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 권한 커지는데...불송치 불복 늘고 재수사 5건 중 1건 '송치'
불송치 이의신청 4년 새 2배 이상 증가
형사사법체계 개편 앞두고 수사 완결성·사후통제 과제
[파이낸셜뉴스] 경찰의 수사 권한은 커지고 있지만 불송치 판단을 둘러싼 불복은 오히려 늘고 있다. 재수사 요청 사건 5건 중 1건가량이 송치로 결론이 바뀌면서 최초 수사의 완결성과 사후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내린 불송치 결정은 58만774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38만9178건과 비교하면 4년 만에 49.2% 증가했다.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도 늘었다. 2021년 2만7262건이던 이의신청은 2022년 3만8456건, 2023년 4만2698건, 2024년 5만117건에 이어 지난해 5만6165건으로 증가했다. 4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전체 불송치 결정 대비 이의신청 비율도 2021년 7.0%에서 지난해 9.7%로 오른 데 이어 올 7월까지 11.5%를 기록했다. 지난 7월까지 불송치 결정 35만5981건 가운데 4만774건에 대해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거쳐 경찰의 최초 판단이 달라지는 사건도 매년 수천 건에 달했다.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하거나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지난해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한 사건은 1만2898건으로, 이 가운데 경찰이 재수사를 거쳐 송치로 결정을 변경한 사건은 2749건(21.3%)이었다.
2023년에는 재수사 요청 1만2698건 가운데 3036건(23.9%)이 송치로 바뀌었고, 2024년에도 1만4405건 중 3023건(21.0%)이 송치로 전환됐다.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재수사 요청 사건 4만1건 가운데 8808건(22.0%)이 기존 불송치에서 송치로 결론이 달라졌다.
올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까지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받은 7789건 가운데 1540건(19.8%)이 송치로 변경됐다.
경찰의 불송치 판단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안산의 한 주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채단비양(19)은 술을 마신 뒤 기억을 잃은 상태에서 40대 업주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 발생 약 7시간 뒤 측정된 채양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85%였다.
경찰은 주점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업주 및 동석자 진술 등을 토대로 채양이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을 불송치했다. 그러나 경찰이 확보한 CCTV는 전체 8대 가운데 6대 분량이었고 일부 영상이 누락된 데다 채양과 업주의 진술도 엇갈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채양에 대한 진술 조사를 한 차례 진행한 뒤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채양이 사건 발생 53일 만인 지난 2월 18일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부탁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지면서 경찰의 초기 수사와 불송치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불송치 사건에 대한 피해자의 권리 보장은 경찰 내부 개혁 논의에서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경찰 수사개혁위원회는 전날 제6차 회의를 열고 범죄 피해자의 형사사법절차상 실질적 참여 지위를 확립해야 한다는 내용의 첫 권고안을 의결했다.
위원회는 피해자가 사건의 접수와 진행·처리 결과를 통지받고 주요 처분의 이유를 설명받을 권리를 법률에 명시하도록 권고했다. 이를 위해 현행 범죄피해자보호법을 '범죄피해자의 지위 및 보호·지원에 관한 기본법'으로 개정하고 형사소송법 등 관계 법률도 함께 개정하도록 제안했다.
특히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조력 범위를 의견·증거 제출과 수사기록 접근은 물론 불송치·불기소 처분에 대한 불복, 공판 참여와 손해배상 등 피해 회복까지 확대하도록 했다.
이 같은 논의는 오는 10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직접·보완수사가 제한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수사 구조가 바뀌면서 경찰의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충실하게 규명할 책임도 한층 커지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검찰의 재수사·보완수사 요구 등이 경찰 수사를 사후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해온 만큼, 제도 개편 이후에는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의 완결성을 확보하고 이를 점검할 내부 장치를 갖추는 것이 한층 중요해질 전망이다.
불송치 사건에 대한 사후 검증 절차를 실질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피해자의 수사기록 접근성을 높이고, 이의신청이 제기된 사건은 관리자급에서 처리 과정을 다시 살펴본 뒤 심의위원회를 개최하는 등 실질적인 재검토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절차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경찰이 큰 수사 권력을 갖게 되는 상황에서 이를 내부적으로 통제할 장치는 아직 미비하다"며 "이대로라면 경찰 수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이의신청도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견제·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