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청년 2950명, 76년 전 전장으로… 해병 3·4기 '6·25전쟁영웅'
1950년 8월 청년·교사·학생 자원입대
9월1일 산지항 떠나 인천상륙작전 참전
여성 126명 지원… 75명 현역으로 복무
보훈부 '8월 전쟁영웅' 선정패 전달
제주해병대의 날 26회째 호국정신 기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76년 전 전쟁의 한복판으로 향했던 제주 청년 2950여명이 국가가 기억하는 6·25전쟁영웅으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전쟁 발발 두 달 만에 학생과 교사, 평범한 청년들이 해병대 3·4기로 자원입대해 인천상륙작전과 서울탈환작전 등 전세를 뒤집은 주요 전투에 뛰어든 역사다.
제주특별자치도는 30일 제주종합경기장 한라체육관에서 '제26회 제주해병대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해병대 3·4기 참전용사의 희생과 호국정신을 기렸다.
행사는 제주도와 해병대사령부, 대한민국해병대전우회가 공동 주최하고 해병대전우회 제주특별자치도연합회가 주관했다.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송영훈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을 비롯해 해병대 관계자와 전우회원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행사의 의미를 더한 것은 국가보훈부의 '이달의 6·25전쟁영웅' 선정이다.
국가보훈부는 2026년 8월 이달의 6·25전쟁영웅으로 해병대 병 3·4기생을 선정했다. 6·25전쟁이 발발한 지 불과 두 달 뒤인 1950년 8월5일 제주지역 청년과 교사, 학생 등 1700여명이 해병대 3기로 입대했다. 같은 달 30일에는 1250여명이 4기로 뒤를 이었다.
제주에서만 모두 2950여명이 짧은 기간에 해병대원이 됐다. 당시 제주에는 해병대사령부가 주둔하고 있었다. 자원입대한 이들은 제주농업중학교와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부대 등에서 신병훈련을 받은 뒤 전선으로 향했다.
4기생에는 여성 지원자 126명도 포함됐다. 미혼 여교사와 제주로 피란 온 여성 등이 지원했고, 별도의 훈련을 거쳐 75명이 현역으로 복무했다. 해군통제부와 참모부대, 진해 해군병원 등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해병대 3·4기생은 1950년 9월1일 제주 산지항을 떠났다. 출정 뒤 인천상륙작전과 서울탈환작전을 비롯해 원산상륙작전, 도솔산전투, 장단·사천강지구전투 등 6·25전쟁 당시 해병대 주요 전투에 잇따라 투입됐다.
특히 9월15일 시작된 인천상륙작전은 낙동강 방어선까지 밀렸던 전세를 뒤집은 작전이었다. 제주에서 출정한 젊은 해병들도 이 작전과 이후 서울탈환 과정에서 전투부대의 한 축을 맡았다.
제주해병대의 날이 9월1일을 중심으로 기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주도는 해병대 3·4기생이 산지항을 떠난 1950년 9월1일을 기념하고 참전용사의 희생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2001년 제주해병대의 날을 지정했다. 올해가 26번째 행사다.
이날 기념식에 앞서 해병 혼탑 참배가 진행됐고, 제주해병대의 날 제정취지문 낭독과 '이달의 6·25전쟁영웅' 선정패 수여, 유공자 표창 등이 이어졌다.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은 해병대 3·4기생을 대표해 문상선 해병대3·4기전우회장에게 선정패를 전달했다.
권 장관은 "해병대 3·4기생은 인천상륙작전과 서울탈환작전 등 주요 전투에서 대한민국을 지킨 주역"이라며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국가가 끝까지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문상선 회장은 76년 전 출정 당시를 떠올렸다. 문 회장은 "전쟁터로 떠나던 날의 뜨거움을 아직 기억한다"며 "함께 싸우고 긴 세월을 견뎌온 3·4기 동지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은 제주에서 자원입대한 해병 3·4기생을 해병대 역사와 전통을 세운 주역으로 평가했다. 주 사령관은 "나라를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자원한 제주도민들의 희생이 오늘의 대한민국과 해병대를 만들었다"며 "선배 해병들이 남긴 정신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위성곤 지사는 "평범한 제주 청년들이 76년 전 산지항을 떠나 조국을 지키는 전장으로 향했다"며 "그들의 용기와 희생을 제대로 기억하고 예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참전세대의 역사를 미래세대가 이어갈 수 있도록 제주가 가진 호국의 기록과 가치를 지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