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쟁력, 모델보다 조직 학습속도가 좌우"…이사회 역할도 바뀐다
딜로이트, 이사회·감사위 전문성 강화 프로그램
AI 투자 넘어 인재·조직·거버넌스 점검해야
회계부정 제재·감독 강화…감사위 선제 대응 강조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시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것은 어떤 AI 모델을 도입하느냐보다 조직이 얼마나 빠르게 배우고 변화하느냐라는 진단이 나왔다. AI 투자가 기술의 문제를 넘어 인재와 조직의 문제로 확산되면서 기업 이사회 역시 투자 승인에 그치지 않고 인재전략과 AI 거버넌스까지 직접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기원 한국 딜로이트 그룹 Human Capital 리더는 지난 2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 주최로 열린 '2026 이사회·감사위원회 전문성 강화 프로그램'에서 "AI 경쟁력은 모델보다 조직의 학습 속도에서 결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AI 도입을 단순한 기술투자가 아닌 인재·조직·거버넌스 차원의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주요 상장기업 독립이사와 감사위원, 감사 등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는 경제 경쟁력과 AI 인재전략, 회계감독이 이사회가 주목해야 할 3대 과제로 제시됐다.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과 AI 확산, 회계감독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이사회의 감독 범위도 재무와 경영진 감시를 넘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AI 경쟁력의 무게중심이 기술 자체에서 '사람과 조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기업이 AI에 얼마를 투자하고 어떤 모델을 도입할지만 따질 게 아니라 어떤 인력을 확보하고 기존 직원의 역량을 어떻게 전환할지, AI 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누가 관리하고 책임질지까지 이사회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 리더는 이를 위해 스킬(Skill) 중심의 인재 운영체계를 구축하고 책임 있는 AI 활용을 위한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AI 도입 속도만큼 조직의 학습과 인재 전환 속도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계감독 강화도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직면한 핵심 과제로 꼽혔다.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회계부정에 대한 제재 강화와 재무제표 심사주기 단축 추진, 회계감사 감리·감독 강화 등 회계감독 환경의 변화를 짚었다.
특히 회계 위반이 발생했을 때 '사후 대응'도 제재 수준을 가르는 변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 수준은 기본적으로 위반 동기와 중요도에 따라 결정되지만 회사의 자체 시정 노력과 감사위원회의 대응, 내부통제 수준 등도 함께 고려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감사위원회가 문제가 터진 뒤 보고받고 대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계 리스크와 내부통제 시스템을 사전에 점검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경쟁력 문제도 논의됐다. 김준경 KDI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은 저성장과 규제 부담, 대학 전공과 직업 간 미스매치 등을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제약으로 지목했다.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과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 역시 국내 제조업이 넘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김 원장은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전환을 동시에 추진하는 '트윈 전환(Twin Transition)'을 제조업 경쟁력 회복의 핵심 과제로 꼽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 지원과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한석 한국 딜로이트 그룹 기업지배기구발전센터 센터장은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와 AI 전환, 강화되는 회계감독 환경은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가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거버넌스 과제"라며 "경제 경쟁력, 인재전략, 회계감독이라는 세 가지 축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