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각

[강남視角] 데이터센터가 美 중간선거 좌우할까

파이낸셜뉴스
윤재준 국제부 부장
윤재준 국제부 부장

약 2개월 후 실시될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AI에 대한 전망은 경제에 큰 기여를 하거나 대량 실직자 유발과 금융시장 타격 가능성 등 엇갈리고 있다. 그동안 데이터센터 건설 찬성론자들은 수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전기와 수돗물 사용 급증에 소음과 대기오염을 유발할 것이라며 장밋빛 약속과 달리 이득이 없을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수준에 오른 정보기술(IT) 관련 기업들이 환경적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 내 수십개 도시와 카운티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이 일시 중단됐으며, 여러 주에서도 금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점점 많은 주에서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고, 소속 정당과 상관없이 지지하는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내에도 한계가 오고 있다. 이미 식료품과 기름 가격 상승을 겪고 있는 미국 유권자들은 전기요금까지 오르는 것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퓨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2021년 미국인들의 37%가 신기술이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이 우려된다고 응답했으나 이제는 절반을 넘었다. 데이터센터가 물을 많이 소비하는 것을 두고 풍자도 생기면서 코미디언들은 소변 모으기 운동을 하자고 농담을 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AI 기업 오픈AI가 대표적 경합주인 오하이오주의 파이크카운티에 건설할 한 대형 데이터센터가 소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 10GW는 800만가구가 1년에 사용하는 전기와 맞먹는 규모다. 그동안 펜실베이니아주에서만 데이터센터 100여개 건설이 추진돼왔다. 오는 2028년 미국 대선 도전을 의식하고 있는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경우 전기의 생산과 송전 비용을 부담하고 지역주민 고용, 엄격한 절수와 환경기준을 준수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지난달 뉴욕 주지사 캐시 호컬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1년 동안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금지하는 모라토리엄에 서명했다. 데이터센터에 친화적이었던 텍사스주에서도 반대 여론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주지사 그레그 애벗은 건설 조건으로 기업에 전기 인프라 구축비용을 부담하고 물 재사용을 요구했다.

AI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경제적 효과를 내세우며 설득에 나서고 있다. 오픈AI는 물 사용을 최소화하고 에너지 비용을 부담할 것이며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를 약속했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11월 중간선거까지 기다리지 않고 에너지를 다량 소비하는 데이터센터의 건설을 지지하는 관리들을 직위해제시키기 위한 운동을 벌써부터 시작하고 있다. 인구 약 12만1000명인 미주리주 인디펜던스시에서는 1500억달러(약 208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세금 감면에 찬성표를 던진 한 시의원 직위해제를 위해 시민 1200명 이상이 서명해 9월 1일 투표가 실시된다. 오클라호마주 유콘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업체에 토지를 매각한 시장의 직위해제 여부를 11월 중간선거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사회주의 성향인 무소속 연방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는 "대형 기업에 맞설 배짱이 없는 공직자는 물러나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기술혁신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며 막아서도 안 되지만 사회적 비용 전가와 부의 불평등을 방치한 채 추진되는 기술 혁명은 결국 정치적 반발과 사회적 대립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미국 정치권과 빅테크 기업은 단순한 로비활동이나 표를 얻기 위한 운동을 넘어 AI가 가져올 성장의 결실을 어떻게 공정하게 배분하고 사회적 충격을 완화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유권자 앞에 내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미국 중간선거의 결과는 향후 수십년간 미국 경제와 AI 기술 생태계의 향방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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