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개혁위 첫 권고..."범죄피해자, 보호 대상 넘어 권리 주체로"
피해자 전담경찰관 정원 259명...70개 경찰서엔 없어
국선변호 지원 확대·수사지휘 기록 강화...경찰청, 3개월 내 이행계획
[파이낸셜뉴스] 경찰 수사개혁위원회가 범죄피해자를 단순한 보호·지원 대상에서 형사사법절차상 실질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주체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를 위해 경찰청부터 일선 경찰서까지 피해자 보호 전담체계를 구축하고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조력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제시했다.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는 31일 제6차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범죄피해자의 지위·보호·지원 강화를 위한 경찰 수사체계 개편'을 첫 권고안으로 의결했다.
김남준 위원장은 "제도가 존재함에도 피해자가 자신의 사건에서 이를 실질적인 권리로 체감하고 행사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며 "피해자가 사건 정보를 제공받고 의견과 증거를 제출하거나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주요 처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범죄피해자의 형사사법절차상 실질적 참여 지위 확립 △경찰 수사·대응 역량 강화 △경찰청부터 전국 경찰서까지 이어지는 피해자 보호·지원 전담조직 체계 구축 △경찰서를 기본 접점으로 한 통합지원 연계체계 구축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강화 등 5가지를 권고했다.
우선 현행 범죄피해자보호법을 피해자의 지위와 권리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하는 기본법으로 발전시키고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률에 구체적인 권리 행사 절차와 국가기관의 이행 의무를 마련하도록 했다. 입법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피해자 보호·지원 규칙과 범죄수사규칙 등 경찰청 자체 규정으로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은 먼저 반영하도록 권고했다. 위원회 측은 경찰청도 이 같은 방향에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경찰의 수사 역량도 강화하도록 했다. 사건 초기 증거 확보와 위험성 판단을 강화하고, 중요한 수사지휘의 경우 근거와 기록을 남겨 수사지휘의 책임성을 높이도록 하는 내용이다. 위원회는 이 같은 조치가 일선 경찰관에게 책임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수사지휘를 둘러싼 논란을 줄이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에서 시도경찰청, 일선 경찰서까지 이어지는 피해자 보호 전담조직도 구축하도록 했다. 현재 경찰서 피해자 전담경찰관 정원은 259명으로, 전국 262개 경찰서 가운데 3급지 경찰서 70곳에는 전담경찰관이 배치돼 있지 않다. 다만 위원회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제시하지 않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적정 인력을 확보하도록 방향을 제시했다.
전담조직이 법률·의료·심리·복지 등 피해자 지원을 직접 맡는 것은 아니다. 범죄 발생 초기 피해자를 접하는 경찰이 필요한 지원을 파악한 뒤 법무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 지원기관 등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위원회 측은 "경찰이 피해자 보호·지원 업무를 다 하거나 주도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며 초기 대응과 기관 간 연계를 책임 있게 수행하기 위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는 특정 죄명에 한정하기보다 범죄와 피해의 중대성, 반복성, 보복 위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도록 했다. 경찰이 초동 단계에서 피해자의 위험성을 판단해 법무부와 협조하고, 필요한 경우 최초 조사 전부터 국선변호사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위원회는 최근 발생한 사건들도 이번 권고의 배경으로 들었다. 장윤기 사건과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 제주 장기실종 사건 등을 통해 사건 초기 판단과 수사, 지휘·사건관리, 피해자 보호가 서로 분리될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이날 위원회는 제주 장기실종 사건과 관련해서도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를 보고받았다. 다만 다음날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예정된 점을 고려해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위원회는 향후 다른 권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를 검토해 반영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권고에 따라 3개월 이내 세부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자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사항부터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위원회는 자문기구인 만큼 권고를 강제할 법적 권한은 없지만 향후 경찰청의 수용·이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입법 등이 필요한 사항은 내용에 따라 내년 상반기 또는 내년 말까지 추진하도록 시한을 제시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