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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엽 "워싱턴에 돈은 쓰는데 성과는 없다" 한국 美 로비의 3대 허점은?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규제 한 줄에 수조원 좌우하는 시대 도래
계산기 두드리는 로비, 결국 실패로 귀결
"사후약방문 로비, 워싱턴 우군 못 만들어"

우정엽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2일 파이낸셜뉴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간 '액세스'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우정엽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2일 파이낸셜뉴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신간 '액세스'의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하고 미·중 패권 경쟁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미 로비 전략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기적인 현안 해결이나 인적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의 정책 결정 구조를 이해하고 워싱턴 정가에 지속적인 우군을 확보하는 '광의의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정엽 박사(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위원)는 2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로비는 음성적인 뒷거래가 아니라 합법화·제도화된 산업이자 정책 대응 수단"이라며 "한국 기업과 정부가 로비를 단순한 비용으로만 바라보면 워싱턴 정치권과 제대로 소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 박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책 '액세스'를 출간한 바 있다.

미국에서 로비는 '음지' 아닌 제도화된 정책 활동
한국에서 로비라는 단어는 불법적인 청탁이나 은밀한 거래를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정책과 입법 과정에 이해관계가 걸린 기업과 단체가 자신들의 입장을 정책 결정권자에게 전달하는 제도화된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우 박사는 "미국은 각종 스캔들을 거치면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해 로비 활동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며 "누구나 의원실 문을 두드릴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정책 결정권자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과 관계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미국식 로비의 핵심은 특정 정치인과의 일회성 친분보다 정책 결정 과정에 지속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구조와 관계를 만드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 박사는 최근 한국의 규제 움직임을 둘러싸고 미국 정치권의 반발이 나타난 사례들을 통해 한국의 대미 정책 대응 역량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 기업이나 정부는 일이 터진 뒤에야 유명 로비스트나 인사를 찾는 경우가 많다"며 "로비를 소송이 터진 뒤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처럼 접근해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면 현안이 없는 평상시부터 정책 결정권자와 관계를 쌓고 한국 기업과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 박사는 "당장 현안이 없더라도 워싱턴 생태계 안에서 관계를 구축하고 우군을 만들어 놓아야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사태가 발생한 뒤 임기응변으로 대응하거나 정권이나 기업 임원이 바뀔 때마다 로비 업체를 교체하면 아무런 정책 자산도 축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대미 로비 3대 허점 "친분보다 정책 전문성이 중요"
우 박사가 꼽은 한국 정부와 기업의 대미 로비 전략의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무엇을 얻어내고 어떤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은 채 로비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후 대응 중심의 전략이다. 정책이나 규제가 현실화된 이후 대응에 나서다 보니 이미 미국 내에서 형성된 부정적인 여론과 정책 방향을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셋째는 전문성보다 친분이나 유명세를 중시하는 로비스트 선정 관행이다. 우 박사는 "한국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저명한 미국 인사라면 미국에서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며 "하지만 실제 워싱턴에서는 해당 산업과 정책을 깊이 이해하고 현지의 정책 결정 구조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단순한 정치권 인맥보다 해당 산업의 이해관계와 미국의 정책 논리를 연결해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업 경영진이 대미 정책 대응 조직을 단순한 비용 지출 부서로 인식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우 박사는 "규제 한 줄, 정책 하나에 수조원의 이익이 날아가거나 생길 수 있는 시대"라며 "정책 대응을 돈만 쓰는 코스트 센터가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지키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 프로핏 센터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의 정책 변화가 한국 기업의 글로벌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는 대미 로비를 비용 효율성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투자 대비 직접적인 성과만 따지기보다 정책 리스크를 줄이고 장기적인 우호 관계를 구축하는 것 자체를 기업의 전략적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인사 바뀌어도 메시지는 일관돼야"
일본과 대만 이스라엘 등 미국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정권 변화나 기업 인사 이동에 따라 워싱턴에 전달하는 메시지가 흔들리는 경우가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우 박사는 "미국 정책 결정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긍정적인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권이나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한국과 한국 기업이 미국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메시지는 일관되게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비용 계산기만 두드릴 것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시장과 워싱턴이 움직이는 문법에 맞춰 장기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대미 로비를 일회성 현안 대응이 아닌 국가와 기업의 지속적인 정책 역량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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