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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65% 제주, 산업용 전기료 할인서 빠졌다… '실증섬'의 역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남부권 최대 18원·10% 인하
제주 재생 발전비중 65%·육지 8%
실시간시장·재생 입찰제 먼저 실증
한전 "현행요금 유지해 효과 검증"
기업유치 비용경쟁력 보완은 과제로

제주 한림지역 해상풍력발전기들이 해안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2025년 발전량 기준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비중은 65%로 육지 8%보다 8배 이상 높다. 정부는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낮추는 지역 전기요금제를 추진하지만 제주는 전력수급 특수성과 전력시장 실증 등을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진=연합뉴스
제주 한림지역 해상풍력발전기들이 해안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2025년 발전량 기준 제주지역 재생에너지 비중은 65%로 육지 8%보다 8배 이상 높다. 정부는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최대 10% 낮추는 지역 전기요금제를 추진하지만 제주는 전력수급 특수성과 전력시장 실증 등을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육지의 8배가 넘는 제주가 정부의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 할인 대상에서는 빠졌다. 한국전력공사는 제주가 실시간시장과 재생에너지 입찰제 등 새로운 전력시장 제도를 먼저 시험하는 지역인 데다 육지와 다른 전력수급 구조를 갖고 있어 현행 요금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다른 비수도권 기업들이 최대 10%의 전기료 인하 혜택을 받는 동안 제주 기업은 기존 요금을 그대로 부담한다는 점이다. 제주가 국가 전력시장 실증 역할을 맡는 사이 기업유치와 투자 경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대적인 비용 격차를 어떻게 보완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30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공청회를 열고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을 공개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2024년 6월 시행된 지 2년2개월 만에 나온 첫 구체적인 지역요금 설계안이다.

현재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 전기요금에 '지역별 조정요금'을 새로 붙여 전기를 사용하는 지역에 따라 산업용 요금을 달리한다.

적용 대상은 한전 판매량의 51%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력이다. 정부는 전기료 차이가 기업의 공장 입지와 투자지역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전력이 풍부한 비수도권으로 기업과 전력수요를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요금 산정에는 송전비용과 전력자급률, 균형성장 등 3개 기준이 적용된다. 전국을 전력계통 구조에 따라 수도권 남부와 수도권 북부, 중부권, 남부권 등 4개 광역권으로 나눈 뒤 지방우대지수와 산업위기지역 등 균형성장 조건을 적용해 모두 11개 지역으로 세분화한다.

제주는 이 구분에서 제외됐다. 지역별 할인 폭은 최대 18원까지 벌어진다.

수도권 남부는 현재 요금과 같거나 ㎾h당 1원 안팎에서 조정된다. 수도권 북부는 최대 약 10원, 강원·충청이 포함된 중부권은 최대 약 15원 내려간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많이 위치한 남부권은 최대 18원까지 낮아진다. 2025년 산업용 전력 평균 판매단가 181.9원의 약 10%에 해당한다.

정부가 추산한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감소액은 약 2조8000억원이다. 최종 권역 구분에 따라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해상에 조성된 한림해상풍력단지. 100MW 규모로 5.56MW급 풍력발전기 18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이 단지의 발전량을 예측해 하루 전·실시간 전력시장 입찰을 수행하는 재생에너지 입찰 서비스 운영사를 맡고 있다. 제주에서는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바탕으로 실시간시장과 재생에너지 입찰제 등 새로운 전력시장 제도가 육지보다 먼저 실증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 해상에 조성된 한림해상풍력단지. 100MW 규모로 5.56MW급 풍력발전기 18기가 가동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은 이 단지의 발전량을 예측해 하루 전·실시간 전력시장 입찰을 수행하는 재생에너지 입찰 서비스 운영사를 맡고 있다. 제주에서는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바탕으로 실시간시장과 재생에너지 입찰제 등 새로운 전력시장 제도가 육지보다 먼저 실증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그렇다면 같은 비수도권인 제주는 왜 빠졌을까. 한전은 지난 28일 파이낸셜뉴스 질의에 제주를 육지와 다른 '독립계통'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는 육지에서 해저 고압직류송전선로(HVDC)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송전비용이 발생하고 전력자급률도 낮아 육지와 같은 지역요금 산식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오히려 요금 인상 요인이 생길 수 있다는 게 한전의 설명이다.

한전은 제주 제외에 대해 "제주 산업계에 추가적인 요금 인상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눈여겨볼 숫자가 재생에너지 비중이다.

한전에 따르면 2025년 발전량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은 제주가 65%, 육지는 8%다. 두 수치만 보면 제주에서 전력이 넘쳐날 것처럼 보이지만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전력자급률'은 다른 지표다.

재생에너지 65%는 제주에서 생산된 전력 가운데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제주 전체가 소비하는 전력을 도내 발전만으로 얼마나 충당하는지를 나타내는 전력자급률과는 계산 기준이 다르다.

제주가 재생에너지 비중은 높으면서도 육지와 HVDC로 전력을 주고받는 이유다.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은 제주가 새로운 전력시장 제도의 시험무대가 된 배경이기도 하다. 제주에서는 육지보다 앞서 실시간시장과 재생에너지 입찰제 등이 운영되고 있다.

실시간시장은 실제 전력 수요와 발전량에 가까운 시점의 상황을 반영해 전력을 거래하고 공급하는 제도다.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급변하는 태양광과 풍력 비중이 커질수록 필요성이 높아진다.

재생에너지 입찰제는 발전사업자가 다음날 공급 가능한 발전량을 미리 제출하고 실제 전력수급 상황에 맞춰 발전량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천현민 한국전력공사 요금전략처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에서 지역별 요금제 설계안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에 따라 최대 10%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주는 도서지역과 전력수급 특수성, 전력시장 실증 등을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진=뉴시스
천현민 한국전력공사 요금전략처장이 26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공청회에서 지역별 요금제 설계안을 설명하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에 따라 최대 10%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제주는 도서지역과 전력수급 특수성, 전력시장 실증 등을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사진=뉴시스

에너지저장장치(ESS) 중앙계약시장도 제주에서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많이 생산될 때 전기를 저장한 뒤 필요한 시간에 다시 공급할 대규모 저장장치를 장기계약 방식으로 확보하는 시장이다.

소매요금에서도 추가 실증이 검토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제주에서는 시간대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TOU 요금제가 현재 운영되고 있다.

전력수요가 집중되는 시간에 소비를 줄이면 혜택을 주는 '피크세이브 요금제',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을 더 탄력적으로 바꾸는 '동적요금제', 재생에너지 발전이 많은 시간에 전기 사용이나 충전을 유도하는 '재생에너지 충전요금제' 등도 검토되고 있다.

한전이 제주를 이번 지역요금제에서 제외한 또 다른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새 요금제의 효과를 시험하려면 비교 대상이 되는 현재 요금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지역별 조정요금을 먼저 적용해 제주 전체 산업용 전기료가 달라진 상태에서 시간대별 요금 실증을 하면 전력사용량 변화가 지역 할인 때문인지, 실증요금의 가격신호 때문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진다는 설명이다.

한전은 "제주에서 추진 중인 실증사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려면 비교 기준이 되는 현행 요금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역별 요금을 적용한 뒤 실증하면 효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제주가 일종의 전력시장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는 이유는 앞으로 더 분명해진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국 재생에너지 설비를 2023년 약 30GW에서 2038년 121.9GW까지 확대하는 경로를 제시했다. 약 4배 규모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진다. 비중이 커질수록 실시간 가격과 ESS, 수요조절, 재생에너지 입찰 같은 유연한 시장제도가 중요해진다. 이미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65%에 달하는 제주에서 먼저 문제를 경험하고 제도를 시험한 뒤 육지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게 한전의 구상이다.

한국전력이 26일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산정안.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에 따라 최대 10% 낮추는 구조로 남부권은 ㎾h당 최대 18원, 중부권은 최대 15원, 수도권 북부는 최대 약 10원의 인하가 예상된다. 반면 제주는 도서지역과 전력수급 특수성을 이유로 할인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자료=한국전력공사
한국전력이 26일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산정안. 비수도권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에 따라 최대 10% 낮추는 구조로 남부권은 ㎾h당 최대 18원, 중부권은 최대 15원, 수도권 북부는 최대 약 10원의 인하가 예상된다. 반면 제주는 도서지역과 전력수급 특수성을 이유로 할인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자료=한국전력공사

그러나 기업의 시각에서는 다른 문제가 남는다. 지역 전기요금제가 시행되면 남부권 기업은 ㎾h당 최대 18원, 중부권은 최대 15원, 수도권 북부도 최대 10원의 요금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제주 기업의 전기료가 오르지는 않더라도 다른 지역의 요금이 내려가면 상대적인 가격 차이는 생긴다.

특히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 자체를 기업의 비수도권 투자와 공장 이전을 끌어내기 위한 정책수단으로 제시한 만큼 제주에서는 기업유치 인센티브 측면의 비교가 불가피하다.

한전은 다른 비수도권의 최대 10% 인하에 상응하는 제주지역 별도 산업용 요금 할인이나 구체적인 보완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제주에서 검토 중인 새로운 소매요금제도 아직 실증 전이거나 검토 단계인 제도가 포함돼 있어 실제 산업용 고객의 요금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현재로서는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제주 제외가 영구적인 결정으로 확정된 것도 아니다. 한전은 "제주에서 실증 결과가 충분히 축적된 이후 육지의 지역별 요금체계에 포함할지, 제주 특성에 맞는 별도 요금체계를 마련할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제주가 풀어야 할 과제는 두 갈래다. 높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활용해 미래 전력시장 제도를 먼저 검증하는 국가적 테스트베드 기능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비수도권보다 기업의 전력비 경쟁력이 약해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

정부와 한전은 공청회 의견수렴과 권역 확정, 고시·전기요금약관 개정 등을 거쳐 연내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도입을 추진한다.

제주의 실증 역할을 기업의 비용 부담과 분리할 수 있는 요금제나 투자 인센티브가 후속 설계에 포함될지가 제주 산업 경쟁력의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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