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건산연, "8·13대책은 긍정적, 문제는 낮은 착공률"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건산연 8·13정책 평가 보고서… 올 상반기 착공 달성률 24.2% 그쳐
선분양 구조상 금융·세제 등 수요 진작책 병행 주문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수도권에 연평균 29만4000호를 짓겠다는 정부 목표가 최근 착공 실적에 비춰 만만치 않은 과제라는 진단이 나왔다. 국내 주택 공급이 수요자 자금에 기대는 선분양 구조인 탓에 금융·세제 같은 수요 측 수단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물량 목표가 착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착공 실적은 연간 목표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3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산연은 '8·13대책의 주요 내용과 평가' 보고서에서 정부의 8·13대책에 대해 "공급 확대라는 방향성은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금융·세제 등 정책 수단 간 정합성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 주택 착공은 6만5000호에 그쳐 9·7대책이 제시한 올해 연간 목표 26만9000호의 24.2%를 채우는 데 머물렀다. 서울만 떼어 보면 19.3% 수준이다. 지난해 수도권 착공 물량 역시 16만7000호로 8·13대책 연간 목표치의 56.8%에 해당했다.

2010∼2025년 16년 동안 수도권 연간 착공이 29만4000호를 웃돈 해는 2015∼2017년과 2019년 등 네 해에 그쳤다. 건산연은 앞으로 5년간 최근 5년 평균(18만1000호)의 1.5배를 넘는 물량이 매년 나와야 목표에 닿을 수 있다고 봤다. 최근 5년간 수도권 착공의 83.4%를 민간이 맡은 만큼 민간 건설·개발시장의 회복 여부가 목표 달성의 최대 변수로 꼽혔다. 남은 하반기에 행정력과 금융 지원을 집중해 집행 속도를 끌어올리고, 초기 단계에서 흔들림 없는 추진 의지를 시장에 심어야 한다는 제언이 뒤따랐다.

건산연이 수요 측 보완을 강조한 근거는 분양 구조에 있다. 보고서는 "국내 주택공급은 수요자 자금을 활용하는 선분양 구조가 대부분"이라며 "실효성 있는 수요 진작책이 없으면 사업자의 개발 자금조달 여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대규모 공급 로드맵의 실현 가능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보고서는 "실제로 수요 진작책을 병행한 독일(연 40만호)·영국(연 30만호)도 공급 목표 달성률이 50∼70% 수준에 그쳤다"며 "공급 정책만으로 목표를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책은 9·7대책의 135만호에 2030년까지 12만호+α를 더해 임기 내 수도권 147만호+α로 목표를 높인 것이다. 추가분은 공공택지 5만7000호+α, 도심 공급 확대 5000호+α, 민간 금융·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5만9000호+α로 짜였다. 임기 이후까지 계산에 넣으면 추가 공급 효과는 23만호+α까지 늘어난다.

매매·전세·월세가 동시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6·27대책과 9·7대책, 10·15대책, 올해 8·3세제개편안에 이어 다섯 번째 종합대책을 내놨다. 공급을 늘리고 속도도 높이겠다는 신호를 시장에 미리 보내려는 조치라는 것이 건산연의 해석이다.

공급 속도를 높이기 위한 핵심 장치는 택지 조성 기간을 절반가량으로 줄이는 '최단기 착공모델'이다. 서울 강서와 남양주 도심, 경기광주역세권2 등이 대상 지구로 3∼4년 내 착공이 목표다. 다만 건산연은 37개월 착공모델이 일부 제도 개선을 전제로 설계된 만큼 후속 정비가 뒤따르지 않으면 부지 조성 기간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3기 신도시에서도 지구별 편차가 컸다. 후보지 발표부터 첫 부지조성공사 착공까지 인천계양은 40개월가량 걸린 반면 남양주왕숙과 하남교산은 54∼57개월이 걸렸다. 보고서는 "보상·이주·철거 등 현장 여건에 따라 사업 기간이 크게 달라지는 만큼 지구와 블록별 핵심 지연 요인을 찾아 집중적으로 해소하는 현장 중심의 사업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심 정비사업을 두고는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등은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그러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등 사업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핵심 쟁점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고 짚었다.

용적률 인센티브의 적용 범위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법적상한용적률 1.3배 특례가 공공 정비사업에만 적용돼 민간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며 "사업 시행 주체가 아닌 공공성과 성과를 기준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공급 일변도를 넘어 수요와 금융, 세제, 임대차, 도시계획을 함께 묶는 접근이어야 수도권 공급의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있고, 정책 목표도 단순한 물량 확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8·13대책은 지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기근 국무조정실장,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이 함께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다. 금융 대책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과 자금 공급 확대, 청년 등 실수요자 지원, 올해 가계부채 총량관리 방안 등이 담겼다.

발표 직후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등 건설·주택업계는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라며 환영 입장을 냈다. 다만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와 이행 점검 등 후속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국토부와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건설업계와 정례 간담회를 열어 PF·건설사 금융애로 해소센터 가동 방안을 논의했고, 금융위는 8·13대책의 금융지원 과제 가운데 이달 안에 추진할 수 있는 11개를 먼저 이행하기로 했다. [email protected]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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