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예산 22조 역대급… 늘어난 농특세로 묵은 빚 3조 턴다
2027년 예산안
전년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나
기금 4개 누적 채무 전액상환
적자 기금 통합한 농업발전기금
구조적 부실 차단해 재정 효율성↑
"식량안보 고려 농업예산 확충을"
내년도 농림축산식품 예산안이 22조원을 넘어 역대 최대로 편성됐다. 전년 대비 2조원 이상 늘었다.
정부는 농가 소득 안전망 구축과 농촌소멸 위기 대응에 집중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급증한 농어촌특별세를 활용해 적자에 시달리던 3개 기금을 통합하고, 누적된 빚(3조원)을 전부 상환하는 재정 개편도 단행했다. 다만, 국가 전체 예산에서 농림수산식품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3%대에 머물러 농업의 다원적 가치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7년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안은 22조2215억 규모다. 농어촌기본소득 등 미래대응기금에 편성된 사업을 더한 수치다.
올해와 비교하면 10.4%(2조853억원)가 많다. 증가액과 증가율 모두 지난 2000년 이후 최대다. 예산 순증액이 단일 사업 중 규모가 큰 '기본형 직불'(2조5215억원) 사업과 맞먹는다.
내년 예산이 크게 늘어난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전체 세수 확대 및 증시 활성화로 인한 농특세 급증이 자리 잡고 있다. 농특세는 지난 7월 누적 12조9876억원이 걷혀 전년동기 대비 180.1% 확대됐다. 올해 농특세수는 18조5000억원, 내년 1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고스란히 농업을 위한 재원으로 쓰인다.
정부는 농특세를 활용해 소관 7개 기금 가운데 △농지관리 △농산물가격안정 △자유무역협정(FTA) △축산발전 등 4개 기금에 누적된 채무 성격의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잔액'(3조1000억원)을 전액 상환했다.
농지관리, 농산물가격안정, FTA 등 3개 기금을 합쳐 '농업발전기금(가칭)'으로 내년 1월 출범한다. 6조3000억원 지출 규모의 기금이 새로 생겨 농업 관련 기금은 기존 7개에서 5개로 줄어든다. 농업발전기금이 신설되면 기금 간의 칸막이가 낮아져 재정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재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농특세가 들어오는 농특회계로부터의 전입금 근거를 신설해 결손이 반복되던 구조적 부실을 끊어낼 방침이다. 공자기금 채무를 상환해 지출 여력은 키우고 농특세 전입으로 수입도 개선한 셈이다.
홍인기 농식품부 정책기획관은 "통합 대상 기금들은 농특회계에서 전출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그동안 자체 재원으로 운영돼 왔다"며 "매년 부족한 재원을 공자기금에서 빌려오다 보니 이자 부담 때문에 사업 지출을 늘리기 힘든 구조였는데 이번에 채무를 전액 정리하면서 재정 여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내년 주요 사업별로는 농업 분야에서 '공동영농', 농촌 분야에서 '농어촌기본소득 확대'가 핵심 과제로 추진된다. 공동영농은 마을 단위 소규모·고령 농가들이 영농활동을 개별적으로 하지 않고, 농업법인을 중심으로 농지를 묶어 경작·생산·유통 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모델이다.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족을 극복하고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내년부터 시설·장비 구축 등에 732억원을 신규 투입한다. 현재 6개소인 공동영농법인을 내년 36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농가소득 안전망도 강화된다. 농산물 시세 급락시 기준가격과의 차액 일부를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91억원)'가 처음 도입됐다. 공익직불 예산은 3조615억원으로 불어난다. 가입이 어려운 작물을 위한 '농작물 준보험(77억원)'도 신규 도입된다.
농어촌기본소득 대상지는 올해 17개 군에서 내년부터 35개 군으로 확대된다.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국비 보조율을 기존 40%에서 50%로 끌어올렸다. 기업의 참여가 저조했던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는 정부가 직접 2000억원을 출연키로 했다.
외형적 성장에도 국가 전체 재정에서 농업의 상대적 지위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내년 국가 전체 예산(820조9000억원) 중 범부처 농림수산식품 분야 예산(30조7000억원) 비중은 약 3.7%다. 지난해(3.8%)와 비슷한 수치다. 김윤식 경상국립대 교수(한국농업경제학회장)는 "식량안보 등을 고려해 국가 예산 중 농업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한다"며 "근래 심각한 식량위기를 직접 겪지 않아 국가적 현안 우선순위에서 농업이 밀리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농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