 27개 센서로 주변을 살피며 차간거리와 차선 유지를 돕는다. 개입이 갑작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 장거리에서도 피로가 덜했다. S 500에는 최대 15개의 에어백과 44도의 온기를 내는 앞좌석 열선 안전벨트까지 들어갔다.
다만 아쉬운 대목도 있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방지턱을 내려올 때 예상보다 단단하게 차체를 잡아, 마냥 푹신한 쿠션감을 기대한 운전자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더 뉴 S-클래스는 총 6개 라인업으로, 가격은 부가세 포함 1억5400만원부터 2억7000만원까지다. 시승한 S 500 4MATIC Long은 2억2000만원이다. 출시를 기념해 S 500 4MATIC Long '스파클링 블랙 에디션'을 140대 한정 판매한다. 지난 5월 시작한 사전계약은 8월 18일 기준 2500대를 넘어섰다.
영월과 횡성의 굽은 길을 하루 종일 오간 뒤 남은 인상은, S-클래스를 뒷좌석의 차로만 규정하기엔 아깝다는 것이었다. 449마력의 힘은 과시 없이 여유롭고, 10도 후륜조향은 거구를 굽잇길에서도 유연하게 다뤘다. 뒤에 앉으면 여전히 최상의 안락함이 기다리지만, 이번 S-클래스는 그 앞에 '직접 몰아도 즐거운 차'라는 한 겹을 더했다. 기사에게 맡기고 뒤에 앉을지, 직접 운전대를 잡을지. 그 행복한 고민까지가 이 차의 값에 포함돼 있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