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균열과 오페라의 진실
박혜진의 꿈꾸는 오페라
관계는 어렵고, 상처는 쉽게 남는다. 열 번의 신뢰가 쌓여도 한 번의 실수로 무너지고, 수많은 공감이 오가도 단 한 번의 오해로 균열이 생긴다.
오페라는 이 지점을 누구보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예술이다.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쉽게 오해와 감정의 왜곡 속에서 파괴되는지를 극단적으로, 그러나 본질적으로 보여준다.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에서 비올레타와 알프레도의 사랑은 사회적 시선과 오해로 인해 무너지고, 푸치니의 '라 보엠'에서는 사랑하지만 끝내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이별과 죽음에 이른다. 이들의 비극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관계의 취약함을 확대해 놓은 것이다.
현실의 관계 역시 다르지 않다. 진심을 다해도 소용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인간은 관계 자체를 의심하게 된다. 잘해 준 시간들이 단 한 번의 오해로 무의미해지고,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경험은 깊은 허무를 남긴다. 특히 누구보다 사랑했던 연인이나,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처럼 가까운 관계일수록 그 충격은 더욱 크다.
오페라 속 인물들이 겪는 비극도 바로 여기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사랑했기 때문에 더 쉽게 무너진다. 거리가 있는 관계에서는 발생하지 않을 오해와 기대, 그리고 실망이, 가까움 속에서는 증폭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관계를 줄이고 거리를 두어야 하는가. "행복해지려면 타인과 지나치게 관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상처를 경험한 이들에게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실제로 많은 오페라의 결말은 관계의 파국 이후에야 비로소 '깨달음'이나 '평온'이 찾아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그러나 오페라는 동시에 다른 질문을 던진다. 그 모든 비극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은 여전히 사랑하고 관계를 맺는가. 비올레타의 희생, 미미의 마지막 순간, 카르멘의 자유로운 선택은 모두 관계가 주는 고통을 알면서도 그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인간의 본능을 보여준다. 관계는 상처를 남기지만, 그 상처마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관계의 양이 아니라, 관계를 대하는 태도일지 모른다. 한 번의 오해로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관계를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 무너짐의 허망함을 알면서도 다시 관계를 시작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오페라를 통해 배우는 가장 현실적인 삶의 방식일 것이다.
국립오페라단 단장[email protected] 신진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