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료원·서귀포의료원 두 공공병원 3년 적자 502억… 정부 '부채감축' 집중관리
제주의료원 207억·서귀포 295억
지난해 두 곳 적자 205억·61%↑
전국 28곳 중 지방의료원 14곳
5년 관리계획·이행실적 평가 반영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공공의료의 양축인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이 정부의 고강도 재무관리 대상에 동시에 포함됐다. 두 의료원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록한 당기순손실은 502억원으로, 필수의료를 유지하면서 수익·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이중 과제를 떠안게 됐다.
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3년 결산자료를 토대로 부채규모와 부채비율, 총자산수익률 등 재무지표를 평가한 결과 전국 지방공공기관 102곳이 2026년도 부채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됐다.
제주에서는 제주관광공사와 제주에너지공사, 제주의료원, 서귀포의료원 등 4곳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은 재무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부채감축대상기관 28곳에 다시 포함됐다. 제주에서 부채감축대상기관으로 지정된 곳은 두 의료원뿐이다.
전국 28개 부채감축대상기관 가운데 지방의료원은 서울·부산의료원을 비롯해 강원 4곳, 충북 2곳, 충남 3곳, 전남 1곳, 제주 2곳 등 모두 14곳이다. 지방의료원의 재정난이 제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공공의료 현장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제주 두 의료원의 재무상황은 코로나19 감염병전담병원 운영 이후 빠르게 나빠졌다.
제주의료원은 2022년 45억5900만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2023년 약 5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24년 약 55억원, 지난해 약 102억원의 당기순손실이 이어졌다. 최근 3년 누적 적자는 207억원이다.
서귀포의료원도 2022년 13억900만원의 흑자에서 2023년 약 120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2024년 약 72억원, 지난해 약 103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최근 3년 누적 적자는 295억원에 달했다.
두 의료원을 합치면 2023년 170억원, 2024년 127억원, 지난해 205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78억원, 약 61% 늘었다.
정부 관리도 기존보다 강해진다. 제주관광공사와 제주에너지공사를 비롯한 부채중점관리기관 102곳은 앞으로 부채 감축과 수익성 개선방안을 담은 5개년 재무부채관리계획을 수립해 공시해야 한다.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처럼 부채감축대상기관으로 별도 지정된 기관은 한 단계 더 강한 관리를 받는다. 재무부채관리계획의 적정성과 실제 이행실적이 지방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직접 반영된다.
행안부는 부채규모와 부채비율, 총자산수익률 등 공통지표에 차입금의존도와 이자보상배율, 매출액영업이익률, 유동비율, 영업수지비율 등을 함께 적용해 재무위험도를 평가했다.
전국 지방공기업의 재정 여건도 악화했다. 지난해 전국 421개 지방공기업의 당기순손실은 3조5216억원으로 전년 2조6813억원보다 8403억원, 31.3% 증가했다.
다만 제주 두 의료원의 경영개선은 일반적인 수익사업 공기업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제주의료원과 서귀포의료원은 수익성이 낮더라도 지역에서 유지해야 하는 공공·필수의료를 담당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진료기능이나 의료인력을 줄일 경우 재무구조는 개선될 수 있지만 도민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가 함께 위축될 수 있다.
제주의료원은 정신과와 재활의학과 등을 운영하고 인공신장실과 공공보건의료사업을 맡고 있다. 도서지역 무료 순회진료 등 민간 의료기관만으로 충족하기 어려운 공공의료 기능도 수행한다.
서귀포의료원은 산남지역의 거점 공공병원으로 24시간 응급의료센터와 분만·신생아 기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신관 증축 이후 의료인력과 진료재료비, 시설 운영비 부담도 함께 늘었다.
지난해 말 제주도의회에서도 이런 구조가 확인됐다. 제주도는 서귀포의료원의 병상 가동률이 75%를 웃돌 정도로 회복되고 있지만 필수의료 인력의 인건비와 진료재료비, 시설 운영비 등이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가 요구하는 5개년 재무부채관리계획의 핵심도 '얼마나 줄일 것인가'보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은 지킬 것인가'가 될 전망이다.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더라도 응급·분만·정신건강·재활 등 지역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의료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인력·병상·진료과와 비용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 공공의료 제공에 따른 정책적 비용을 지방의료원 자체 적자로만 남겨둘지, 국가와 제주도가 어느 수준까지 보전할지도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행안부는 재무관리와 함께 주민에게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방공공기관의 경영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제주도에도 숙제가 커졌다. 두 의료원의 부채와 적자를 줄이는 경영정상화 계획뿐 아니라 필수의료 유지에 필요한 재정지원과 국가 지원 확대 방안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두 의료원이 정부의 부채감축대상기관에 동시에 포함된 만큼 앞으로 5개년 계획에서 인력과 병상, 진료기능, 비용을 어떻게 조정할지가 제주 공공의료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적자를 줄이는 과정에서 도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까지 줄어들지 않도록 경영개선과 공공성 사이의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