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변경·역주행 차량 골라 '쾅'…보험금 1500만원 편취한 택시기사[사기꾼들]
법원, 징역 6개월·1년 각각 선고
블랙박스·DTG로 사고 고의성 인정
20여차례 형사처벌 전력에 누범기간 중 재범
[파이낸셜뉴스] 2021년 1월 15일 오후 10시 5분께 서울 서초구 한 도로를 달리던 60대 택시기사 박모씨는 자신의 차로로 들어오는 승용차를 발견했지만 속도를 줄이거나 운전대를 틀지 않은 채 그대로 들이받았다.
박씨는 상대 운전자의 과실로 피할 수 없는 교통사고가 난 것처럼 행세해 보험 접수를 유도했다. 이 사고로 보험사는 박씨와 상대 운전자의 치료비, 합의금, 차량 수리비 등 총 315만1910원을 부담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김범진 판사)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에게 2021년 범행 2건에 징역 6개월, 2024~2025년 범행 2건에 징역 1년을 각각 선고했다. 반면 함께 기소된 나머지 사고 3건은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험사기 범행은 보험회사에 피해를 입히고 궁극적으로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에게 피해가 전가돼 사회적 폐해가 크다"며 "특히 이 사건과 같이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해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의 사기는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실형을 포함해 20여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누범기간 중임에도 자중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그럼에도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 회복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2024년 11월 10일 오후 4시 1분께 서울 용산구에서는 좌회전 직후 유도선을 넘어 진로를 변경하던 차량을 들이받았다.
박씨 차량의 운행기록장치(DTG)를 분석한 결과 사고 직전까지 별다른 감속은 기록되지 않았다. 그는 사고 발생 1초 전에야 브레이크를 밟았고, 속도도 시속 40㎞에서 38㎞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당시 치료비와 합의금, 양쪽 차량 수리비 등 340만4760원이 보험금으로 처리됐다.
박씨는 지난해 3월 2일 오전 0시 20분께 서울 송파구에서도 역주행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상대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좌회전 금지 표시를 보지 못하고 반대 차로에 잘못 들어선 뒤 교차로 진입 전에 멈췄는데, 박씨 차량이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고 경적을 울리며 다가오다 부딪쳤다"고 주장했다. 또 "박씨가 충분히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거리에 있었음에도 굳이 멈추지 않고 다가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 박씨는 '차량을 보고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ABS 작동으로 브레이크가 밀려 충돌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블랙박스 영상과 DTG 자료에는 박씨가 사고 약 7초 전부터 브레이크를 밟고 약 3초 전 경적을 울린 정황이 담겼다. 그럼에도 차량을 제동하거나 공간이 비어 있던 오른쪽 차로로 피하지 않은 채 주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역시 박씨가 충돌 약 2.26초 전 위험을 인지해 반응할 시간이 있었지만 감속하거나 옆 차로로 방향을 틀지 않은 점을 들어 고의로 사고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보험사는 박씨가 청구한 대인·대물 보험금은 지급하지 않았지만 상대 차량 수리비 359만3400원은 부담했다.
이같이 법원이 고의성을 인정한 사고 4건으로 보험사들이 지출한 금액은 총 1522만7730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박씨에게 지급된 금액은 693만3380원이었다.
2023년 1월 사고의 상대 운전자는 "양쪽 차량이 모두 저속으로 달려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사고가 났다"며 "경미한 사고여서 함께 타고 있던 자녀는 병원에 가지 않았지만 박씨는 여러 차례 진료를 받아 보험사기가 아닌지 의심했다"고 진술했다.
이듬해 2월 사고의 상대 운전자는 자신이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은 채 천천히 차선을 바꾸고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보통 운전자라면 경적을 울리거나 속도를 줄였을 상황인데, 박씨는 멈추지 않고 오히려 속도를 올려 들이받았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이들 사고의 유형과 경위가 앞서 고의성이 인정된 사례들과 비슷해 박씨의 고의를 의심할 여지는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블랙박스 영상만으로는 박씨가 상대 차량의 진로 변경이나 충돌 가능성을 언제부터 알아차릴 수 있었는지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국과수도 제출된 블랙박스 영상이 원본이 아니거나 박씨 차량 영상은 제출되지 않은 데다 위험 발생부터 사고까지 걸린 시간도 짧다며 감정 불가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박씨가 해당 교통사고들을 고의로 발생시켰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mail protected] 박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