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제주 바다 지켰습니다"… 제주해녀 은퇴식, 현직 63%가 70세 이상
성산포수협서 '명예로운 은퇴식'
현직 해녀 1년 새 252명 줄어
70세 이상 1500명… 전체 63%
2015년 4377명서 2371명으로 감소
은퇴 예우·신규해녀 전승도 과제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한평생 숨을 참고 제주바다를 누빈 해녀들이 물질을 내려놓았다. 현직 제주해녀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70세를 넘고, 10년 사이 전체 인원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상황에서 열린 은퇴식은 한 세대의 퇴장을 기리는 동시에 해녀문화 전승이라는 과제를 다시 보여줬다.
30일 제주특별자치도해녀협회 등에 따르면 전날 서귀포시 성산포수협 3층 연회장에서 '2026 제주해녀 명예로운 은퇴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양홍식·한동훈 제주도의원, 고관범 성산포수협조합장, 지역 어촌계장, 해녀 가족 등이 참석했다.
오랜 기간 바다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들에게 공로패와 꽃다발을 전달하고 현역 활동을 마무리하는 이들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해녀에게 '은퇴'는 직업 하나를 그만두는 것과 의미가 다르다. 제주해녀는 별도의 산소공급장치 없이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고, 어촌계 공동체를 중심으로 어장을 관리해왔다. 물질 기술과 바다 지식, 공동체 규범이 세대를 거쳐 전해지면서 2016년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은퇴식의 무게가 커지는 배경에는 빠른 고령화가 있다. 제주도가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조사한 현직 해녀는 2371명이다. 2024년 2623명보다 252명, 9.6% 줄었다. 2015년 4377명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2006명이 감소했다. 감소율은 45.8%에 달한다.
연령구조는 더 가파르다. 50세 미만은 105명, 50~69세 766명, 70~79세 1077명, 80세 이상 423명이다. 70세 이상이 1500명으로 전체 현직 해녀의 63%를 차지한다. 현직 해녀 3명 가운데 2명 가까이가 70세 이상이다.
고령화는 해녀 개인의 안전 문제와 해녀문화의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흔든다. 물질은 잠수와 부상, 해류 대응을 반복하는 고강도 노동이다. 나이가 들수록 심폐기능과 체력 저하에 따른 위험이 커질 수 있어 무리한 조업을 줄이고 적절한 시점에 은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중요하다.
반대로 고령 해녀의 은퇴가 빠르게 이어지는 동안 새로 물질을 시작하는 인원이 이를 채우지 못하면 공동어장 관리와 기술 전승의 기반도 약해진다.
제주도는 올해 해녀 지원에 235억원을 투입해 의료비와 고령 해녀 지원, 안전장비 보급, 신규 해녀 육성 등 29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은퇴해녀를 존중하는 문화도 전승정책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주도와 해녀협회는 지역별로 명예로운 은퇴식을 열고 장기간 물질을 이어온 해녀의 삶을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예우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서 열린 은퇴식에서는 옹포·비양·귀덕1리 등 어촌계 소속 해녀 32명이 현역 활동을 마무리했다.
성산지역 역시 은퇴를 '물질의 끝'으로만 보지 않고 가족과 마을을 지켜온 해녀의 노동과 공동체 역할을 기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위성곤 제주지사는 "평생 제주바다를 일궈온 해녀들의 헌신에 감사드린다"며 "해녀 정신과 삶의 가치를 미래세대에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제주해녀협회도 은퇴 이후 해녀들의 건강한 노후를 지원하고 해녀문화가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록과 전승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고령 해녀가 안전하게 물질을 내려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과 젊은 세대가 새롭게 바다로 들어갈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일이 동시에 필요해진 셈이다.
현직 해녀 2371명 가운데 1500명이 이미 70세를 넘은 제주에서 은퇴식은 이제 한 개인의 직장 은퇴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한 시대의 해녀를 제대로 예우하면서 그들이 지켜온 바다와 기술, 공동체를 누구에게 어떻게 물려줄지 답해야 하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