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도시 원주 도약 위해… 의료기기 인프라에 AI 입힐 것"[로컬 포커스]
의료기기 산업 이미 기반 갖춰
우수한 기업·기관·대학 한자리
신흥MST와 역대급 투자 협약
의료 AI의 발전 가능성 엿본 셈
10월 '시민주권담당관' 신설
각계각층 모여 정책 결정할 것
'소각장 문제' 첫 번째로 논의
【파이낸셜뉴스 원주=김기섭 기자】취임 2개월을 맞은 구자열 원주시장이 원주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축으로 '인공지능 첨단도시'를 꺼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산업 기반에 인공지능을 얹어 원주를 의료 인공지능 산업의 선도 도시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집무실에서 만난 구 시장은 취임 소회를 묻는 말에 들뜬 기색 없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뿐"이라며 담담하게 운을 뗐다.
그가 첨단도시의 근거로 꼽는 것은 원주가 이미 갖춘 탄탄한 기반이다. 원주는 전국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산업 집적지인 데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우수한 의료기관과 대학이 모여 있다. 그는 이 위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을 더하면 의료 인공지능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원주시 단일 기업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사된 신흥MST 투자협약은 그 가능성을 보여준 신호탄으로 제시했다.
첨단도시와 함께 그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축은 '시민주권시대'다. 시민이 주인이고 시장은 시민이 고용한 대리인이라는 뜻으로, 행정이 아니라 시민이 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결정 구조를 아래에서 위로 뒤집겠다며 민선8기의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았다. "몇몇이 닫힌 방에서 결정하지 말고 열어놨다면 사회적 갈등이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시민의 포용력에 기반한 정체성 있는 도시, 원주천을 되살린 정원도시라는 밑그림을 더해 세 갈래 방향을 제시했다. 구 시장은 이런 구상을 임기 동안 단계적으로 실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ㅡ취임한 지 2개월이 됐다. 지금 심경은 어떤가.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덤덤하다. 공약했던 다양한 약속에 책임을 지고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시장의 권한이 대단하다는 식의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도에서 나름의 위치에서 일해봤기 때문에 시스템이나 일하는 방식이 낯설지 않다. 오히려 하나의 지자체를 맡다 보니 예산과 재정, 지역마다 다른 특수성을 풀어가야 하는 과제가 크게 느껴진다. 제가 모셨던 분이 겸손과 소통에 방점을 둔 리더십이어서 그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오로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ㅡ시정 철학으로 '시민주권시대'를 내걸었다. 어떤 의미를 담았나.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시민이 주인이고 시장은 시민이 고용한 대리인이라는 관계를 이해하면 된다. 행정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의견이 정책의 출발이 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이다. 그동안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는 결정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해 갈등이 컸다. 시민주권이라는 말을 주민들에게 설명하면 봇물 터지듯 그동안 중단됐던 이야기를 꺼내며 기대를 나타내는 분이 많다. 중요한 정책일수록 더 많이 듣고 논의해 시민의 뜻이 실제 정책과 예산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겠다.
ㅡ철학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뒷받침하는 틀이 필요할 텐데.
▲의지 표명과 구조 설계는 다른 문제여서 조직부터 바꾸려 한다. 10월 조직개편에서 시민주권담당관을 신설하고 그 아래 시민주권시대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37만 시민이 모두 참여해 결정할 수는 없으니 연령과 계층, 성별, 전문가 등 다양한 구성으로 위원회를 꾸릴 예정이다. 민감한 사업을 이 위원회 테이블에 올려 시민이 참여하는 구조 안에서 합리적 결정을 내리게 하겠다. 과거 정부가 원전 유지·중단을 공론화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한 방식과 비슷한 틀이다. 행정이 시설 하나를 지을 때도 마찬가지다. 정작 쓰는 사람은 시민인데 규격이 맞지 않아 못 쓰는 시설이 의외로 많다. 설계 단계부터 준공까지 실제 이용자에게 물어 점검하면 예산 낭비도 줄고 시민도 만족한다.
ㅡ그 위원회에서 가장 먼저 다룰 현안은 무엇인가.
▲소각장 문제가 첫 번째가 될 것 같다. 반대 의견이 상당히 많은 한편 우리 동네로 유치하겠다는 의견도 꽤 있다. 화장장이 지역 주민의 일자리와 수익으로 이어지는 모델을 만든 것을 본 영향이다. 이런 민감한 사업을 저 혼자나 몇몇의 결정으로 밀어붙이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시민이 참여하는 틀을 만들어 그 안에서 논의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상시적으로는 주민자치회가 마을 의제를 발굴하고 어떻게 풀지 결정하는 역할까지 하도록 키우겠다. 지금의 주민자치위원회는 동네 프로그램만 운영하는 수준인데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이런 훈련이 쌓이면 시민 스스로 지역의 방향을 결정하는 힘이 길러진다.
ㅡ앞으로 원주시가 어떤 도시로 성장하길 바라나.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정체성 있는 도시다. 원주는 전국에서 드물게 인구가 조금씩 느는 도시인데 그 바탕에 시민의 포용력이 있다고 본다. 토지를 완간한 박경리 선생, 생명사상의 장일순 선생 등 근현대의 가치 있는 인물이 많은 만큼 이런 자산을 엮어 '포용 성장 도시'라는 정체성 위에 문화 콘텐츠를 얹고 싶다. 둘째는 의료기기에 인공지능을 더한 첨단도시, 셋째는 원주천을 되살린 정원도시다. 원주천만 해도 지금은 그냥 걷는 정도인데 예산을 적게 들이고도 정원으로 바꾸는 기술이 있다. 잘 만들어놓은 둘레길도 주변을 꽃밭과 꽃나무 숲으로 가꾸면 그 자체가 정원이 된다. 다른 도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원주가 선도 도시가 될 수 있다.
ㅡ세 가지 가운데 첨단도시 구상이 특히 눈길을 끈다.
▲과거에는 반도체에 몰입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원주는 이미 전국 최대 규모의 의료기기 산업 집적지이고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우수한 의료기관과 대학을 갖췄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을 더하면 의료 인공지능 산업을 선도할 수 있다. 최근 신흥엠에스티와 맺은 투자협약은 원주시 단일 기업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의료기기와 디지털헬스케어, 바이오 분야 우수기업을 유치하고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병원이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 연구개발과 창업, 투자, 인재 양성이 맞물려 돌아가야 산업이 지속된다. 이런 선순환을 갖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의료 인공지능 도시로 키우겠다.
ㅡ결국 관건은 청년이다. 이런 산업 기반이 일자리로 이어져 청년이 떠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청년을 붙잡는 길도 결국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있다. 인구를 억지로 늘리기보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 문화, 교통이 균형 있게 갖춰지면 청년과 인구는 자연히 따라온다. 무엇보다 청년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관건이다. 제2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서원주 역세권을 중심으로 연구소와 연구개발센터, 스타트업을 모아 '제2의 판교'로 키우려 한다. 군 유휴부지를 활용한 우주항공 드론 기업 유치도 강원특별자치도와 협의하고 있다. 여기에 오래 방치됐던 옛 교도소와 종축장 부지를 시민광장과 문화·창의산업 거점으로, 옛 원주역과 중앙동 일대를 문화성장지구로 되살리면 청년이 일하고 즐기며 머물 수 있는 도시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