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빠지면 자력탈출 어렵다… 제주 테트라포드, 9월 사고 최다
최근 5년 제주서 사고 163건 발생
추락·낙상 67건… 전체의 41%
2023년 이후 사고 17건·4명 사망
동부소방서, 가을 낚시철 앞두고 구조훈련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파도를 막아 방파제를 보호하는 테트라포드가 제주 연안의 반복적인 인명사고 지점이 되고 있다. 표면이 둥글고 미끄러운 데다 콘크리트 블록이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한 번 사이로 떨어지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1일 제주도 동부소방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도내 테트라포드 관련 안전사고는 모두 163건 발생했다. 월별로는 9월이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고 유형 가운데 추락·낙상이 67건으로 전체의 약 41%를 차지했다.
실제 인명피해도 반복되고 있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이 별도로 집계한 방파제 테트라포드 추락사고는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17건이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연도별로는 2023년 4건, 2024년 4건, 지난해 4건에 이어 올해는 7월까지 이미 5건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2023년 2명, 2024년 1명, 올해 1명이다.
소방당국의 163건과 해경의 17건은 집계 기간과 사고 분류가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서로 다른 통계 모두 제주 연안에서 테트라포드 안전사고가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7월에는 사망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난 7월 2일 오후 9시27분께 제주시 도두이동의 한 포구에서 70대 낚시객이 테트라포드 위를 걷다가 아래로 추락했다. 머리를 크게 다친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2024년 7월에도 제주시 삼양동 방파제에서 50대 남성이 테트라포드 사이로 떨어졌다. 119 구급대가 심정지 상태인 남성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테트라포드는 사람이 걷거나 낚시하도록 만든 시설이 아니다. 파도가 방파제에 직접 부딪히는 힘을 줄이기 위해 네 개의 다리가 달린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서로 맞물리게 쌓은 소파블록이다. 구조물 사이의 빈 공간으로 물이 흐르면서 파도의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문제는 파도를 줄이는 구조 자체가 사람이 추락했을 때는 위험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테트라포드는 표면이 둥글고 경사진 데다 바닷물과 이끼·해초가 묻어 미끄럽다. 블록 사이 공간도 일정하지 않고 여러 층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발을 헛디디면 아래쪽으로 깊숙이 떨어질 수 있다.
제주해경은 통상 테트라포드 높이가 3m 안팎이고 구조가 복잡해 추락할 경우 충격이 크고 자력 탈출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구조물 사이에 갇히면 파도 소리 때문에 구조 요청이 밖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전국에서도 같은 사고가 반복돼 왔다. 해양수산부와 해경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전국 방파제에서 테트라포드를 포함한 안전사고 462건이 발생해 65명이 숨졌다.
정부도 방파제와 테트라포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출입통제구역 지정과 경고시설 설치 등을 확대하고 있다. 항만구역 가운데 인명사고가 발생했거나 파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위험구역은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지정된 통제구역에 무단으로 들어갈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해양수산부는 테트라포드에 추락 위험을 알리는 경고판과 출입통제구역 표시선, 야간 위험구역을 알리는 조명시설 등도 도입했다.
제주 소방당국은 사고가 집중되는 가을철을 앞두고 구조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동부소방서는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구조대원과 펌프차 대원 등 40명을 투입해 테트라포드 사고 대응 특별구조훈련을 진행했다.
실제 추락 상황을 가정해 테트라포드 사이에 떨어진 요구조자를 구조하고 로프를 이용해 수직으로 끌어올리는 구조기법을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여러 대원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사고 특성을 고려해 팀 단위 대응 절차도 반복했다.
테트라포드 사고는 구조대원이 현장에 도착한 뒤에도 일반 평지 사고와 다른 어려움이 따른다. 대원이 불규칙한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직접 진입해야 하고 부상자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도 추가 추락을 막기 위한 로프와 안전장비가 필요하다.
강성부 제주도 동부소방서장은 "가을철에는 낚시객이 증가하면서 테트라포드 주변 추락·낙상 위험도 높아진다"며 "실전과 같은 반복훈련으로 현장 대응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