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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학자 키워 신약·의료기술 연구·사업화 생태계 만든다 [K바이오 신약 개발 선봉장 '연구중심병원' (中)]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진료로 얻은 문제를 연구과제로
성과 쌓이면 의료기술로 연결
병원 연구역량이 창업·산업으로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축 과제

의사과학자 키워 신약·의료기술 연구·사업화 생태계 만든다 [K바이오 신약 개발 선봉장 '연구중심병원' (中)]

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연구중심병원이 21개 인증병원 체제로 확대되면서 병원 안에 축적된 연구역량을 신약과 첨단 의료기술로 연결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핵심은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의사를 '의사과학자'로 육성하고 병원 안에 독립적인 연구·사업화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R&D 역량 확장의 핵심 축

연구중심병원의 경쟁력은 결국 연구를 수행할 사람과 조직에서 나온다. 진료가 중심인 병원 구조에서는 임상의가 연구를 지속하기 쉽지 않은 만큼 연구참여 임상의사와 연구전담의사를 확보하고 진료와 연구의 트랙을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기술협력단을 중심으로 연구성과의 기술이전과 사업화, 창업 등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연구자가 환자 진료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를 연구과제로 발전시키고 이를 의료기술로 연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박정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중심병원사업단장은 연구중심병원 도입 이후 병원 내부의 변화에 대해 "2013년에는 연구하는 병원이 그렇게 흔하지 않았다"며 "기존 10개 병원이 지정되면서 연구중심병원의 거버넌스라고 하는 조직 체계가 정비됐다"고 말했다. 연구중심병원이 단순히 연구비를 받는 병원을 넘어 연구하고 기술을 만들어내는 병원으로 변하는 과정이다.

21개 인증병원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 병원과 신규 병원 간 연구역량을 어떻게 연결할지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기존 10개 병원은 10여년간 연구중심병원 사업을 수행하며 연구인력과 연구관리 경험을 축적했다. 반면 새롭게 합류한 11개 병원은 연구중심병원 체계에 처음 들어온 만큼 초기 연구 기반을 빠르게 갖춰야 한다.

정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C-LINK(연구중심병원 도약지원사업)는 이런 격차를 줄이고 신규 병원의 연구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연구중심병원과 신규 병원 간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고 각 병원의 특화 연구분야를 발굴하는 방식이다.

연구중심병원에 대한 의료기관의 관심도 높다. 1기 인증에는 30개 병원이 지원해 21개 병원이 인증을 받았다. 지정제 당시 탈락했던 병원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1~2년간 연구체계를 정비한 뒤 이번 인증에 성공한 사례도 있다.

■미국·영국은 '연구→창업→산업'

해외 선진국에서는 병원의 연구역량을 창업과 산업으로 연결하는 생태계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진료와 연구를 결합한 대규모 연구체계를 구축하고 있으며 기술이전은 물론 스타트업 설립과 투자까지 연계하는 사업개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역시 병원과 대학의 연구역량을 결합한 바이오메디컬 리서치센터(BRC)를 통해 임상연구와 중개연구를 연결하고 있다. 병원에서 나온 연구성과가 논문에 머물지 않고 실제 의료기술과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와 사업화 사이의 연결고리를 촘촘하게 구축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연구중심병원을 통해 이 같은 선순환의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출발한 이엔셀은 연구중심병원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세포·유전자치료(CGT) 분야의 현장 수요를 확인하고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GMP)에 맞는 제조·품질관리·공정개발 역량을 내재화했다. 현재 20여개 고객사와 약 40건의 CDMO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57억원 규모의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유전자치료제 플랫폼 개발에도 참여했다.

서울아산병원의 뉴냅스는 환자의 미충족 의료수요가 연구와 사업화로 이어진 사례다. 뇌졸중 후 시야장애 치료법을 13년간 연구하고 12개 대학병원 82명을 대상으로 확증임상을 진행한 끝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후 실제 환자에게 처방되는 의료기술로 발전했다.

두 사례는 연구중심병원이 지향하는 '환자의 문제 발견→연구→임상→사업화'의 선순환을 보여준다. 미국과 영국의 선진 연구병원이 구축한 모델이 한국에서도 이제 막 현실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물론 아직 격차는 크다. 지난 2024년 기준 국내 21개 연구중심병원의 평균 연구예산은 760억원인 반면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지난해 연구 관련 예산만 1조8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일본 도호쿠대학병원도 2024년 연구 관련 수입이 2300억원에 육박했다. 다만 개별 해외 병원과 국내 연구중심병원 사업의 예산 규모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사업 구조와 재원 체계에 차이가 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한 연구중심병원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규모 자체보다 연구성과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느냐 여부"라며 "이엔셀과 뉴냅스 같은 사례를 개별적인 성공에 그치지 않고 여러 병원에서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생태계로 확장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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