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테헤란로

[테헤란로] 금리 전망보다 리스크 점검을

파이낸셜뉴스
김현정 자본시장부 차장
김현정 자본시장부 차장

금리의 고점을 맞히는 것보다 중요한 질문이 있다. 이 금리를 누가,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느냐다. 미국에서는 향후 3년간 빅테크 기업들의 회사채 만기가 집중된다고 한다. 인공지능(AI) 투자를 위한 신규 자금 수요까지 겹치면 빅테크의 채권 발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막대한 회사채 물량은 미 국채와 투자자의 자금을 놓고 경쟁한다. 미국 장기금리를 밀어 올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압력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최근 연 3.9%에 육박했다.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이를 기준으로 돈을 빌리는 기업들의 조달비용도 따라 올라간다. 이미 우량기업이라고 3~4%대에 손쉽게 돈을 빌리던 시장이 아니다. 'AA-' 기업도 5%대 금리를 부담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A급 사모채는 6%대, 영구채는 7%대다. 5%의 이자비용이 특별한 숫자가 아니라 흔한 얘기가 돼가고 있다.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다. 저금리 시절 2~3%에 발행했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기업은 이를 5~6%짜리 빚으로 갈아타야 한다. 원금이 그대로여도 이자는 뛴다. 우량기업은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차환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기업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제는 '몇 %에 빌릴 수 있느냐'에서 '과연 빌릴 수 있느냐'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차환 리스크는 만기가 닥친 뒤 대응하기에는 늦다.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하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조달 수단은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비싼 사모채나 메자닌을 택하거나 자산을 팔아 현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돈이 필요해진 뒤 현금을 찾는 것보다 돈이 필요해지기 전에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고금리 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업의 신용도와 현금창출력, 만기구조를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회사채 만기가 특정 시기에 몰려 있는지, 영업현금으로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지, 차환시장에서 밀려났을 때 팔 수 있는 자산이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금리는 모든 기업에 오르지만 충격은 똑같이 오지 않는다.

가계도 예외가 아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석달째 오르고 있고 은행권 고정형 주담대 금리 상단은 7%를 넘어섰다. 기업에는 차환 리스크가 있다면 가계에는 금리 재산정과 원리금 상환이라는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소득은 그대로인데 이자가 늘어난다면 결국 소비와 저축에서 그 비용을 치러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금리 전망보다 리스크 점검이다. 금리가 곧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에 모든 것을 걸기보다 기업은 차환 만기를 분산하고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가계도 추가 금리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부채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email protected]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