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난 日키옥시아, 팔까 더 살까" 해외 큰손 면담 쇄도
고점서 54.5% 급락
AI 낸드 성장·저평가 놓고 셈법 복잡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주가가 두 달여 만에 고점 대비 54% 넘게 급락한 일본 메모리반도체 기업 키옥시아홀딩스에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면담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3일 보도했다. 기존 투자자들은 보유 여부를 재검토하고, 신규 투자자들은 낙폭이 과도했는지 따져보는 모습이다.
이날 도쿄증권거래소에서 키옥시아 주가는 오전 11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310엔(0.61%) 오른 5만1310엔(약 44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6월 22일 연중 최고가인 11만2700엔(약 97만원)과 비교하면 6만1390엔(54.5%) 떨어졌다. 다만 지난 1월 6일 연중 최저가인 1만945엔(약 9만4000원)보다는 4.7배 높은 수준이다. 시가총액은 약 28조1411억엔(약 242조원)이다.
닛케이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4일까지 도쿄에서 여는 일본 주식 콘퍼런스에서 해외투자자의 면담 요청이 많았던 상위 20개 기업을 AI 관련주가 휩쓸었다.
지난달 말 오사카에서 열린 UBS 콘퍼런스에서도 키옥시아와 이비덴, 무라타제작소, 로옴, 고쿠사이일렉트릭, TDK 등에 100건이 넘는 일대일 면담 요청이 들어왔다. 이 가운데서도 키옥시아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투자자들의 면담 요청이 곧바로 매수로 이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야마가미 신이치로 BofA증권 일본주식영업부장은 "지난 6월까지 이어진 랠리에서 AI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이 팔지, 계속 보유할지를 판단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버티려는 투자자가 더 많은 분위기"라고 말했다.
키옥시아 주가가 지난 1월 연중 저점에서 6월 고점까지 약 10배 오른 뒤 반토막 난 만큼 투자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 외국계 증권사 영업 담당자는 "키옥시아 주가가 회복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투자자들이 크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낙폭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다음 매수 기회를 찾는 투자자도 있다. 나카토미 료스케 UBS증권 주식영업부장은 "키옥시아의 인기는 여전히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AI 관련 사업의 실적이 견조한 만큼 조정 국면에서 지나치게 하락한 종목을 찾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해외 경쟁사보다 낮아진 기업가치가 매수 검토의 근거다. 키옥시아의 향후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2일 기준 4.2배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약 6배, 샌디스크의 약 7배보다 낮다.
실적 반등의 관건은 인공지능(AI)용 낸드플래시 수요다. AI 활용 범위가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하는 '훈련'에서 학습한 정보를 토대로 답을 생성하는 '추론'으로 넓어지면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낸드 시장 규모는 지난해 681억달러에서 올해 3216억달러로 4.7배 커질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이 메모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2~3년 단위의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키옥시아는 이에 대응해 미국 샌디스크와 향후 6년간 일본 내 생산시설에 총 5조엔(약 43조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1조8000억엔(약 15조5000억원)을 투입해 이와테현 기타카미공장에 제3공장동을 건설하고 2029년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오타 히로오 키옥시아 사장은 최근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면서 신공장동 가동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연 단위로 앞당겼다"고 밝혔다. 그는 과잉투자 우려에 대해 "점유율을 과도하게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시장 성장률을 따라가기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와의 협력 가능성도 관심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키옥시아와의 공동 생산을 선택지로 거론하며 연구개발(R&D)과 공급망 공유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규모 증설이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위험 요인이다. 닛케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산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도 정부 지원을 받아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를 앞서면 낸드 가격이 다시 하락할 수 있다.
해외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여력은 커졌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일본 주식 투자 비중은 지난 6월 약 13%에서 최근 4%p 가량 낮아졌다. 해외 투자자도 지난 6월 말 이후 일본 주식을 1조4000억엔(약 12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나카토미 부장은 "헤지펀드는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보유 주식을 늘리면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이달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회의가 끝나면 투자자들이 다시 움직이기 쉬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