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퇴임...'공룡경찰' 전환 앞두고 새 수장 찾기 본격화[종합]
21개월째 경찰청장 공석...김종철 세 번째 직무대행
수사체계 개편 앞두고 청장 인선 주목
[파이낸셜뉴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2일 38년 간의 경찰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경찰은 다시 수장 직무대행 체제를 맞았다. 경찰청장 공석이 21개월째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한 달 앞두고 지휘부까지 대폭 교체되면서 차기 청장 인선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의 수사 책임범위가 커지는 동시에 잇따른 사건·사고로 신뢰 회복이 시급해진 만큼 새 수장의 역할도 한층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유 대행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경찰은 다른 수사기관과 달리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없다"며 "그렇기에 경찰 수사는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자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호소에 빠짐없이 응답하고, 맡은 사건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매듭지어야 한다"며 "아무리 작은 사건이라도 당사자에게는 일생이 걸린 문제"라고 말했다.
최근 경찰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조직 차원의 자성을 주문했다. 유 대행은 "잘못에는 반드시 합당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며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문제의 근본을 바로잡을 수 없다. 지휘·감독 체계와 기준·절차, 내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스스로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대행의 퇴임으로 경찰은 김종철 신임 경찰청 차장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됐다.
경찰청장 자리는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약 1년 9개월 동안 공석이다.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 뒤 이호영·유재성 전 경찰청 차장이 차례로 직무대행을 맡았다. 김 대행은 세 번째 경찰청장 직무대행이다. 유 대행은 약 1년 3개월간 경찰 조직을 이끌며 역대 최장수 경찰청장 직무대행직을 수행했다.
김 대행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곧바로 조직 현안 챙기기에 나선다. 오는 3일 오전 9시 경찰청 어울림마당에서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주관하는 것으로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경찰을 둘러싼 신뢰 논란이 이어지는 데다 수사체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앞둔 만큼 새 지휘부는 조직 쇄신과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 단행된 경찰 고위직 인사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도 새롭게 짜였다. 기존 후보군으로 거론돼온 유 대행에 이어 박정보 서울경찰청장도 조직을 떠나면서 새롭게 치안정감에 오른 인사들이 후보군 전면에 등장했다.
박 청장은 간부후보 42기로 경찰에 입직해 경찰청 특수수사과장, 서울경찰청 수사차장, 전남경찰청장, 경찰인재개발원장 등을 거친 수사통이다. 서울경찰청장을 맡으며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됐지만 이번 인사를 끝으로 경찰을 떠나게 됐다.
이에 따라 김종철 신임 직무대행과 고범석 신임 서울경찰청장, 유승렬 신임 인천경찰청장 등을 중심으로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이 새롭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최근 수사 부실 논란과 경찰관 비위 등이 잇따르며 조직 쇄신 요구가 높아진 가운데 이뤄졌다. '장윤기 사태'를 둘러싼 부실수사 논란과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 등이 이어지면서 일선 경찰관뿐 아니라 지휘·감독 책임과 조직 시스템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치안정감 승진자로 내정됐던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이번 인사에서 치안감 보직인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이동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 청장은 치안정감으로 임용되지 않은 채 자리를 옮기게 됐다. 제주 실종사건 허위 종결 사태에 따른 문책성 성격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경찰 지휘부 재편은 수사체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앞둔 시점과도 맞물렸다.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함께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하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다. 이에 따라 국민이 일상에서 접하는 상당수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의 수사 책임도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14만명이 넘는 대규모 경찰 조직에 수사 권한과 책임까지 집중되면서 이른바 '공룡경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확대되는 권한에 걸맞은 책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외부 견제와 내부 통제 장치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향후 과제로 꼽힌다.
이에 21개월째 이어지는 직무대행 체제를 끝내고 정식 경찰청장을 임명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기 경찰청장은 수사체계 개편에 대응하는 동시에 최근 흔들린 경찰 수사의 신뢰를 회복하고 조직 기강을 다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될 전망이다.
유 대행 역시 이날 후임 지휘부를 향해 "잘못된 관행은 과감히 버리고, 일하는 방식도 주저 없이 바꿔야 한다"며 "이번 위기를 더 큰 도약의 계기로 삼아 국민의 일상을 더욱 안전하게 지켜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