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년… 제주해녀 10년 새 46% 줄었다
2015년 4377명서 지난해 2371명
최근 5년 1243명 감소… 속도 빨라져
1970년 1만4143명 대비 83.2% 감소
진료비·수산종자에 올해 86억원 지원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은 제주해녀가 최근 10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제적 문화유산으로서 제주해녀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정작 바다에서 물질을 이어가는 전승 주체가 빠르게 사라지면서 해녀의 생업과 안전, 신규 인력 유입을 함께 지탱하는 정책이 시급해지고 있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해녀는 2371명으로 2015년 4377명보다 2006명 감소했다. 10년간 감소율은 45.8%다.
장기적으로 보면 감소세는 더 뚜렷하다. 1970년 1만4143명이던 제주해녀는 2000년 5789명, 2015년 4377명, 2020년 3614명을 거쳐 지난해 2371명까지 줄었다. 55년 동안 1만1772명, 83.2%가 감소했다. 현재 해녀 수는 1970년의 16.8% 수준이다.
최근 감소 속도도 빨라졌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해녀는 763명, 17.4% 줄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243명, 34.4% 감소했다. 같은 5년 단위로 비교하면 최근 감소 인원이 이전 기간보다 480명 많다.
제주해녀문화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은 흐름과는 대조적이다.
제주해녀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해녀는 2017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제주해녀어업시스템은 202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의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해녀문화는 산소공급 장치 없이 바다에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물질 기술만을 뜻하지 않는다. 바다 생태에 대한 지식과 공동체의 어장 관리, 상군·중군·하군으로 이어지는 기술 전승, 잠수굿과 해녀노래, 물 위로 올라오며 내는 숨비소리까지 하나의 생활문화로 평가받는다.
국제적인 관심도 높다. 해녀박물관 관람객 11만1587명 가운데 외국인이 40%를 차지할 정도로 제주해녀는 제주를 상징하는 문화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문화유산의 명성만으로 전승을 이어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물질을 계속할 사람이 줄면 바다를 읽는 경험과 채취 기술, 어촌계 안에서 이어지는 공동체 지식까지 함께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역시 제주해녀문화 등재 당시 해양자원 관리와 해녀의 생활여건 개선, 교육과 연구 등 지속 가능한 보전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주도가 최근 해녀 지원을 문화보존뿐 아니라 의료와 소득, 어장 회복까지 확대하는 배경이다.
제주도는 올해 전·현직 해녀의 외래 진료비 본인부담금 지원에 65억6500만원을 투입하고 있다. 88개 어촌계에는 20억3500만원을 들여 전복과 홍해삼, 오분자기 등 수산종자 206만여 마리를 방류한다. 두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86억원이다.
소라 가격 안정 지원과 현업 고령해녀 수당도 운영한다. 신규 해녀의 정착과 안전한 조업환경을 지원하고 국내외 교류와 교육을 확대해 전승 기반을 넓히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정책의 관건은 지원 규모보다 감소세를 실제로 늦출 수 있느냐다. 고령 해녀가 은퇴하는 속도에 비해 새로 물질에 뛰어드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의료·복지 지원만으로 전체 해녀 수 감소를 막기는 어렵다.
제주해녀문화의 전승도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현직 해녀의 건강과 소득을 지키면서 젊은 세대가 물질을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과 훈련체계를 함께 갖춰야 문화유산도 지속될 수 있다.
제주도는 지난 19일 제주시 구좌읍 해녀박물관 일대에서 제19회 제주해녀축제와 제9회 해녀의 날 기념식을 열었다. 제주를 비롯해 강원·경북·울산·부산·경남 등 전국 해녀와 해녀어업인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행사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10주년을 맞아 해녀와 어린이가 함께하는 공연을 마련하는 등 세대 전승의 의미를 부각했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해녀 한 분이 줄어들 때마다 오랜 기술과 지식, 공동체의 기억도 함께 흐릿해진다"며 "해녀의 삶을 지키고 새로운 해녀를 키우는 일이 곧 제주해녀문화의 미래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제19회 제주해녀축제는 20일까지 해녀박물관 일대에서 이어진다. 공연과 체험, 전시 등 5개 부문 33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