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선제적 금리 인상이 원화 면역력 높여… 환율 추가 하락 여지"
[파이낸셜뉴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의 선제적인 금리 인상이 원화의 대외 충격 흡수력을 높였다고 평가하며, 미국 내 투자 계획도 차질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 총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도중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결제은행(BIS) 재직 시절 매년 참가했던 잭슨홀 회의를 한은 총재 자격으로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환율은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포함해 모든 지표를 수렴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라며 "이제 어떠한 충격에도 상당 부분 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하락한 1372.5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 총재는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과 함께, 최근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과 수출업체의 달러 매도 증가 등을 원·달러 환율 안정의 단기적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연간 최대 2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합의가 환율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신 총재는 "대미 투자 합의는 여건이 되지 않으면 그보다 적게 투자하거나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지난달 기준 외환보유액이 4270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 총재는 케빈 워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대해 "지난 7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당시보다 메시지가 훨씬 명확해졌다"고 평가하며, 오는 9월 15~16일 열리는 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워시 의장이 물가가 목표치(2%)를 크게 상회하고 오래 지속됐으며, 이를 다룰 수단은 정책금리라는 논리를 정립했다"며 "중앙은행의 역할을 명확히 한 점에서 7월 기자회견과는 확연히 달랐다"고 덧붙였다.
포워드 가이던스(사전 정책방향 제시) 폐지 과정과 관련해서는 워시 의장과의 친분이 영향을 미쳤음을 밝혔다. 신 총재는 "워시 의장과 말을 아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으며, 이번 연설에서 워시 의장은 중앙은행과 시장 간 양방향 소통의 중요성을 다룬 본인의 논문을 인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도입된 한국형 점도표에 대해서는 "그렇게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1년 뒤 금통위원들과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미 금리차와 관련해 신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우리가 무조건 따라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리 격차를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추종하지는 않을 것이며, 하반기에도 금통위의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독자적인 통화정책 추진을 시사했다.
이 밖에 신 총재는 한국은행의 디지털 화폐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이 이번 심포지엄에서 모범 사례로 수차례 언급되었다고 전했다. 다만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추진 중인 국채 매입 등 행정부 정책 이슈는 중앙은행 총재 중심의 행사 특성상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