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3중 하락·경매 945건… 제주 부동산 '거래 안전망' 시험대
전국 위법의심 광고 1만412건
제주 중개업 단속 293건 처분
매매·전세·월세 8월 전국 최저
보증사고율 4.6%·경매 945건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동시에 떨어지고 전세보증 사고와 경매 물건까지 늘어난 제주 부동산시장에서 '매물의 진짜 정보'를 확인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가 최근 1년간 전국 온라인 부동산 광고 1만412건을 위법 의심 사례로 적발한 가운데 제주에서도 중개업 지도·단속에 따른 행정처분이 잇따르고 있다.
20일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온라인 부동산 광고를 점검한 결과 위법 의심 광고는 모두 1만412건이었다.
대국민 신고를 토대로 한 상시 모니터링에서 9383건, 반복 위반 사업자와 대학가 원룸촌, 생활숙박시설 등을 대상으로 한 기획 모니터링에서 1029건이 적발됐다. 다만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시도별 적발 건수가 포함되지 않았다.
제주의 자체 단속에서는 부동산 중개 관련 법 위반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제주도가 집계한 2025년 도내 부동산 중개업 지도·단속 결과 행정처분은 293건이었다. 등록취소 7건, 업무정지 4건, 과태료 19건, 경고·시정 263건이며 위반 정도가 중한 22건은 고발조치됐다.
온라인 표시·광고 위반도 실제 행정처분으로 이어졌다. 제주시가 2024년 관내 부동산중개업소 1550곳을 지도·점검한 결과 부과한 과태료 16건 가운데 15건이 중개대상물 표시·광고 위반이었다.
전국 온라인 광고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소비자가 계약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표시한 경우였다.
상시 모니터링 적발 9383건 가운데 건축물 용도와 면적, 옵션 등을 거짓으로 기재한 부당한 표시·광고가 5201건으로 55.4%를 차지했다.
소재지와 면적, 가격 등 반드시 표시해야 할 정보를 빠뜨린 명시의무 위반은 3753건으로 40%였다. 개업공인중개사가 아닌 중개보조원이나 분양업자 등이 직접 광고한 무자격자 광고도 429건, 4.6% 적발됐다.
소비자의 계약 판단을 왜곡할 수 있는 허위·과장 광고 사례도 확인됐다. 온라인에서는 단독주택으로 광고했지만 건축물대장을 확인하자 숙박시설이었던 매물이 적발됐다. 광고에는 '융자금 없음'이라고 표시했지만 등기부등본에는 12억원 상당의 근저당권이 설정된 사례도 있었다.
시세보다 저렴한 원룸으로 광고하면서 정확한 소재지와 불법 증축에 따른 위반건축물 여부를 표시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위법 의심 광고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 과태료 부과와 수사의뢰 등 후속조치를 진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부당한 표시·광고는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최대 500만원, 명시의무 위반은 최대 5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제주에서는 이런 매물정보 검증 필요성이 최근 부동산시장 흐름과 맞물려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 제주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전월보다 0.21% 하락했다. 전국은 0.32%, 수도권은 0.63%, 서울은 0.97% 상승했다.
제주 전세가격은 0.17%, 월세통합가격은 0.15% 각각 떨어졌다. 전국에서는 매매·전세·월세가 모두 하락한 지역이 제주뿐이었고 세 지표의 변동률 모두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올해 1~8월 누적 주택 매매가격도 제주는 1.26%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은 6.68% 올라 두 지역의 누적 변동률 격차는 7.9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임대차시장에서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제주지역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율은 4.6%로 전국 평균 0.9%의 5.1배였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올해 1~7월 제주에서 발생한 보증사고는 131건, 252억9400만원이다. 사고율은 5월 5.4%, 6월 5.0%, 7월 4.6%로 석 달 연속 높은 수준을 보였다.
법원 경매시장에서도 물건 증가가 이어졌다. 지난 8월 제주지방법원 경매 진행 물건은 945건으로 6월 902건, 7월 927건에 이어 석 달 연속 900건을 웃돌았다. 2008년 10월 1014건 이후 약 18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945건 가운데 낙찰된 물건은 160건으로 낙찰률은 16.9%였다. 전국 평균 21.8%보다 4.9%포인트 낮았다.
주택가격 하락과 전세보증 사고, 경매 물건 증가, 위법 광고는 각각 원인과 집계방식이 다른 지표다. 하나의 원인으로 묶어 제주 부동산시장의 위험 규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가격 약세와 임대차 위험, 경매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시장에서는 온라인 광고에 적힌 설명만으로 계약을 판단할 경우 손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계약 전에는 건축물대장에서 실제 용도와 면적, 위반건축물 여부를 확인하고 등기부등본에서 소유권과 근저당권 등 권리관계를 직접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광고를 올린 사람이 정식 등록된 개업공인중개사인지도 확인 대상이다.
특히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나는 매물이나 '융자금 없음', '즉시 입주', '전세 가능' 등 계약 결정에 영향을 주는 조건은 공적 장부와 대조한 뒤 계약해야 한다.
제주 부동산시장이 전국과 다른 약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향후 관건은 정부가 적발한 위법 의심 광고 가운데 제주 사례가 몇 건이며, 실제 과태료 부과와 수사의뢰로 얼마나 이어지느냐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