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빅터 차 "北 즉각 비핵화 비현실적..북미 핫라인으로 관리해야"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핵물질 생산·미사일 배치·핵실험부터 제한 북러 밀착은 비핵화보다 시급…한미일 공조 강조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출처=연합뉴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북한의 즉각적인 핵 포기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북미 간 핫라인을 설치해 핵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비핵화는 장기 목표로 유지하되 핵물질 생산과 미사일 배치, 핵실험부터 단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2일 아사히신문에 실린 북한 비핵화 문제를 다룬 대담에서 "현재 북한과 미국 사이에는 소통 수단이 거의 없다"며 "핵을 둘러싼 위기를 피하려면 어떤 형태로든 이를 관리할 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북미 핫라인 설치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소통 수단이 없는 상황이 훨씬 위험하다"며 현실적인 정책 전환을 주문했다.

차 석좌는 "북한 비핵화는 목표로 유지해야 한다"면서도 "핵 개발이 여기까지 진전된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즉각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물질 생산 저지와 미사일 배치 제한, 핵실험 금지 등을 위한 협상은 장기적인 비핵화 목표와 상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비핵화를 포기하거나 북한을 공식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주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타격을 주겠지만 누구도 이를 주장하지 않는다"며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두면서 당면한 위협부터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비핵화보다 시급히 대응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차 석좌는 "최근 몇 년간 가장 큰 변화는 북러 관계가 구축된 것"이라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지만 현재 양국 관계를 약화할 수단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는 중요한 장기 목표지만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며 "반면 북러 관계는 빠르게 깊어지고 있어 긴급한 과제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대북정책을 전환할 때 한국과 일본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차 석좌는 "북한 전략을 재검토한다면 일본·한국과 협력해 억지력을 높이면서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미국이 동맹국과의 관계를 분리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은 오히려 북한에 자신감을 심어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 위치를 파악하고도 대규모 공격으로 핵 개발 능력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반면, 북한에서는 핵시설 위치조차 모두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차 석좌는 북한 핵시설이 이란보다 더 깊은 지하에 매설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조 바이든 전 행정부 4년 동안 북한 문제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기대됐던 북미 관계 복원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지금이 북한을 둘러싼 논의를 재설정할 기회"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핵 포기 #북한 #핫라인 #빅터 차 #핵 위기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