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가 번영 가져온다"…美정부·AI업계, 성난 민심 달래기
러트닉 "전기료 낮추고 세수 늘려 지역사회에 번영"
트럼프 "황금알 낳는 거위"…반대 움직임에 중국 경고
베선트 "AI기업 설명 끔찍하게 못해"…전문가 "설득만으론 안돼"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 인공지능(AI) 산업을 이끄는 기업들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데이터센터를 향한 미국인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늘려야 하지만 전기요금과 물 사용, 전력망 부담 등을 우려한 지역사회의 반발이 새로운 걸림돌로 떠오르면서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AI 업계 지도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데이터센터가 지역사회에 "번영(prosperity)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을 정면 반박했다.
러트닉 장관은 "데이터센터가 해당 지역의 전력 비용을 올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전력 비용을 낮출 것"이라며 "엄청난 세수를 창출하기 때문에 지역사회에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물을 사용한다는 지적에는 아몬드 재배와 소 사육 등 다른 물 다소비 산업을 거론하며 반박했다.
그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배후에 미국의 경쟁국들이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러트닉 장관은 "우리의 적대 세력들이 미국의 발전 속도를 늦추려고 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부당하게 나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을 "우리 적대 세력의 선전(propaganda)"이라고 규정했다.
AI 업계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톰 브라운은 최근 데이터센터를 적극 옹호한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을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러트닉 장관과의 대담에서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번영의 원천"이라며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낮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가 데이터센터를 설계하는 방식을 보면 실제로 전력망에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도 데이터센터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세지자 직접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트루스소셜에서 데이터센터를 원하지 않는 지역사회는 "낙후되고 가난해지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데이터센터를 받아들이면 "성공하고 부유해지고, 세금은 훨씬 낮아지며 곳곳에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데이터센터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Golden Goose)'에 비유하며 이 문제를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으로 연결했다. 그는 "우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인다면 그 책임은 여러분 자신에게 있다"며 "중국은 이러한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보다 더 기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데이터센터 방어에 잇따라 나선 것은 AI 인프라 확충에 대한 지역사회의 반발이 더 이상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전력과 물을 소비하면서 기존 주민들의 전기요금 상승과 전력망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곳곳에서 확산하고 있다.
산업계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레그 아벨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전역의 지역사회에서 훨씬 더 많은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면서도 "다른 고객들의 전기요금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조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도 "너무 많은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 지역사회를 신경 쓰지 않는다"며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사업을 밀어붙이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민심 악화의 책임을 AI 업계에도 돌렸다. 그는 1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뒤 AI와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논의에 "대대적인 재정립(big reset)"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데이터센터 건설업체든 AI 연구소든 AI 기업들이 미국 국민에게 자신들을 설명하는 데 끔찍할 정도로 형편없는 일을 해왔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AI 발전에 따른 "모든 혜택이 소수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는 점을 기업들이 국민에게 납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 역시 이날 베선트 장관의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기업들이 직접 나서 이러한 점을 분명하게 설명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글과 트위터 등을 거친 커뮤니케이션 전략가 짐 프로서는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에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논란은 구조적이고 실질적인 문제인 만큼 그에 맞는 해법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설득이나 설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