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가족·영화팬이 공연장으로…'겨울왕국'이 바꾸는 뮤지컬 관객 지도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관객층 넓힌 뮤지컬 '겨울왕국'
배우 팬덤 중심의 대작과 달리
다양한 연령·성별 공연장 찾아
이미 검증된 IP 인지도에 더해
압도적 무대 연출로 시선 강탈
올라프·스벤, 신스틸러 활약도

얼음장수 크리스토퍼 역의 차윤해(오른쪽)와 순록 스벤. 에스앤코 제공
얼음장수 크리스토퍼 역의 차윤해(오른쪽)와 순록 스벤. 에스앤코 제공
뮤지컬 '겨울왕국'의 신스틸러 '올라프'를 연기하고 있는 정원영.
뮤지컬 '겨울왕국'의 신스틸러 '올라프'를 연기하고 있는 정원영.

1000만 관객을 모으며 스크린을 강타한 인기 지식재산권(IP)이 국내 뮤지컬의 관객 지형을 바꾸고 있다. 2024~2025년 '알라딘'에 이어 '겨울왕국'이 한국어 공연으로 장기 흥행에 도전하면서 배우 팬덤과 마니아층을 넘어 가족과 영화팬까지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익숙한 이야기와 음악으로 진입 장벽을 낮춘 대형 IP 뮤지컬이 성장세가 주춤한 국내 뮤지컬 시장에 새 관객을 공급할지 주목된다.

■스크린의 마법을 무대로

"같이 눈사람 만들래?" 활달한 안나가 언니 엘사에게 함께 놀자고 조르는 익숙한 노래가 울려 퍼지면, 관객은 단숨에 아렌델 왕국으로 쑥 들어간다. 어린 안나 역의 정세이와 어린 엘사 역의 정아인은 또랑또랑한 목소리와 성인 배우 못지않은 가창력·연기력으로 대작 뮤지컬의 출발을 당차게 이끈다.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국내 초연 중인 '겨울왕국'은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음악을 만든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와 로버트 로페즈 부부가 작사·작곡을, 영화 각본과 공동 연출을 맡았던 제니퍼 리가 뮤지컬 극본을 썼다. 2018년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했다.

뮤지컬은 원작을 대담하게 재해석하기보다 익숙한 장면과 노래를 충실하게 되살리는 길을 택한다. 오로라와 얼어붙은 아렌델, 엘사의 얼음 궁전 등이 무대·의상 디자인과 영상·조명, 특수효과를 통해 구현된다.

공연의 진가는 1막 마지막 '렛잇고' 넘버에서 폭발한다. 엘사가 손을 대자 무대 곳곳에 얼음이 번지고 얼음 기둥과 궁전이 솟아오른다. 노래가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엘사의 의상이 순식간에 바뀌자 객석에서는 환호가 터졌다. 1만개가 넘는 크리스털 조각으로 장식된 '아이스 드레스'는 원작 속 엘사가 현실로 걸어나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날 엘사로 무대에 오른 정유지는 1막 초반 다소 경직된 인상을 남겼지만 얼음 궁전에 도착한 뒤부터 존재감을 키웠다. 폭발적인 성량과 시원한 고음으로 자신을 옥죄던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엘사의 해방감을 힘있게 전달했다.

1막의 실질적인 중심축은 안나다. 최지혜는 천진하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씩씩한 안나의 매력을 밝은 에너지로 살려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와 '사랑은 열린 문' 등 영화의 인기곡도 생기 넘치게 되살아났다.

무대를 위해 추가된 엘사의 솔로곡 '위험한 꿈'과 '괴물'은 자신의 능력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해칠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죄책감을 보여준다. 다만 새 넘버가 원작의 명곡만큼 강한 인상을 남기지는 않는다.

신스틸러는 눈사람 올라프와 순록 스벤이다. 정원영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채 올라프 인형을 조종하며 캐릭터와 한 몸처럼 움직였다. 배우가 인형 속에서 네 발로 움직이는 스벤의 걸음걸이와 익살스러운 몸짓도 실제 동물을 보는 듯 생생하다. '겨울왕국'은 영화의 감동과 추억을 배우들의 목소리와 무대 위 마법으로 되살린다. 두 자매가 왕자와의 결혼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사랑으로 얼어붙은 세계를 녹인다는 원작의 미덕도 여전히 빛난다.

■가족·영화팬… 관객 넓히는 인기 IP

이날 공연장에서는 어린이 단체 관람객과 가족 단위 관객이 특히 눈에 띄었다. 인기 IP 뮤지컬은 기존 배우 팬덤 중심의 기존 대작과 달리, 가족과 뮤지컬 관람 경험이 적은 관객까지 비교적 쉽게 끌어들인다는 강점이 있다.

신정아 클립서비스 이사는 31일 "'라이온 킹' 내한공연과 한국어 공연인 '알라딘' '겨울왕국' 모두 관객 연령과 성별 분포가 한층 고르게 나타났다"며 "이는 뮤지컬 고관람층뿐 아니라 관람 경험이 적거나 처음 공연장을 찾은 관객의 비중이 높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인터파크 예매 자료에 따르면 '겨울왕국' 관객은 30대가 36%로 가장 많았고 20대 27%, 40대 24%, 50대 7%, 10대 5% 순이었다. 남성 관객도 30%를 차지했다. 인터파크 예매자에 한정된 수치지만 30∼40대와 가족, 남성 관객까지 저변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 공연도 대중과의 접점을 확대한다. '알라딘'은 서울에서 7개월, 부산에서 약 3개월 공연했다. '겨울왕국' 역시 2027년 3월 1일까지 서울에서 공연한 뒤 부산 드림씨어터로 무대를 옮긴다.

대형 IP 뮤지컬의 성과는 단기적인 티켓 판매를 넘어 처음 공연장을 찾은 관객을 다른 작품의 관람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알라딘'이 아그라바로 관객을 불러들였다면 '겨울왕국'은 아렌델을 앞세워 그 문을 넓히고 있다.

[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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