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과 협의 결렬, 직무유기?...현직 대법원장 수사 가능할까
[파이낸셜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서면 제청'을 둘러싼 논란이 형사 사건으로 번지면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가 실제 성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본격 수사에 나선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대통령과 대법원장의 협의가 결렬된 것과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조 대법원장과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1부(나창수 부장검사)에 배당,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세행은 조 대법원장이 기존 관례를 무시한 채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자로 일방적으로 서면 제청해 이재명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조 대법원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7개월 넘게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을 제청하지 않아 직무를 고의로 해태했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두 혐의를 각각 나눠 구성요건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서는 대법관 제청 과정에서 이뤄져 온 대통령과 대법원장 사이의 '협의'에 어느 정도의 법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지가 쟁점으로 꼽힌다.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 조문상 대법원장의 제청과 대통령의 임명은 명시돼 있지만, 제청에 앞서 대통령과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다.
실제 대법원과 대통령실 사이에 아무런 협의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노경필 처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취임 이후 한 달여간 4~5차례 대통령실 측과 협의를 시도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에 대해 부장판사 출신인 신일수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협의를 하지 않은 것과 협의를 했지만 서로 원하는 후보가 달라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은 다른 문제"라며 "대통령 측이 원하는 후보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대법원장이 협의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어떤 구체적인 권리행사가 방해됐다고 볼 수 있는지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사안을 형사 책임보다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사이의 헌법적 권한 문제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경법원 한 판사는 "대통령과 대법원장 가운데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권한이 있는지를 둘러싼 문제라면 형사 고발보다 헌법적 권한의 문제로 접근해 법리적으로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공수처가 조 대법원장을 직접 조사할지도 관심사다. 헌정 사상 현직 법원장을 직접 조사한 예는 없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현직 대법원장의 소환 여부에 앞서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가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먼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혐의가 충분히 소명된다면 대법원장이라는 지위만으로 조사를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면서도 "반대로 범죄 구성요건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현직 대법원장을 소환하는 것은 수사기관 입장에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도 이 대통령을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만큼, 이 대통령 수사가 실제로 이뤄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민위는 조 대법원장이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한 손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이 대통령이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다른 후보자를 다시 체정하도록 요구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