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중국인 '입덕'에...베트남 농가, 커피밭 엎고 두리안 키운다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국 두리안 열풍에 베트남 재배지 5배 껑충
"커피보다 수입 7배"...태국 제치고 중국 최대 공급국으로

2024년 4월 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상인이 판매용 두리안을 손질하고 있다. EPA연합외상
2024년 4월 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상인이 판매용 두리안을 손질하고 있다. EPA연합외상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커피로도 먹고살 수 있지만, 부자가 되려면 두리안을 심어야 합니다."
베트남 중부고원 지대인 닥락성의 농부 팜 쑤언 란은 자신의 농장을 둘러보며 AFP통신에 이같이 말했다. 20년 전 커피나무 사이에 두리안을 심기 시작한 그는 이제 400그루에서 연간 60t의 두리안을 생산한다. 올해 예상 수입은 약 7만6000달러(약 1억491만원)로, 커피만 재배했을 경우의 1만달러보다 크게 많다. 두리안으로 자동차를 사고 자녀들에게 집을 마련했으며 가족을 위한 별장도 지었다.

31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폭발적인 두리안 수요가 베트남 농가의 작물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베트남 농업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베트남의 두리안 재배 면적은 5배 이상 늘어 약 20만㏊에 달했다. 특히 중부고원은 세계 커피 생산량의 약 6분의 1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커피 산지지만, 농가들이 두리안으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

베트남이 중국 두리안 시장에 공식 진출한 것은 2022년 양국 간 무역협정 체결 이후다. 이후 수출이 급증하면서 2025년에는 물량 기준으로 태국을 제치고 중국의 최대 두리안 공급국이 됐다.

중국의 수요가 열풍 수준으로 커진 것이 배경이다. 중국의 신선 두리안 수입액은 2025년 약 75억달러(약 10조3537억원)로 2015년보다 12배 가까이 증가했다.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는 틱톡의 중국판인 더우인을 중심으로 두리안 먹방과 리뷰 영상이 확산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의 공급 경쟁, 물류망 개선으로 가격까지 낮아지면서 소비층도 넓어졌다.

베트남 두리안 수출액은 2021년 1억8000만달러에서 올해 40억달러(약 5조522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물량의 약 90%가 중국으로 향한다.

농가들은 고소득을 기대하며 리6(Ri6), 무상킹(Musang King), 도나(Dona) 등 고급 품종 재배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수확철인 8~10월이면 닥락성 도로가 두리안을 실은 트럭으로 가득 찰 정도다.

하지만 '두리안 대박'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재배면적이 급격히 늘면서 공급 과잉과 품질 저하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도 이달 농가에 과잉생산과 품질관리 실패 위험을 공식 경고했다.

두리안은 커피보다 재배도 까다롭다. 적정 습도와 물, 비료를 세심하게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란은 두리안 농사를 "아이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실제로 두리안으로 갈아탔다가 다시 커피로 돌아온 농민도 있다. 닥락성 농부 훙은 5년 전 커피를 모두 두리안으로 바꿨지만 2년 만에 다시 커피를 심었다. 훙씨는 "요구되는 품질을 맞출 수 없었다. 실패했다"며 "다시는 두리안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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