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베선트 "中 없어도 이란 돈줄 죈다"…美국채 불안에도 정면 반박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장관. 사진=뉴시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장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의 협조 없이도 이란 경제를 압박하는 미국의 제재 전략이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란 사태와 인공지능(AI) 투자 확대 등이 미국 장기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미국 채권시장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베선트 장관은 3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자 원유 구매국인 중국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하지 않더라도 이란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전략은 작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없이는 할 수 없다는 잘못된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중국 없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특히 미국의 봉쇄 조치로 현재 해상에 남아 있는 이란산 원유가 3000만배럴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중국으로부터 송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결국 (판매할 원유가) 고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 자체를 압박하면 중국이 이란산 원유 구매를 계속하더라도 테헤란으로 유입되는 외화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국제법적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베선트 장관은 실제 미중 간 이해관계에는 상당한 공통분모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이란 문제에서 중국과 의견이 다른 부분보다 일치하는 부분이 더 많다"며 "중국도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데 동의하고 있고 호르무즈해협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박 통행을 위해 개방돼 있어야 한다는 데도 동의한다"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지난 일요일 판궁성 중국 인민은행 총재와 만났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다만 두 사람이 이란 문제나 금융 제재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美 국채시장 가장 강해"…장기금리 우려 방어

베선트 장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 사태 장기화와 AI 투자 확대 등이 미국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우려에도 적극 반박했다.

그는 "미국 채권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회복력이 강한 시장"이라며 "이번 달 미국 채권시장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0년물 금리는 하락했고 10년물 금리는 보합"이라며 "다른 주요 채권시장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10년물 국채금리가 사실상 제자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미국 채권시장에 문제가 있다면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팔고 다른 나라의 채권을 사고 있을 것"이라며 최근 장기금리 상승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채권시장의 움직임이라는 논리를 폈다.

다만 재무부의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 등이 시장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개입이라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베선트 장관은 "나는 금리의 방향을 바꾸려고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내가 시장의 균형가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의 역할은 시장이 한 방향으로 과도하게 움직이지 않도록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무부의 장기물 바이백 확대 방침에도 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에는 "반대 상황을 생각해보라.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아직 실제로 아무것도 매입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란전쟁 지나가고 AI는 생산성 높일 것"

베선트 장관은 현재 장기금리를 압박하는 요인들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결국 이번 이란 분쟁의 반대편으로 넘어갈 것"이라며 이란 사태가 진정되면 금융시장에 가해지는 압력도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내비쳤다.

AI 투자 경쟁으로 빅테크의 자금 조달이 급증하면서 미국 국채와 민간 기업이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는 '구축효과(crowding out)'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베선트 장관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조달이 구축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고 있다"면서도 "실제로 그것이 만들어내는 것은 생산성 붐"이라고 말했다.

그는 "3개월 뒤든 6개월 뒤든 우리는 생산성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그 생산성 향상은 디스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AI 투자 확대가 단기적으로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이며 채권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물가 압력을 낮추고 결국 금리에도 하방 압력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9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베선트 장관은 "연준이 무엇을 할지 또는 하지 않을지 추측하지 않겠다"면서도 현재의 물가 압력을 공급 충격으로 규정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선트 #미국 제재 #이란 경제 #미국 채권시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