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김병기 수사' 1년 공전 끝에 한달 내 결론…시험대 오른 경찰 수사력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김병기 의혹 수사, 1년째 결론 못 내려
수심위, 서울경찰청에 수사 결단 촉구
경찰 중립·수사권 조정 후 보신주의 비판
"수사 시한제·지휘부 책임제 도입 시급"

각종 비위 의혹을 받는 김병기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월 10일 서울 마포구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열린 7차 피의자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각종 비위 의혹을 받는 김병기 무소속 의원이 지난 4월 10일 서울 마포구 공공범죄수사대에서 열린 7차 피의자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김병기 무소속 의원의 각종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년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경찰의 수사 역량과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보다 못한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한 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것을 지시한 가운데 김 의원 송치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5일 정기회의를 열고 김 의원 사건을 안건으로 상정해 "1개월 이내에 수사를 신속히 처리하라"고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에 지시했다. 불가피하게 수사 기간을 늘려야 한다면 명확한 이유를 밝히고 마감 기한을 새로 정해 승인을 받도록 했다. 위원회 지시에 강제성은 없으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배척하기는 어렵다. 주로 수사 절차나 결과의 적정성을 검토하는 수심위가 특정 사건의 처리 기한까지 시한부로 못 박아 수사를 촉구한 것은 경찰의 자정 기능과 수사 의지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수심위 소집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지난달 31일 "고발인과 피고발인에 대한 조사가 끝났음에도 11개월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신청서를 제출해 성사됐다. 김 의원은 공천 헌금, 차남의 대학 편입 개입, 장남 국정원 채용 특혜, 배우자의 법인카드 유용 등 13가지 혐의로 입건돼 지난 4월까지 총 7차례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넉 달이 지나도록 수사팀은 처분을 미뤄왔다.

이처럼 전현직 정치인 관련 수사가 '늑장 수사'로 전락하는 근본 원인으로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심화된 책임 회피형 수사 관행이 지목된다.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오히려 거물급 사건에서 '결단'을 내리지 않고 방치하는 부작용이 고착화됐다는 얘기다. 과거에는 검찰의 수사 지휘나 송치 요구에 따라 시한 내 사건을 넘겨야 했으나 현재는 경찰 수사 지휘부가 결정을 미루더라도 이를 강제로 제재할 법적 수단이 마땅치 않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스스로 수사 종결권을 쥐게 되자 수사를 신속히 끝내 성과를 내기보다는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을 손에 쥐고 시간을 끌며 면피할 타이밍을 잡는 나쁜 관행이 생겼다"며 "결국 수사권은 커졌는데 책임감은 후퇴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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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 현장 간부들과 경찰 지휘부 간의 거리감, 인사권을 쥔 정권과 거대 야당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는 조직적 한계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사관 개인이 소신 있게 구속영장을 신청하거나 송치 의견을 내더라도 고위직 인사에 민감한 수사 지휘부가 결재를 미루면 수사는 그 지점에서 즉시 멈춰 선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치적 국면이나 선거철이 바뀔 때까지 수사를 지연시키는 것이 조직 내부에서는 가장 안전한 생존 전략으로 통한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여기에 수사 지연의 여파가 형사사법 체계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며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명확한 결론 없이 수사가 장기화되면 정쟁만 심화될 뿐 아니라 경찰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권 독립의 취지가 '정치적 중립과 성역 없는 수사'에 있음에도 현장의 미온적 대응이 스스로 수사권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수사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수사 시한제 도입과 지휘부 책임제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을 앞두고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나 영장 반려를 피하려다 보니 완결성에 집착해 결단이 늦어졌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금융범죄나 복잡한 회계 부정 사건도 아닌 공천헌금·청탁 의혹을 11개월간 쥐고 결론을 안 내려 정치적 부담에 밀려 결론을 미룬 꼴이 됐고, 스스로 '늑장·눈치 보기 수사'라는 논란과 함께 역량에 대한 의구심만 키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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