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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채·고금리에 "답은 성장"…트럼프 경제팀의 승부수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GDP 20%도 가능…성장이 인플레 만드는 것 아냐"
베선트 "성장으로 부채 부담 낮춘다"…국채시장 불안론 일축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미국 경제를 짓누르는 고금리와 국가부채 부담을 돌파할 핵심 카드로 일제히 '성장'을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고 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며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베선트 장관도 40조달러를 넘어선 국가부채와 장기 국채금리 상승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경제성장이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처방약 가격 인하 관련 행사에서 "우리는 국내총생산(GDP)이 14%, 15%, 16%, 심지어 20%까지 성장할 수 있다"며 "(경제) 성장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하거나 추가 인상하려는 연준의 논리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연준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당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3명은 오히려 0.25%p 인상을 주장했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지난달 28일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목표인 2%를 향해 충분한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지 못하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도 오는 9월 FOMC에서 금리를 다시 올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대로 미국의 금리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좋은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금리가 내려갔다"며 "지금은 좋은 숫자가 나오면 인플레이션을 너무 두려워해 금리가 올라간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경제성장이 반드시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기반한다. 생산성과 생산능력이 수요와 함께 확대된다면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더라도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수요 증가 속도가 경제의 생산능력 확대를 앞지를 경우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성장률은 현재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와는 큰 차이가 있다. 올해 2·4분기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연율 1.5%에 그쳤다.

같은 날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성장'은 미국이 내세운 핵심 메시지였다. 베선트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부채로 넘쳐나고 있다"며 "여기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방법은 성장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불어난 부채를 긴축만으로 줄이기보다 성장을 통해 경제 규모와 세수를 키워 GDP 대비 부채 부담을 낮추겠다는 의미다.

올해 전 세계 부채는 약 353조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났다. 미국 역시 국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재정적자와 이자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규모 국채 발행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까지 겹치면서 투자자들이 장기 국채에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것도 장기금리 상승 압력을 키우는 요인이다.

실제 미 국채금리는 최근 다시 급등하고 있다. 이날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장중 4.75%를 넘어서며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란전쟁 재격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진 영향도 작용했다.

베선트 장관은 그러나 미국 국채시장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우선 국채시장의 혼란이 어디에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올해 미국 국채시장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성장을 통한 정면돌파'로 요약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장을 인플레이션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며 연준에 낮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성장률을 끌어올리면 경제 규모와 세수가 확대돼 국가부채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를 펴는 동시에 미국 국채시장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베선트 장관에게 성장은 장기금리 상승에 대응하는 핵심 논리이기도 하다. 미 재무부는 최근 10~30년 장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소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두 배 확대하기로 했다. 확대된 바이백은 오는 10일부터 시작된다.

재무부는 장기채 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1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직후 바이백 규모가 확대되면서 시장에서는 재무부가 장기금리를 끌어내리기 위해 국채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베선트 장관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국채의 "균형가격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의 역할은 시장의 움직임을 늦추고 시장이 무질서해지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확대된 바이백에도 기존 국채 입찰 일정을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장관. 사진=연합뉴스
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장관. 사진=연합뉴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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