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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 바꿨더니 영업익 118억 늘었다…내년 기업 실적 '착시' 주의보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에이피알 영업익 3310억→3428억…외환손익 재분류 영향
2027년 K-IFRS 1118 의무 적용…기업별 영업익 변동 본격화
조기적용 4곳 중 2곳은 기존 영업익 비교공시 안해
나이스신용평가 "신·구 기준 병행 공시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같은 회사의 같은 기간 실적도 회계기준을 바꾸자 영업이익이 118억원 늘었다. 사업이 더 잘된 게 아니라 그동안 영업외손익으로 잡히던 외환손익 등이 영업이익 안으로 들어온 결과다. 내년부터 새로운 회계기준이 전면 도입되면 기업 실적을 볼 때 '영업이익이 얼마나 늘었느냐'뿐 아니라 '왜 늘었느냐'를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실제 K-IFRS 제1118호를 조기 적용한 기업에서는 같은 실적을 놓고도 영업이익 숫자가 달라지는 결과가 나왔다. 에이피알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기존 K-IFRS 제1001호 기준 3310억원에서 제1118호 기준 3428억원으로 118억원, 약 3.6% 증가했다. 기존 영업외손익으로 분류됐던 외환손익 112억원이 영업손익에 포함된 영향이 가장 컸다.

이 같은 변화는 내년부터 모든 기업에 적용된다. 2027년 1월 1일 이후 시작하는 회계연도부터 K-IFRS 제1118호 '재무제표 표시와 공시'가 의무 적용되면서 영업이익의 정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준에서는 영업이익이 투자·재무 등 다른 범주에 속하지 않는 잔여범주의 손익으로 정의된다.

다른 조기 적용 기업에서도 영업이익 숫자가 달라졌다. 티맥스소프트는 기존 기준 241억원에서 새 기준 246억원으로 약 5억원 늘었다. NI스틸은 2025년 상반기 기준 142억1000만원에서 144억1700만원으로 증가한 반면 문배철강은 영업손실이 9억1000만원에서 9억5400만원으로 확대됐다.

현재까지 변동폭은 크지 않지만 이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판단이다. 조기 적용 기업이 에이피알·티맥스소프트·NI스틸·문배철강 등 4곳에 불과한 데다 영업범주로 재분류되는 손익 규모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원구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향후 적용 기업이 확대되면 업종별 영업활동의 특성과 기업별 손익구조, 외환손익 등 주요 재분류 항목의 규모에 따라 영업이익 변동 폭은 기업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문제는 기업별 공시 수준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조기 적용 4곳 가운데 에이피알과 티맥스소프트는 기존 기준 영업이익과 새 기준에 따른 조정 내역을 반기보고서에 공개했다. 반면 NI스틸과 문배철강은 올해 반기 기준 기존 영업이익과 조정 내역을 별도로 공시하지 않았다.

같은 회계기준을 적용해도 투자자가 영업이익이 왜 달라졌는지 곧바로 파악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갈리는 셈이다. 특히 사업구조가 복잡하고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외환손익과 유·무형자산 관련 손익 등의 재분류 규모에 따라 실적 비교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에 분·반기보고서에도 기존 기준과 제1118호 기준 영업이익을 함께 제시하고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구체적으로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이익뿐 아니라 매출원가와 판매관리비 등 주요 구성항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도 보여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용평가에서도 당분간 기존 기준 영업이익을 활용할 방침이다. 제1118호 도입으로 영업이익 숫자가 달라지더라도 기업의 실질적인 영업성과나 신용도가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강 연구원은 "기존 영업이익과 제1118호 기준 영업이익 간 차이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이뤄질 때까지 병행 공시되는 기존 기준 영업손익을 신용평가에 활용할 계획"이라며 "축적되는 정보를 바탕으로 영업이익 변동 수준과 원인을 분석해 평가방법론에 단계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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