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개교로 커진 제주형 자율학교"… 2027년 체계 재설계
15개 유형·지정·재정지원 전면 진단
도내 초중고 절반 넘는 규모로 확대
2007년 9개교서 올해 101개교로
5000만원 들여 착수일부터 5개월 연구
성과지표·재지정·지원방식까지 손질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교육자치의 대표 정책인 '제주형 자율학교'의 운영성과와 지원체계를 다시 점검한다. 2007년 9개교로 출발해 도내 초·중·고교의 절반을 웃도는 101개교 규모까지 커진 만큼 학교 수 확대보다 학생 성장과 교육과정 변화, 학교 자율성에 어떤 성과를 냈는지 따져 지정기준과 평가, 재정지원 등 운영체계를 재설계하는 방향이다.
30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제주형 자율학교 종합 진단 및 재구조화 연구용역'을 추진한다.
사업비는 5000만원이며 용역기간은 착수일부터 5개월이다. 입찰은 9월3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고 제안서 평가는 10일, 가격입찰 개찰은 14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연구는 제주형 자율학교 전체가 아니라 2015년부터 2026년까지 최근 12년의 운영성과를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2015~2025년 학교별 자체평가와 종합평가 결과도 함께 들여다본다.
제주형 자율학교는 제주특별법에 근거해 도교육감이 지정하는 교육특례 학교다. 학교와 지역 특성에 맞춰 교육과정을 자율화·다양화·특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학교와 차이가 있다.
학교장은 일부 교육과정과 교과 편성을 달리하고 학년도와 학기, 수업일수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일정 절차를 거치면 일반 교과용 도서 외 국내외 도서도 활용할 수 있다. 교원 배치와 학교 운영에서도 일반학교보다 폭넓은 자율성을 적용할 수 있다.
제도는 2007년 초등학교 5곳과 중학교 3곳, 고등학교 1곳 등 모두 9개교로 시작했다.
올해 3월1일 기준 제주형 자율학교는 초등학교 77개교, 중학교 18개교, 고등학교 6개교 등 모두 101개교다.
다혼디배움학교 28개교와 IB학교 18개교, 문예체학교 12개교를 비롯해 글로벌역량학교, 놀이학교, 디지털학교, 마을생태학교, 미래기술인재학교, 미래역량학교, 발명학교, 세계시민학교, 인성학교, 제주문화학교, 창의융합학교, 건강생태학교 등 모두 15개 유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도교육청의 올해 4월1일 학교현황을 기준으로 제주지역 초·중·고교는 초등학교 120개교, 중학교 45개교, 고등학교 30개교 등 모두 195개교다.
기준일과 학교 집계방식에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자율학교 101개교를 전체 초·중·고교 수와 단순 비교하면 51.8%다. 제주 학교 두 곳 가운데 한 곳 이상이 자율학교인 셈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정책의 질문도 달라졌다. 초기에는 제주특별법을 활용해 학교 현장의 자율성을 얼마나 넓힐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15개 유형이 실제 서로 다른 교육성과를 내고 있는지, 자율학교에 부여한 특례와 재정지원이 학생과 학교, 지역교육공동체의 변화로 연결됐는지를 확인해야 할 단계에 들어섰다.
연구진은 학생 성장과 교육과정 운영, 학교 자율성, 교육공동체 변화, 미래역량 등을 측정할 성과지표와 진단체계를 마련할 예정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간 교육격차, 디지털 전환, 학생 맞춤형 교육 확대 등 달라진 교육환경도 재구조화에 반영한다.
학교별 자체평가와 종합평가 결과가 향후 지정과 지원정책에 실질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성과관리 체계를 만드는 방안도 연구대상이다.
더 민감한 대목은 유형과 지정·지원방식이다. 연구 결과에 따라 현재 15개 유형을 다시 정리하고 신규 지정기준과 지정기간 연장, 재정지원체계 등을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자율학교 입장에서는 이번 연구가 정책평가에 그치지 않고 향후 학교 지위와 지원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도교육청은 연구용역에 앞서 교육공동체 의견수렴에도 나섰다. 지난 7일 제주학생문화원에서 열린 '2026 제주형 자율학교 정책토론회'에는 교원단체와 학부모, 학교 관리자, 교사 등이 참여했다. 제주대학교 고전 교수가 좌장을 맡아 운영 현황 발표와 지정토론,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학교별 특성과 지정 목적을 반영한 유형 재정립과 운영체계 개선, 학생 성장 중심 교육의 내실화, 우수사례 공유·확산, 학교 간 협력 강화, 지속가능한 지원체계 마련 등을 주문했다.
도교육청은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이번 종합 진단·재구조화 연구와 직접 연계한다. 학교에 부여한 자율성이 실제 교육성과로 이어졌는지를 따지는 동시에 학교 자율성과 교육의 공공성이 조화를 이루는 운영모델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이다.
향후 관건은 '101개교'라는 양적 확대가 실제 교육성과와 맞닿아 있는지를 얼마나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느냐다.
학교 규모와 읍면·동 지역 여건에 따라 자율학교 지정이 학생 성장과 교육과정 다양화, 지역 교육격차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고 투입된 재정과 교육성과를 연결할 평가체계도 필요하다. 도내 학교 절반 이상이 자율학교인 상황에서는 일반학교와 자율학교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다시 따져야 한다.
성과가 뚜렷한 유형에는 제주형 공교육 모델로 집중 육성할 근거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자율학교만의 특례와 교육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유형은 통합·재편이나 지원방식 조정이 검토될 가능성이 있다.
연구 결과는 2027년 이후 제주형 자율학교 운영체계 개선과 중장기 발전전략 마련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2007년 9개교에서 시작한 제주 교육자치의 대표 실험이 101개교 시대를 맞아 '확대' 중심에서 '성과와 책임' 중심으로 방향을 바꿀지 주목된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